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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세종 정부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중이다.
▲ 도수로 중단 기자회견을 진행중인 모습 지난 2월 25일 세종 정부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중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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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댐에만 의존한 빗물관리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댐에만 의존하는 정책들은 종종 토목공사 회사들의 먹잇감이나 재물이 되곤 한다.

지난해 일이다. 충남에서 예당호가 마르고, 보령댐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가뭄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 있다. 앞으로 이런 가뭄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그럼 과연 이런 가뭄에 대비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단정적으로 말하면, 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의 댐 정책 실패 때문이다. 전국에는 크고 작은 댐(저수지포함)이 3만4000개가 넘는다. 이렇게 많은 댐을 만들었는데, 가뭄에 무용지물이라면, 분명 이 정책은 실패 한 것이다. 정부는 예기치 못했다고 핑계를 댈 것이다. 이런 가뭄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댐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댐이 목적이 무엇인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가뭄을 예상하여 댐 수위관리가 필요하고, 공급하는 물의 양을 결정하는 것은 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이렇게 중요한 일에 실패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책임은 방기한 채 새로운 사업구상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금강-보령댐과 금강-예당호까지의 도수로 사업이 바로 그 예다. 이 사업은 4대강 물을 끌어다 농업용수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는 가뭄을 핑계로한 토목건설에 지나지 않는다며 도수로 건설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금강-보령댐 사업은 환경단체 반대 속에 추진돼 지난 2월에 완료됐다.

밑빠진 독에 세금 붓기

지난 5월 도수로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
▲ 도수로 건설을 강행하는 현장 지난 5월 도수로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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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보령호는 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원 정책으로 생겨났다. 그러면서 서산과 홍성의 지역상수원을 없앴다. 그 결과 보령댐이 서산과 홍성에까지 물을 공급하게 됐고, 수자원 고갈의 위험성이 높아졌다. 보령지역만 공급했다면,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보령댐이 사상 최저 저수율을 보이진 않았을 게다.

수송관로 누수 등으로 수송 시 유수율도 64.5%에 이른다. 보령댐에서 흘려보내는 물의 1/3 정도가 수송 과정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홍성, 서산 등 장거리 이송에 따른 폐해다. 대전지역의 경우 유수율이 95% 내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대전지역의 경우 95%에 육박하는 유수율이 평균 64%내외에 그쳤다.
▲ 충남지역 유수율 현황 대전지역의 경우 95%에 육박하는 유수율이 평균 64%내외에 그쳤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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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자원공사와 충남도가 이러한 광역상수원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충남도는 대청댐과 당진을 연결하는 광역상수도 구간 조기 개통을 요청했다. 보령호로의 수원 집중이 가뭄 대책 실패를 낳고 말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광역상수도 계획은 수원의 집중화로 인한 피해를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지양해야한다.

대청호 물에 이상이 발생하면 충남 전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사회 안전을 위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수원의 집중화는 독극물이나 녹조 등으로 인한 사고에 한없이 취약해지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가뭄에 대비하여 보령댐 수위 관리를 제대로 진행했는지도 꼭 집어봐야 한다. 지난해 가뭄은 봄부터 시작되어 우기인 7월까지 비가 오지 않아 극심화 되었다. 하지만 가뭄 심각단계를 발효하여 하천의 유지용수 제한 등의 조치를 시작한 것은 8월 18일이었다. 가뭄에 대한 인식이 늦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5년 11월에 발표한 농촌공사 자료
▲ 보령댐 가뭄대책 일지 15년 11월에 발표한 농촌공사 자료
ⓒ 농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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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역시 이런 식의 수원 관리가 진행되었다. 지난해 12월 7일 <중도일보> 기사를 보면, 40년만의 가뭄에도 제한급수나 단수를 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와 있다. 오히려 예당저수지 물을 식수로까지 활용하였다. 극심한 가뭄에도 예당저수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64년 준공한 예당저수지는 만수면적 1088㏊ 만수위 22.50m, 만수 때 저수량4607만t으로 전국최대의 담수량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올해 충남서북부 40년만의 가뭄으로 예당저수지 건설이후 최저수위 15% 이하까지 낮아졌으나 예산군은 공업용수를 비롯 생활용수에 대해 단 하루도 제한급수나 단수를 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예당저수지의 위용을 재삼 실감했다.

그동안 지속되는 가뭄으로 보령댐 일부 시군의 제한급수가 이뤄졌으나 예산군 물사용가들이 평소 사용량의 20%를 자발적으로 줄였으며 군은 보령댐에서 생활용수를 공급받던 관내 일부지역에 대해 예당저수지 물로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특히 최근 비와 눈이 내리면서 7일 현재 예당저수지의 저수율은 52.8%까지 올랐으나 지난 10년 간 평년(80.7%)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도일보> 2015년 12월 07일)

하지만 이런 보도와는 다르게 현재 예당호의 물이 부족할 수 있다며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금강~예당호 도수로를 건설 중이다. <중도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도수로 공사가 전혀 필요 없는 상황이다.

또한 농어촌공사는 MB정부에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2조 원을 들여 전국 96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진행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충남지역에도 12개 저수지에 2500억 원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공사가 완료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뭄이 발생했고, 이를 위해 다시 1000억의 세금을 쓴다고 한다. 방관할 수 없는 일이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 96개의 저수지가 둑높이기 사업을 진행했다.
▲ 둑높이기 현황 4대강 사업으로 전국 96개의 저수지가 둑높이기 사업을 진행했다.
ⓒ 농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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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있다

도수로 이외에 다른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 논산시 식수원인 탑정호는 도수관로가 아닌 준설을 택했다. 12만 톤 규모의 준설로 물그릇을 키우겠다고 나섰다. 또한, 청양의 경우는 겨울철 논물가두기로 가뭄에 대비했다.

예당호 역시 농업용수로 많은 부분이 이용되기 때문에 농민들과 협조해 논물가두기 등의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도수관로 건설이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 금강과 예당호에 동시에 가뭄이 온다면 도수관로 역시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예당호 지역 내에서의 겨울철 논물가두기나 준설, 새로운 수원을 마련하는 등의 자구책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다.

올 봄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될 것이며 식수에도 문제가 생길 것처럼 홍보했던 가뭄은 이제 사라졌다. 최근 내린 비로 예당호와 보령호 등의 수위는 또 올라 갈 것이다. 지금 건설 중인 도수로가 그리 급한 사업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도수로건설을 중단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태그:#예당저수지, #금강, #도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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