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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전시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4일 하루에만 179mm가 내렸다. 많은 비로 인해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본부는 4일 16시 침수로 인한 15건의 출동이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가로수가 쓰러지기도 하고 유치원이 침수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피해 집계가 늦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하천의 시설물이다. 인사사고가 아닌 경우 소방본부에서 출동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그치고 물이 빠져나간 이후 현장을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전의 하천 둔치에는 많은 시설물들이 있기 때문에 피해 집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수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며 지난 5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의 유성천, 갑천 유등천 주변의 현장을 찾아 갔다. 대전의 하천에 설치된 시설물의 피해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 많았다. 산책로에 진흙이 가득하여 걷기 불편한 지역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산책로에 흙이 가득하다.
▲ 진흙벌이된 산책로 산책로에 흙이 가득하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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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쓰레기가 참 많았다. 이 많은 쓰레기를 우리가 버렸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태평양에 만들어진 플라스틱 아일랜드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이런 둔치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어 빠르게 청소가 필요해보였다.

초화류가 많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이 있다.
▲ 유성천변에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 초화류가 많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이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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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천 둔치를 걷다보니 비린내가 심각하게 났다. 주변을 살펴보니 불어난 물에 둔치까지 왔다가 본류로 이동하지 못한 채 산책로에서 물고기 수십여 마리가 죽어있었다. 치어 수십 여 마리가 죽어가면서 내뿜는 비릿한 냄새는 생선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생명이 살아가야 할 하천은 이제 죽음을 기록하는 곳이 되는 듯했다. 둔치가 잔디나 산책로가 아니었다면, 자연하천이었다면, 작은 웅덩이가 생겨나거나 본류의 흐름에 편승하여 살았을 수도 있을 생명이었다.

물고기가 홍수에 떠내려와 다시 본류로 가지 못하고 말라 죽었다.
▲ 유성천 산책로에 죽어있는 물고기들 물고기가 홍수에 떠내려와 다시 본류로 가지 못하고 말라 죽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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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고인 물에는 물고기가 버둥거리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치어를 다시 본류로 돌려보내 주었다.

▲ 숨을 헐떡이고 있는 치어들 유성천 산책로 주변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치어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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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천을 이동하는데, 하천 내에 설치된 다리(아래 세월교- 비가오면 물에 잠기는 하천내에 둔치와 둔치를 연결해주는 다리)에 쓰레기 더미들이 걸쳐 있었다. 자전거 도로를 연결하여 만들어진 세월교에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고 이 펜스에 걸친 쓰레기가 걸려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다행히 처음 만난 세월교의 펜스는 부서지지 않은 채 쓰레기만 걸려 있었다.

상류 건설현장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도 보인다.
▲ 유성천 교각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 상류 건설현장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도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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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를 둘러보게 되었다. 대전시는 매년 이런 쓰레기가 버드나무에 걸려 홍수의 위험이 있다며 아름드리나무를 베었다. 홍수 시에 실제로 버드나무가 위험한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버드나무를 살펴보았다. 버드나무에는 곳곳에 쓰레기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모양새가 달랐다. 단단하게 물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걸려 있는 세월교와는 다르게 버드나무는 물의 흐름에 따라 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휘어진 버드나무 보다는 쓰레기가 쌓여 있는 세월교의 쓰레기가 더 위험해 보였다.

유등천으로 이동했다. 한밭대교 하류의 세월교에는 쓰레기가 한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교각의 펜스가 엿가락처럼 부러져 쓰러져 있었다. 펜스에 쓰레기가 걸리며, 압력이 높아져서 펜스가 부셔진 것이다.

세월교 펜스가 무너져 떠내려가기 직전이다.
▲ 펜스가 무너진 세월교 세월교 펜스가 무너져 떠내려가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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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떠내려간 펜스부품은 하천의 새로운 쓰레기가 되었고, 하류의 보나 징검다리에 걸려 또 다른 피해를 줄 수도 있다. 5일 현장에서는 다행히 이런 상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문제는 휘어지는 버드나무와는 달리 다리의 시설물은 부서져 버린 것이다. 충격이 흡수되지 못하는 철과 시멘트 구조물이 가지는 특징이다.

보통은 이런 강력한 구조물로 물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주변의 와류 등이 형성되어 산책로가 훼손되거나 둔치가 훼손된다. 심각한 경우 제방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실제 홍수가 일어나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비는 실제 심각한 홍수를 일으킬 수 있는 양은 아니다. 대전시의 경우 200년 빈도의 강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천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년 빈도의 홍수는 유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24시간 동안 350mm~500mm 정도의 비가 내려야 한다. 이정도 비가 내리더라도 제방에서는 약 1m정도의 여유가 있도록 계획되어 있다. 180mm 강우에 제방은 끄떡 없이 버틸 수 있다는 말이다.

물의 흐름에 휘어진 버드나무
 물의 흐름에 휘어진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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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렇게 하천의 흐름에 방해를 일으키는 시설물들이 가지는 위협이다. 인공적인 시설물들은 재시공할 정도의 피해가 일어나게 된다는 데 있다. 결국 수해복구 비용을 하천에 다시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 비용은 고스란히 대전시민의 몫이다.(참고기사: 목척교 1년 만에 수해...인공적인 복원이 문제)

이렇게 문제가 되는 세월교를 확인하고 나니 버드나무를 베는 대전시의 행정에 다시 한 번 의문이 생겼다. 앞서 언급한대로 버드나무는 비가 오자 스스로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휘어졌다. 때문에 세월교 등의 인공시설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양의 쓰레기가 걸렸으며, 일부는 물인지 버드나무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휘어져 있었다.

▲ 부서진 세월교와 쓰레기 유등천 세월교에 쌓여있는 쓰레기와 부서진 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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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는 비가 많이 오면 나무 끝과 잎 끝까지 물을 채워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한 물은 가물면 밖으로 내보낸다고 알려져 있다. 하천의 유지용수 확보기능까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공시설물과는 물의 저장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대전시는 갑천과 유등천의 버드나무를 무참히 베어버렸다. (참고기사 : 한쪽에선 나무 베고, 한쪽에선 심고... '이상한' 행정)

목요일까지는 비가 더 올 예정이다. 많은 비에 버드나무 일부는 떠내려가거나 쓰러질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하천의 흐름에 적응하여 도태되고 성장하는 과정 중에 하나이다. 일부러 대규모 벌목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너무 나무가 커져 문제가 된다면, 정확한 조사를 통해 벌목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 없이 작위적으로 진행하는 하천 벌목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버드나무는 하천에 설치된 인공적인 시설물인 보, 징검다리, 세월교 등에 비하면 홍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하천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판단에 의해 벌목을 진행하는 작태는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하천의 홍수현장을 찾아가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태그:#유성천, #유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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