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살리지 못한 건 분명 아쉽다.

웹툰 작가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살리지 못한 건 분명 아쉽다. ⓒ MBC


<무한도전>(아래 <무도>)이 웹툰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릴레이툰(만화가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웹툰)을 그리기로 한 설정은 상당히 기발했다. <무도> 멤버들의 개성과 내로라하는 웹툰 작가들의 협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기대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윤태호, 기안84, 이말년 작가 등은 여러 방송에 섭외될 정도로 유명인사다. 다른 작가들 역시 히트작을 다수 보유한 유명 작가들이다.

그러나 '<무도> 릴레이툰'에 대한 반응이 기대에서 실망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시작은 하하와 기안84가 콜라보레이션 한 첫 회부터였다. 하하는 웹툰에서 30년 후 미래라는 상황 설정 하에 <무도> 출연진들의 캐릭터를 모두 바꿔놓았다. 이 과정에서 하하는 자신만 키가 성장하고, 예능계에서 주목을 받는 거물이 되어있으며 다른 멤버들은 모두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설정을 들고 나왔다.

웹툰의 특성 제대로 파악 못한 하하의 무리수

 <무한도전> 릴레이툰 프로젝트, 그 첫 화를 책임진 하하에게 혹평 쏟아졌다.

<무한도전> 릴레이툰 프로젝트, 그 첫 화를 책임진 하하에게 혹평 쏟아졌다. ⓒ MBC


문제는 하하의 그런 설정이 과연 재미가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스토리의 초석을 다지는 첫 회인 만큼, 대중의 기대도 꽤 높았다. 그러나 하하와 기안84가 만들어 낸 첫 회는 단순히 하하의 캐릭터를 부각하고,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이는 웃음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웃음보다는 무리수 설정이라는 평이 다수였다.

그 이유는 한 회에서 스토리를 발전하고 다음 화를 기대하게 할 만한 기승전결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웃음을 창출했느냐 하면 그것도 물음표였다. 일명 '병맛 코드'를 제대로 캐치해 내지 못했고, 이야기를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여지도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첫 회의 평점은 8점대 후반. <무도>의 인기를 생각해 봤을 때 다소 아쉬운 평점이다.

곧이어 만들어진 2화는 이 모든 설정을 수습하는 데 중점을 두고 그려졌다. 웹툰 작가의 개성이나 고유의 스토리보다는 남이 만들어 놓은 설정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첫 회의 이야기를 제대로 끌어나가지 못한 파급력이 2화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릴레이툰의 특징이 그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다른 작가들에게 수습이 힘든 설정을 던져주고 그것을 어떻게 수습하느냐를 지켜보는 재미가 릴레이툰의 묘미이기도 하다. <무도> 릴레이툰 말고도 다른 릴레이툰 역시 다소 무리한 설정을 가미해, 그다음을 이어받는 작가들이 힘들게 하여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화 작가 특유의 유머코드인 셈이다.

기안84와 협업을 했지만, 하하는 정식 웹툰 작가가 아니다. 어떻게 웹툰을 그려야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무도> 캐릭터를 이용해 최대한 코미디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번에는 좋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상황은 웹툰 작가들에게도 녹록지 않은 릴레이툰을 <무도> 멤버들이 해야 하는 부담감 속에서 벌어졌다. 웹툰 작가가 함께했지만, <무도>라는 한정된 캐릭터와 상황 속에서 멤버들의 개성과 작가의 능력을 적절히 섞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미션 자체가 다소 무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이번 프로젝트가 릴레이툰이 아니라 '단편'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단편은 한 편에 기승전결이 모두 들어가 완결된 느낌이 있어야 한다. 단편이라면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설사 한 편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릴레이툰은 초반부터 기대감이 낮아지면, 다음 화에 대한 기대치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무도>는 가장 조회 수가 낮은 회의 멤버에게 '극한알바'를 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스토리의 특성상 첫 회가 가장 높은 조회 수를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편이라면 다르다. 이야기는 한 편으로 끝나기 때문에 대중의 취향에 따라 조회 수와 평점이 갈릴 수 있다. 순위를 정하기에도 더 용이하다. 게다가 만화가의 색깔과 멤버들의 개성 역시 적절히 조화를 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의 스토리를 이어 나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릴레이툰에 비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하가 무리한 설정을 던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웹툰이라는 장르에 문외한인 <무도> 멤버들에게 너무 복잡한 미션을 사전 준비 없이 던져준 게 오히려 문제였다. 다른 릴레이툰 역시 작가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평점이 평균적으로 타 웹툰에 비해 낮다. 그것은 이야기를 수습하고 전개하는 과정이 작가별로 판이하게 스타일이 다르고, 다소 무리한 설정에 대한 반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싶었다면 작가와 <무도> 멤버들 고유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그 스타일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가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하하가 무리수를 던졌다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는 '아쉬움'의 영역이지 '비난'의 영역은 아니다. 하하는 대중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무도>의 도전이 항상 성공했던 건 아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하하 릴레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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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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