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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웨덴 입양인 한나 요한슨 박사(한국 이름 김정렬)를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처음 만났고 친부모를 찾는 사연을 담은 그에 대한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썼다(관련 기사 : "왕십리파출소 최대만 순경을 찾습니다").

이 기사 덕분에 그는 지금은 은퇴한 최대만 순경을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다. 최대만 순경은 한나가 이 세상에 도착했을 때 그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라 한나에게는 한국과 자신 혹은 세상과 자신을 연결해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분이었다. 한나는 그 후 최 순경을 한국에서 몇 번 더 만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 순경은 한나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

한나는 지난 2010년 이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매년 한국을 방문했지만 아직도 친부모를 찾지 못했다. 한나는 결국 '남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라'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지난달 몇 사람의 해외입양인들 그리고 입양모들과 공동으로 자비를 털어서 <해외입양인 한국가족 찾기>라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했다.

"입양기관 다 기록... 입양모들도 편집자로 참여"

한나
 한나
ⓒ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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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씨가 이 책자를 발간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친부모를 찾은 과정에서 겪은 온갖 시행착오를 다른 입양인들이 덜 겪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다음은 지난 2주간 스웨덴에 있는 한나와 이메일과 국제전화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어려움 속에서 <해외입양인 한국가족 찾기, 원제 Birth Family Search for Korean Adoptees> 책자를 출간한 것을 축하드린다. 이 책자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이 책자는 두 개 언어로 발행되었다. 첫 번째는 스웨덴어 판으로 올해 4월에 발간했고 두 번째는 영어판으로 올해 6월 발간했다. 이 책자의 주요 내용으로는 세계의 주요한 해외입양기관과 입양관련기관들 목록이 있다. 호주, 캐나다, 미국,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이태리,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위스에 있는 입양기관과 관련기관들이 다 기록되어 있다.

또 한국의 입양기관, 입양관련 정부부처, 입양인 지원 단체 등의 연락처가 명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친부모를 찾고자 할 때 어디서 DNA 테스트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와 인터넷자료, 언론인들 연락처 등이 있다. 또한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는 해외입양인의 권리와 관련된 법 개요 등이 실려 있다."

- 이 책자를 함께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나는 이 책자의 주편집자이지만 나 외에도 한국입양인 3명, 미국의 입양모 2명도 공동편집자로서 이 책자의 편집과 제작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우리 모두는 한국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다."

- 편집자 중 입양모도 있는데 이 분들은 어떻게 입양인들과 함께 이 책자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나?
"이 입양모들은 자신들이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들이 성장해서 한국 친부모 찾기를 하는 것을 도와주다가 해외입양인들이 한국 입양기관에서 자신과 친부모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입양모들도 해외입양인들의 한국 친부모 찾기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 책자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 이 책자의 편집 작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것인가?
"우리 편집진들은 SNS로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들 각자가 한국 친부모 찾기 관련 한국, 미국, 유럽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 각자가 가진 정보를 전부 서로 공유하고 범주화하여 이 책자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 책자는 그런 국제적 팀워크, 자원봉사, 자비출판의 산물이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다."

"6년간 매년 방문... 내 시행착오 겪지 않게 해주고파"

<해외입양인 한국가족 찾기> 책자
 <해외입양인 한국가족 찾기> 책자
ⓒ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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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자를 만든 동기나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지난 2010년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을 매년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번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도 친부모를 찾을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이런 쓰라린 경험을 겪은 후 나는 다른 해외입양인들이 한국 친부모를 찾는데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최대한 겪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그것이 책자를 만든 동기이자 이유이다.

다른 편집자들도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나처럼 입양기관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런 아픔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다른 해외입양인들이 자신의 권리와 정보를 알면 친부모를 찾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이 책자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이 책자가 어떤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친부모를 찾기 원하는 해외입양인들과 입양한 자녀들에게 친부모를 찾아 주고자 하는 입양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입양관련단체, 전문가, 정부기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자는 한국 친부모를 찾기 위한 기본필독서라고 자부한다."

