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라고 느껴질 때요? 방송국에 가서 큐시트를 봤을 때, 저희보다 선배가 없을 때요. 20살초에 데뷔했는데 지금은 30대를 앞두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네요." (윤두준)

시간 따라 비스트는 잘 흘러왔다. 멤버 탈퇴의 아픔을 겪었지만, 이만하면 잘 흘러왔노라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팀인 건 분명하다. 4일 오전 서울 성수동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비스트 멤버들은 '흐른다'는 말을 자주 썼다. 용준형은 후배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하자 "안절부절못하면서 '오래가야지' 하는 강박에 휩싸이는 것 보다, 생각 없이 편하게 흘러가게 두면 오히려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8년 차를 맞은 아이돌 그룹 비스트. 8년을 통틀어 가장 큰 전환점을 막 돌고, 1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전환점은 아시다시피 멤버 장현승의 탈퇴다. 5인조로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비스트는 3년 만의 정규앨범 <하이라이트(HIHGLIGHT)>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그리고 그들은 지금 어디쯤을 흘러가고 있을까. 비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현승 빠진 5인조 비스트, 솔직한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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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에겐 이번 앨범이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멤버 탈퇴라는 시련 후 내놓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은 이번 앨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 큐브엔터테인먼트


- 한 명의 멤버가 빠진 심경은.
손동운 "비스트가 워낙 서정적인 곡을 많이 했고, 현승 형은 '트러블메이커'를 하면서 그런 색깔의 음악 하고 싶어 했다. 음악적 색이 맞지 않아  나간 것이고, 현승 형의 빈자리가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했다."
양요섭 "다섯 명의 모습을 보이는 게 겁이 났고 걱정도 됐다. 팬들께 죄송하기도 했다. 분명히 그 친구가 갖고 있는 좋은 에너지가 있는데 그 에너지가 빠졌기 때문에 비스트로서는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각자가 좀 더 분발해서 그 에너지의 공백을 채워야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 친구의 선택도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 용준형이 작사 작곡한 주제곡 '리본'에 대해 설명해달라. 
용준형 "제가 상징을 사용하거나, 비유하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한다. 또, 들으시는 분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게 좋은 가사라고 생각해서 그런 쪽으로 연구를 한다. 어느 날 호텔 가운 끈이 자꾸 풀려서 '왜 이렇게 잘 풀리지' 생각했고, 휴대폰에 '리본'이라고 적어놓았다. 그 후 여러 비유를 생각해봤고, 헤어진 연인과의 매듭이 풀린 것을 비유했다."

- 용준형, 김태주 공동 프로듀싱팀 굿 라이프(Good Life)의 활동이 눈길을 끈다.
용준형 "앨범 작업을 거듭할수록 '너무 내 안에 있는 것들만 빼낼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기회가 돼서 굿 라이프라는 팀을 꾸렸다. 해외에 있는 프로듀서, 혹은 신인들 중에서도 신선하고 좋은 곡을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비스트는 이대로 흘러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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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준형은 비스트 앨범에 들어가는 곡들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다. ⓒ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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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준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 큐브엔터테인먼트


- <하이라이트>라는 앨범명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용준형 "동명의 수록곡 '하이라이트'의 가사를 보면, 지금이 제일 중요하고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란 내용이다. 이번 앨범이 저희의 하이라이트라는 의미라기보단, 이번 활동을 정말 열심히 해서 하이라이트로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앨범명을 이렇게 정했다."

- 비스트에게 '전성기'란 무엇인가.
손동운 "전성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악착같이, 끈질기게 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저희에게 '좀 오래되기도 하고, 신인들이 많이 올라오니 비스트의 인기는 식지 않았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좀비처럼 다시 일어나는 그런 팀이 되고 싶다. 로또처럼 한 번에 빵 터지는 게 아니라, 연금복금처럼 꾸준히 사랑 받으면 좋겠다."

- 올 가을에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준형 "큰 이슈들이 가까워졌긴 하지만 투어준비 등으로 그 이야기(계약)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하지만 비스트는 다섯 명이 할 수 있는 한 붙어서 계속 활동하기로 우리(멤버)끼리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해체 등을) 걱정 안 하셔도 된다."

- 팀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지?
윤두준 "딱히 방향성에 대해 생각한 적은 없다. 연예인, 가수란 직업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지금처럼 친구들과 놀면서 즐겁게 하다보면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래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부담감을 느끼려하진 않는다."

- 비스트는 발라드를 많이 하는데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지.
용준형 "서정적인 발라드는 저희의 색깔이다. 여름이니까 저희도 파워풀하고 신나는 곡을 보여드려야하는 것 아닌가 고민은 했다. 하지만 제가 일일이 음악차트 통계를 내본 결과, 결국 가슴을 건드리는 감정이 담긴 곡이 많은 사랑을 받더라. 정말 연구를 많이 했는데, 100% 통계 때문만은 아니지만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선택이 발라드다. 언젠가는 신나는 곡도 보여드릴 예정이다."

- 데뷔 때와 가장 달라진 멤버는.
이기광 "동운이가 제일 많이 달라졌다. 처음엔 내성적이었는데, 지금은 막내로서 비타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동운 "처음 데뷔했을 때는 어렸기 때문에 인격이나 성격이 덜 성숙해서 내성적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조금 피곤하더라도 웃으며 막내답게 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데뷔 때와 전체적으로 달라진 점은.
윤두준 "여유로워졌다. 데뷔 때보다 저희가 할 수 있는 활동의 폭도 지금은 더 넓어져서, 거기서 오는 자신감과 의무감도 생긴 것 같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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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광은 꾸준히 사랑 받는 노래를 하는 게 목표라며 "저희 노래 중 '비가 오는 날엔'처럼 비가 오면 차트순위에 재진입하는, 그런 곡을 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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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요섭은 "솔로 앨범에 대한 갈증이 있느냐"는 질문에 "갈증까지는 아니다, 물론 내면 좋겠지만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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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운은 막내로서 팀의 비타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형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 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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