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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상건립 소식을 듣고 찾아간 6월 23일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이자 공주고 3학년 담임인 박종우 선생과 교직원들이 등굣길 시위를 하고 있다.
 흉상건립 소식을 듣고 찾아간 6월 23일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이자 공주고 3학년 담임인 박종우 선생과 교직원들이 등굣길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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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자 굴욕적 한일협정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공주고등학교(공주고) 내 흉상건립을 놓고 교직원·학생·동문·시민단체 등의 찬·반이 엇갈리면서 11만 명의 작은 소도시인 충남 공주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당초 지난해 11월 JP 흉상이 모교인 공주고 정문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당시 정진석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정석모 내무부장관이자 6선 의원을 지낸 부친의 동문이며 자신을 정치에 입문시켜준 스승이자 충청권의 맹주인 김종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아 주셨다며 페이스북 개정을 통해 과시하기도 했다.

첫 JP 흉상 추진 순조로웠다

공주고등학교 역사관에 공주고를 빛낸 얼굴 하단(빨간색)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사진도 걸려있다.
 공주고등학교 역사관에 공주고를 빛낸 얼굴 하단(빨간색)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사진도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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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JP 흉상 건립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롭게 진행됐다. 공주고 동문 40여 명으로 구성된 '흉상건립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인 오시덕 공주시장과 김태흠 국회의원(보령·서천)이 맡았다. 이완섭 서산시장도 공동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가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김종필 흉상건립위원회'는 동문 모금을 통해 1억 원을 모았다. 모금 기금 중 5천만 원을 들여 영구적인 소재로 약 2m 50cm 높이의 흉상을 제작했다.

당시 언론은 침묵했다. 그리고 학교측도 건립 4일 전에야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흉상 건립' 소식을 통보했다. 첩보작전처럼 비밀리에 추진되던 '흉상건립' 사실은 지난해 11월 18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최초로 보도됐다(관련기사 : '박정희와 5.16쿠데타' 김종필 흉상, 학교에 세워진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당시 정치적 파장까지 덧붙여진 탓에 이 소식은 조용한 소도시에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보도 다음날 교사 10여 명과 학생 10여명이 등굣길 교문 앞에서 흉상 건립에 반대하는 팻말 시위를 벌였다. 한 학생이 '흉상 건립 반대' 대자보를 붙이고 지역반대 여론까지 일어나는 등 안팎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조충식 공주고 교장을 비롯한 흉상건립추진위원회는 다음날 오전 9시 30분 공주시청에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당시 추진위원회의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은 오시덕 공주시장(새누리당)은 병원 검진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와 만난 조충식 교장은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 건립은 무기한 연기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정리되자 언론의 뒷북 취재가 이어졌다. 그러나 상황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하지만 건립추진위는 언론의 눈을 피히 흉상이 들어설 자리에 대한 조경을 마무리했다(관련기사 : 공주고, '5·16 주역' 김종필 흉상 무기한 연기).

재추진 JP 흉상 난항이었다

일부 교직원들이 등굣길 시위용으로 만들어 놓은 피켓
 일부 교직원들이 등굣길 시위용으로 만들어 놓은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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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난 5월 24일 오후 6시 30분 서울특별시 교대역 한 빌딩 15층에서 '6월 4일 모교 교정에 건립될 김종필(19회) 동문님의 흉상건립과 100주년 기념준비특위 구성 및 역사관 리모델링'을 위한 회의를 한다는 제보가 접수되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갑작스럽게 취소되었다.

그러다가 6월 23일, 7월 9일 흉상건립이 확정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당일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이자 공주고 3학년 담임을 맡은 박종우 선생의 등굣길 시위소식도 함께 들어왔다. <오마이뉴스>는 즉각 취재에 들어갔다(관련기사 : 김종필 흉상, 공주 모교에 설치된다).

지난해와는 달랐다. 다음날 KBS, 한겨레신문, 노컷뉴스 등 굵직한 언론이 앞다퉈 취재를 했다. 학교장은 "지난번과는 다르게 공문을 주고받아 추진하는 것이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총동문회까지 학교를 찾아 반대 교직원들과 학생들을 만나 설득했고, 이후 학교 뒤편 '동문동산'으로 옮겨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침부터 점심도 거르면서 취재에 나섰던 취재진은 허탈했다. 이후 김종필 흉상을 결국 세운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보도되기 시작했다(관련기사 : 공주고, 김종필 흉상 결국 세운다... 교내 뒤편에).

기사가 보도되고 오후부터 일부 교직원들 사이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일 저녁 시민단체는 긴급모임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동문과 공주민주단체협의회, 충남시민사회단체가 '지역민과 협의 없는 흉상건립을 막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세종·충남전교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관련기사 : "동의 없는 JP 흉상 건립, 몸으로 막겠다").

다음날부터 공주민주단체협의회는 학교 정문과 공주시 강북사거리 등에서 출근길 시위에 돌입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열어 김종필 흉상 건립 반대 시위를 전국적으로 전개할 계획을 세웠다.

'동창회관 건립추진발대식 및 김종필동문 흉상 제막식을 무기한 연기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6월 30일 저녁 김종필 흉상건립을 추진하던 총동문회는 동문들에게 한 통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지난 27일 선생님들과 사업설명회를 통하여 화합하고 하나가 되는 행사를 하기로 했으나 협의서를 무시하고 행사 내용을 부정적으로 발언하여 그 이유를 확인하고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7월 1일 사실 확인을 하던 중 오전 9시 30분에 학교장이 교직원회의를 통해 흉상건립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통보를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임재관 회장은 "김 전 총리께서도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무리하게 흉상건립을 원치 않는다'고 하셨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김종필 전 총리 흉상 건립 '무기한 연기').

이젠 끝내야 한다

JP 흉상을 정문에서 이곳 ‘동문동산’으로 옮겨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JP 흉상을 정문에서 이곳 ‘동문동산’으로 옮겨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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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무기한 연기로 김종필 흉상 건립 계획은 허무할 정도로 맥없이 끝났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건립추진위측에서 '포기'가 아닌 '연기'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를 접한 한 시민은 "불씨를 완전히 꺼버려야 하는데... 또 '연기'라는 말이 똥 싸고 뒤처리 하지 않는 사람처럼 개운하지 못하다"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김종필'의 흉상 설치는 단순히 해당 학교와 공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 검증도 끝나지 않는 마당에 공립학교에 살아있는 정치인의 흉상을 세운다는 것은 향후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태그:#김종필 흉상, #공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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