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법을 잘 지키고, 민간의 난개발을 막아야 할 지자체가 현행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탈법적인 공사를 강행해 우리 산하를 망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도 반드시 보존해야 할 생태자연도 1등급, 녹지자연도 8~9등급의 최상의 산지를 불법적으로 훼손했다면요?

바로 대구 비슬산에서 강행되고 있는 대구 달성군의 임도건설 이야기입니다. 이미 지난번 기사를 통해 대구 달성군이 임도건설 사업이란 명분으로 대구의 중요 생태축이자, 천혜의 산림자원을 가진 비슬산 생태계를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관련기사 : 대구의 보물 비슬산, 이렇게 망가뜨려야 합니까).

산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분으로 건설되는 임도공사로 생태계 최상등급의 비슬산에 산림 1200여 그루가 베어졌다.
 산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분으로 건설되는 임도공사로 생태계 최상등급의 비슬산에 산림 1200여 그루가 베어졌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대구의 보물 비슬산을 망치는 달성군의 탈법 공사

비슬산은 한때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고려된 바 있을 정도로, 대구광역시 권역에서 온전한 자연생태계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자연지역입니다. 이러한 곳은 잘 보존해서 우리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하는, 대구의 귀한 미래자산입니다.

이처럼 보존가치가 있는 대구의 미래자산은 시군이 나서서 철저히 보존하고 민간의 난개발을 막아내도 부족할 것인데, 어떻게 시군이 나서서 대구의 미래자산을 망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탈법적인 공사를 통해서 말입니다.

호젓한 등산로와 같은 길이 이어진 비슬산의 아름다움
 호젓한 등산로와 같은 길이 이어진 비슬산의 아름다움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추가 취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먼저 생태자연도와 녹지자연도가 최상급인 비슬산에 어떻게 임도가 건설될 수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곳에 임도를 건설하려면 분명히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고,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면 이곳이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공사 자체가 어려울 것인데 버젓이 공사가 강행돼 절반 가까이 길이 닦인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맡고 있는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평가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법을 피해 쪼개기사업을 벌인 달성군

"임도 건설의 경우 구간이 4km 이상이 되면 반드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그런데 달성군의 경우는 2015년도에 2.9km로 사업 신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것이다."

이른바 쪼개기사업을 벌인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총 6km의 임도를 두 개로 나눠 2015년도에는 그 절반만 공사를 진행한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4km 미만이어서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달성군이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 절대로 임도를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을 달성군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15년 사업이 준공되면 다시 사업 신청을 해서 나머지 절반의 공사를 한 뒤 전체 구간을 연결한다는 계획인 것입니다.

달성군의 임도조성 계획도. 2015년과 2016년 사업구간이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나뉘어져 있다. 쪼개기사업의 증거다.
 달성군의 임도조성 계획도. 2015년과 2016년 사업구간이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나뉘어져 있다. 쪼개기사업의 증거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쪼개기 사업으로 사업신청이 들어오면 환경부에서도 단속을 할 수 없다. 두 개가 별개의 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가 "그러나 두 번째 사업이 들어오면 이것이 지난 사업과 연결된 사업이란 것을 대구지방환경청에서도 알게 될 텐데 그래도 규제를 할 수 없다는 말인가?"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 실지로 이런 식으로 쪼개기사업으로 사업 신청이 들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사업을 규제할 법조항이 현재로서는 없다. 법의 맹점이다."

환경영향평가법이 시급히 개정되야 하는 이유

답변을 듣고 있으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버젓이 불법공사를 강행한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규제할 방법이 없는 환경부도, 그리고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 편법 공사를 강행한 달성군도 말입니다.

멀쩡한 자연의 길을 콘크리트 포장까지 하려 한다.
 멀쩡한 자연의 길을 콘크리트 포장까지 하려 한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현행법을 잘 지켜야 할 지자체가 이렇게 꼼수로 사업을 벌이는데, 민간업자가 법망을 준수할 리가 있을까요? 민간업자의 난개발을 달성군이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요?

