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불평등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 이야기한다. ⓒ EBS


"<다큐프라임> 지들 마음대로 만들고 있다. 우리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좌파의 잘못된 사관을 아이들에게 무자비하게 집어넣고 있다. 그걸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과연 민주주의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의 말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한선교  의원은 EBS가 <다큐프라임>과 <지식채널e>를 "지들 마음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의원은 "내가 보기에 EBS는 교육부의 통제 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은 30일 성명서를 통해 한선교 의원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조는 "한선교 의원의 발언은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반국가적 망언이다"라고 밝혔다. 또 "독립공사인 EBS의 지위조차 구별 못하는 망언을 함부로 쏟아낸 것이다"라며 한선교 의원의 말을 비판했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민주주의는 자원 배분에 대한 통제권을 시민들이 갖는 것입니다. 자원 배분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언제부터 민주주의는 선거에 국한되고 있습니다." ⓒ EBS


EBS 다큐프라임을 둘러싼 시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자유경제원은 지난달 9일 'EBS <민주주의> 방송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열었고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주의> 방송에서 인터뷰 대상이 된 교수들과 내용이 심각하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주의 - 1부 시민의 권력의지>가 방송되기 전날인 지난 5월 22일에는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을 즉시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서에서 EBS지부는 "군사 정부 시절 '보도지침'을 연상케 하는 단어들이 2016년 공영방송 EBS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며 서남수 EBS 이사장이 말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에도) '게이트키핑'이 필요하다"라는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작금의 현실은 역설적으로 왜 '민주주의'가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란 불편한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한선교 의원의 말처럼 EBS는 "지들 맘대로 방송을 만들었"나. 전희경 의원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정말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왜곡시켰나.

EBS는 지난 6월 23일부터 31일까지 방송된 5부작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학자들이 정의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탐색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에 과연 '좌파의 잘못된 사관'이 있을까. 한선교 의원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이들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들 의원들이 못마땅해 한 발언은 다음 중 어떤 것일지 추론해보자.

① 아담 쉐보르스키(뉴욕대 정치학과 교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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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정당들이 선거에서 지는 제도입니다. 시민들이 원한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서 정권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넘어서 그들이 선호하지 않는 정부를 축출할 수도 있죠."

② 샹탈 무페(웨스트민스터대 정치학과 교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 EBS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권력을 뜻해요."

③ 필립 페팃(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 EBS


"사람들이 정부 통제 권한을 동등하게 나눠 가지는 민주주의"

④ 조시아 오버(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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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원칙상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어느 정도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우파는 가지지 못한 자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민주주의를 이용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⑤ 버나드 마넹(뉴욕대 정치학과 교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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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이 통치를 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평화적으로 그리고 규칙적으로 정부를 해고할 수 있습니다."

⑥ 아마티아 센(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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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선거도 없고 야당도 없고 검열 받지 않는 공개적 비판도 없다면, 권력을 쥔 자들은 기근을 막지 못한 실패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이유가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이와 달리 기근의 책임을 지도층과 정치 지도자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⑦ 놈 촘스키(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명예교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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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수의 부자들. 금융기관들이 부를 축적하는 동안 일반 사람들의 경제적 지위는 그대로이거나 추락하고 있어요."

⑧ 조시아 오버(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 EBS


"모든 시민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 능력이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판단, 남에게 내리는 판단 모두요."

⑨ 조셉 스티븐슨 목사(차티스트 운동 지도자)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 EBS


"보통선거권은 포크와 나이프처럼 생활에 밀접하게 닿아있다. 모든 노동자가 좋은 외투를 두르고 온 가족이 번듯한 집에 살며 제대로 된 식사를 할 권리가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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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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