- 이 책자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또 이 책자를 만들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나는 2010년부터 이 책자에 실린 정보를 수집했다. 20년 전부터 정보를 수집한 편집자도 있다. 어려움은 정보를 교차 검증하는 작업이었다. 한국이나 해외 입양관련기관이나 단체들의 주소변경이 많아서 업데이트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 하나는 비용문제였다. 자비출판이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많았다. 여러 말 못할 사연을 거친 후 가까스로 지난 6월 23일 영어판이 발간되었고 영어판은 지금 미국 등 해외에서 판매 중이다. 올 여름 내가 한국을 방문할 때 영어판을 가져올 예정이다."

- 이 책자의 발간인이 스웨덴한국입양인네트워크(Swedish Korean Adoptees' Network, 아래 SKAN)으로 되어 있는데 SKAN에 대해 소개하면?
"SKAN은 지난 2013년 설립되었다. 내가 SKAN을 시작한 것은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님의 제안을 듣고서였다. 목사님은 스웨덴의 한국 입양인들을 결집해서 입양 관련하여 한국 정부에 대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해 주셨다. 현재 우리는 한국의 입양문제와 관련하여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정의, 아동인권, 한부모 권리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

그 외에 1년에 4번 정도 만나서 입양관련 세미나, 한국역사나 입양문제에 대한 영화 관람, 한국 비혼모 실태 다큐 관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SKAN은 또한 성격이 유사한 다른 단체들과도 연대활동을 한다. SKAN의 목적은 입양인과 싱글맘의 권리를 강화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아동은 친부모에 의해 양육될 권리가 있고 친부모가 누군지 알 권리가 있다'는 유엔아동헌장 7조를 지지하고 그래서 싱글맘이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 스웨덴에 한국입양인은 몇 명이나 있나?
"9천 명 이상이 있다. 북유럽은 인구 당 해외입양인 비율이 세계에서 최고로 높다. SKAN 회원들 중에는 스웨덴한국입양인협회(Adopterade Koreaners Förening, 아래 AKF) 회원들도 있는데 AKF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입양인 단체로 올해 30주년을 맞는다. SKAN은 한국, 덴마크, 네덜란드, 미국, 스위스, 벨기에, 호주의 입양인 옹호단체나 인사들과도 다양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 스웨덴의 한국입양인 중 한국 친모 찾기와 관련된 사연을 하나 소개하면?
"내가 아는 스웨덴의 한 한국 입양인이 10대 때 자신을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데려온 스웨덴 입양기관에 한국 친부모를 찾아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당시 그 스웨덴 입양기관은 친구의 한국 친모 이름, 생년월일, 출생지를 알고 있었지만 친구에게 한국 친모를 찾을 수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친구는 그 후 20년간 한국 친모 찾기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최근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친모를 찾을 수 있었다. 친구는 물론 이제라도 친모를 찾은 것은 기쁘지만 지난 20년간 스웨덴 입양기관의 말만 믿고 친모 찾기를 중단한 것이 너무 분하다고 말했다."

"친부모님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한나 입양 보내지기전
 한나 입양 보내지기전
ⓒ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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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씨도 과거에 한국 친부모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 친부모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난 2010년부터 하고 있다. 한국 친부모를 찾고자 처음 시도했을 때 나를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보낸 한국 입양기관이 나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째는 내가 처음 발견된 장소의 주소를 은폐했고 둘째는 서울시 유아병원이 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숨긴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나는 지난 1976년 4월 21일 서울 왕십리에서 발견된 것으로 되어 있다. 2010년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대한사회복지회 직원이 1976년 발견된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내가 발견된 지역은 재개발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고 그래서 거의 빈터였다.

동네 약국의 약사 아줌마 두 분만 그 지역에서 살고 계셨다. 아마 두 분은 개발이 진행되기 전 내가 발견된 주소에 누가 살았는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나는 발견된 장소가 없어진 것에 충격을 받았고, 대한사회복지회 직원의 통역도 잘 안돼 두 분 아줌마들에게 흡족한 답변을 얻을 만한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내가 발견된 장소는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 664-8번지인데 당시 그 두 분에게 그 지역 정보를 충분히 물어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고 후회된다."