이처럼 아무리 보존가치가 높은 산지일지라도 구간을 쪼개서 사업을 벌이면 환경부도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소리로 들립니다. 법의 맹점이 있고, 이를 악용하는 지자체나 민간업자들이 판을 친다면, 법을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대로 둔다면 이 산하는 남아 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식으로 개발을 강행할 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이 시급히 개정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생태자연도 1등급의 숲이 완전히 청둥벌거숭이 숲이 되었다.
 생태자연도 1등급의 숲이 완전히 청둥벌거숭이 숲이 되었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달성군에서 내세운 공사목적도 전혀 현실성이 없는 주장들뿐입니다. 달성군이 내세우는 임도 개설의 목적은 (1)산화방지 및 산림작업의 능률화, (2)임업경영 개선을 위한 기반조성, (3)임업의 소득을 증대, (4)농림업의 균형발전과 균형적인 지역개발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의 평가입니다.

"임도는 산화방지 효과보다는 산화확대의 원인이 된다. 열기(바람)의 통로로 기여하여 산불의 피해를 확대시킨다. 임업경영 개선이라지만, 임도를 이용해서 임업경연 개선에서 얻은 결과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이 개선된 것인지 알 수 없으며, 임업 소득이 증대되었다는 근거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잠재적 임업 자산을 잃어버리는 형국이다. 나아가 농림업 균형발전, 지역 균형발전 따위의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결국 현실성 없는 주장을 근거로 공사가 강행되고 있고 이 때문에 비슬산의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계곡이 있던 곳은 저런 식으로 파이프를 하나 박아놓을 뿐이다. 허술하기 짝이없는 공사다.
 계곡이 있던 곳은 저런 식으로 파이프를 하나 박아놓을 뿐이다. 허술하기 짝이없는 공사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달성군의 자연녹지과 담당자는 최근 대구KBS와의 인터뷰에서 더욱 황당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렇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임도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서 하는 데가 거의 없다."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관행과 같은 방식이 시정되지 않으면 우리 산하가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임도 공사로 훼손된 나무들. 3킬로미터 정도 공사에 나무 1200 구루가 잘려나갔다.
 임도 공사로 훼손된 나무들. 3킬로미터 정도 공사에 나무 1200 구루가 잘려나갔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불법 공사 중단하고, 망가진 숲은 원상복구해야

"그동안 비슬산의 산지식생 및 계곡식생은 깨끗하고 풍부한 수자원을 기반으로 온전하게 유지돼 왔다. 그런데 임도는 그런 계곡환경을 근본적으로 망가트린다. 청정한 계곡을 반영하듯 공사구간에 실제로 산수국이 자생한다. 이로 미루어 계곡 일대에서는 분명 희귀동식물이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생물상에 대한 연간 조사를 선행함으로써 사업의 타당성이 투명하게 공개되었어야 했다.

또한 청정계곡을 통과하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과 2등급 지역을 통과하는 구간임에도 사전에 어떤 생태환경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면서 계곡과 핵심생태구간이 무참히 파괴되었다."

임도 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산수국 군락.
 임도 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산수국 군락.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임도 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산수국.
 임도 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산수국.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기자, 그리고 계명대 생물학과 연구실의 연구원들과 함께 현장조사에 나선 김종원 교수의 탄식입니다.

이처럼 달성군의 임도건설은 한마디로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 대구의 귀한 생태축을 망치는 행위를 벌인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불법 공사인지도 잘 알면서 법의 맹점을 이유로 이를 제어할 수 없다는 말만 늘어놓는 대구지방환경청도 실망스럽습니다. 생태계가 잘 보존된 귀한 국보급 산지가 망가져도 똑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을 것인가요?

김종원 교수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훼손한 숲은 즉각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달성군의 즉각적이고, 책임있는 행정조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달성군, #임도, #비슬산, #불법공사, #환경영향평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