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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개선 토론회에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입유형별 지원금을 자율 공시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개선 토론회에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입유형별 지원금을 자율 공시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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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지원금(보조금) 상한제 폐지가 사실상 일단락된 상황에서, 번호이동 지원금 추가 지급이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보완책으로 등장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개선 토론회에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입유형별 지원금을 자율 공시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단통법은 번호이동(MNP),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보조금 차별 지급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허용해 통신사업자간 경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번호이동 보조금 차별 허용하면 통신사 경쟁 활성화?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이통사들은 번호이동에 보조금을 집중했다. 이른바 '보조금 대란'도 타사 가입자를 유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단통법으로 이같은 차별이 금지되자, 이통사들은 오히려 기기 변경시 위약금을 면제하고, 멤버십 포인트로 단말기 대금을 결제하게 하는 등 이른바 '집토끼 붙들기'에 주력했다. 이 때문에 번호이동이 줄어 이통사간 경쟁이 약화되고 단말기 유통 시장도 침체됐다는 게 신 교수 주장이다.

실제 일본 총무성도 지난 3월 '일본판 단통법'인 '스마트폰 단말 구입 보조의 적정화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입유형별 차등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 이통사들도 번호이동이나 신규 가입자에게 기기변경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본 KDDI와 소프트뱅크모바일의 경우 기기 변경시 아이폰6S 16GB 판매가(5월 26일 기준)는 2만5800엔(28만7천 원)이지만, 번호이동-신규가입은 1만800엔(약 12만 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프트뱅크는 번호 이동한 타사 가입자에게 매달 432엔씩 24개월 동안 1만368엔(11만5천 원) 요금을 깎아준다.

신 교수는 "번호이동-기변 차등 금지로 번호이동이 크게 줄고 요금, 서비스 경쟁도 감소해 기존 시장 지배력이 고착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입 유형별 지원금 차별을 허용하면 이통사끼리 상한 내에서 지원금 경쟁을 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요금 경쟁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소비자들도 통신사 전환 장벽이 낮아져 선택권이 보장되고, 중소 유통망도 판매량 증가와 함께 '페이백' 등 위반 행위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지금까지 이통사 '판매장려금'과 같은 간접적인 형태로 기기변경 가입자에게 추가 지급되던 불법 보조금을 양성화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신 교수의 제안에 토론회 참석자들은 사업자 경쟁 활성화 측면에선 환영하면서도, 단통법 이용자 차별 금지 조항과 배치돼 신중한 분위기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시장 활성화와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된다면 번호이동과 신규 가입자에게 차별을 둘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단통법의 이용자 차별 금지 조항과 배치돼 조율이 필요하고 지원 상한선(캡)을 정해 시장이 과열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엽 서강대 교수는 "번호이동에만 보조금이 집중될 수 있고, 번호이동 가입자가 이통사에 더 큰 이득을 준다는 근거도 부족하다"면서 "합리적 차별의 의미가 뭐냐"고 따졌다.

이에 신 교수는 "지원금 공시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입유형별 보조금이 달라도) 이용자 차별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면서 "기기 변경시 간접적 혜택의 크기만 분석하면 상한선(캡)과 유사한 범위 설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통법 '효과' 있는데도 소비자들에게 욕먹는 까닭?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개선 토론회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개선 토론회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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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지원금 상한제를 일몰 시한인 내년 9월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소 유통상과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는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참여연대 등은 기본요금 폐지 등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상한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날 "단통법 이후 이동통신사 영업이익이 늘어난 만큼 단말기 구입비나 통신요금도 떨어졌다면 이렇게 원성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기본료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안 처장은 "지원금 문제는 신규 단말기 구입층에 국한되지만 5800만 통신 가입자 입장에서 상한제 폐지보다 통신요금 인하가 이득"이라면서 "표준요금제뿐 아니라 정액요금제에도 포함된 기본요금 1만1천 원이 없어지면 일본 소프트뱅크처럼 2만 원대 정액요금제(음성통화 무제한)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통법 제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정경오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도 "지원금 상한제를 유지하는 대신 상한선을 올릴 필요가 있다"면서 "단말기 출고가까지 상한선을 올리면 사실상 법률 폐지라는 비판도 있으니 상한선을 출고가 대비 80~90%선까지 가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정지연 사무총장도 "단통법으로 고가요금제와 고가 단말기 권유가 줄고 중저가, 중고 단말기, 알뜰폰이 활성화되는 등 합리적인 소비가 늘었다"면서 "이통사만 이익이고 '보조금 대란'은 단속이 제대로 안 돼 단통법을 손 볼 시점이 되긴 했지만 정부에서 먼저 상한제 폐지 얘기가 나온 건 화가 난다"고 꼬집었다.

다만 중소 유통상을 대표한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판매자 입장에선 옛날보다 단말기가 비싸져 팔리지 않고 있고 소비자도 비싸졌다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단통법 근간이 흔들리나"라고 따졌다.

이 이사는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고 혜택을 준다는 단통법이 갑자기 이용자 혜택에 캡(상한선)을 씌웠다"면서 "과도한 마케팅비는 통신사가 선택할 문제이고, (지원금 상한선을 없애) 제조사와 유통망에서도 지원금을 쓸 수 있게 구멍을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오 변호사는 "상한제가 폐지돼도 지원금을 1주일 단위로 공시하기 때문에 과거만큼 스팟성으로 지급할 순 없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하지만 통신사를 대표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기본료 폐지에 모두 반대했다. 윤 실장은 "상한제가 폐지되면 이용자 차별과 보조금 대란이 재발하고, 제조사가 출고가를 인하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기본료 폐지 주장에 윤 실장은 "(지원금 대신 선택하는) 20% 요금 할인 증가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통신사 부담이 늘고 있다"면서 "통신 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24~25일 보조금 대란처럼 이동통신사의 불투명한 판매장려금은 법적 규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고, "통신사 기본요금도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도 있어 가입비처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단통법, #단말기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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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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