- 지난 2010년부터 한국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 한국을 매년 방문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는데 아직까지 친부모를 못 찾은 것으로 안다. 그동안 친부모 찾기 관련하여 어떤 진전 사항이 있나?
"문제는 내가 친부모님에 대해 아는 정보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유일한 정보는 1976년 4월 21일 오전 11시경 서울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뿐이다. 생후 약 10시간 후인 그날 오후 9시 35분경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 664-8번지 앞에서 순찰 중인 최대만 순경에 의해 발견되었다. 내가 발견된 하왕십리동 664-8번지는 1978년경 이금엽씨가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내가 아는 정보의 전부다.

나는 한국에 갈 때 마다 친부모님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 DNA 정보를 한국에 있는 <뿌리의집>(전화 02-3210-2451)에 남겨 놨는데 한국에 계신 친부모님이나 친척들이 이 기사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면 <뿌리의집>으로 연락주시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을 뿐이다.

최대만 순경 왼쪽. 한나 오른쪽
 최대만 순경 왼쪽. 한나 오른쪽
ⓒ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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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 덕분에 최대만 순경을 만날 수 있었다. 나를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분'이기에 너무나 반가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 순경님은 내 부모님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셨다.

이금엽씨는 내가 발견된 장소에 있는 집을 지난 1978년 구매하셨고 원종호씨가 그 전에 이 주소의 집 소유자였다는 것을 알아냈다. 혹시 이분들이나 위의 약사 아줌마 등 이 기사를 보신 다른 분들도 어떤 정보가 있으시면 뿌리의집으로 연락해 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린다."

"비혼모와 그 자녀를 차별하지 말아 달라"
- (해외)입양 정책 관련하여 한국정부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내가 해외입양 되었을 때인 1970년대 중반에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세계의 가난한 나라를 지원해주는 부유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도 한국정부가 비혼모와 그 자녀들 지원에 극도로 인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현재 한국정부는 시설에는 아동 한 명 당 월 128만 원을 지원해주면서 비혼모가 자녀를 스스로 양육하고자 하면 25세 이상 비혼모에겐 7만 원, 24세 이하 비혼모에 한해 월 15만 원만 지원한다. 잘못된 정책이다.

그 결과 한국 비혼모 중 정부지원금을 받은 비혼모는 단지 5%에 불과하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아동이 친모보다 시설에서 자라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믿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한국은 지금도 아동을 해외에 수출하여 외화를 버는 부끄러운 나라라는 것을 한국정부 관리들은 정말 모르는 것인가?

한국정부는 유엔아동권리협약 7조를 비준한 바 있다. 그 7조는 아동은 태어나자마자 출생등록을 해야 하고, 이름을 가지며,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고, 가능한 한 친부모를 알 권리와 친부모에 의해 양육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 협약을 잘 준수하지 않고 있다."

- 끝으로 입양기관 종사자들과 한국사회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입양기관 종사자들은 입양특례법을 존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입양특례법 36조 2항은 '친생부모가 사망이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양자가 된 사람의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입양기관들이 이 조항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는 경우를 수없이 많이 알고 있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비혼모와 그 자녀를 차별하지 말고 어려움 가운데에서 꿋꿋하게 아동을 혼자 키우는 비혼모를 존중해 주고 따듯한 시선을 보내 주셨으면 한다. 아동을 버린 아버지는 별로 문제 삼지 않으면서 그 아동을 어떻게든지 키우려는 엄마를 멸시하고 돌을 던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하여간 아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세상에 부모를 선택하고 태어난 아이들이 어디 있는가? 입양으로 불가피하게 자녀와 이별한 친모들은 평생 아이를 그리워한다. 한국사회가 이런 분들을 더욱 아껴주고 따스하게 대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결혼여부와 무관하게 입양여부와 무관하게 다 동등한 인간이다. 그래서 차별은 지상에서 영원히 없어져야 한다."

* 한나 요한슨 박사는 1976년 4월 21일 서울 왕십리에서 발견. 1976년 8월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보내짐. 과학기술학 박사이며 현재 스웨덴정부 공무원으로 노동시장 분야에서 근무 중. 그는 지난 15년 간 해외입양인 문제로 활동 중이며 스웨덴한국입양인네트워크(Swedish Korean Adoptees' Network, SKAN) 창립자. 지난 2010년부터 친부모를 찾고 있지만 아직 못 찾았음.


태그:#한나, #소피아 , #김성수, #입양,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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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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