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접전의 장이 될 것이라 일찍부터 점쳐졌던 6월 극장가의 패권은 박찬욱의 <아가씨>가 거머쥐었다. 한 달 동안 백만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가 무려 여덟편이 나왔는데 <아가씨>엔 410만이 넘는 관객이 들어 독보적인 1등이었다.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이 없지 않았겠으나 박찬욱의 이름값과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입소문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가씨>는 같은 기간 흥행순위 2위에 오른 존 파브로의 <정글북>을 거의 더블스코어로 따돌리며 6월의 주인공이 됐다.

6월 한 달 동안 여덟편의 영화가 백만관객을 넘겼다. 이건 내가 기억하는 한 처음 있는 일이다. 2012년 이후의 기록은 확인해봤으니 적어도 20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은 분명하다. 올해는 지난 1월 <히말라야>를 포함해 6편이 백만관객을 넘긴 게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해를 넘겨 살펴봐도 2015년 1월 <국제시장> 등 7편, 2012년 12월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7편, 같은해 8월 <도둑들>을 포함해 7편이 한 달 동안 백만관객을 넘어섰다. 하지만 8편은 처음이고 그것도 <아가씨>가 홀로 4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상황에서 여러 작품이 많은 관객을 나눠가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 8편은 <아가씨> <정글북> <컨저링 2>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엑스맨: 아포칼립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곡성>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거나 주목받는 감독의 작품이거나 한국에서 대형회사를 끼고 제작·배급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려 8편이 백만을 넘겼지만 이들 아래로는 참담한 광경이 펼쳐지는 이유다.

어느 때보다 많은 여덟편의 흥행작, 그리고 어느 때보다 많은 흥행실패작이 공존하는 6월이었다. 영화계에도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되기만 하는 걸까? 다가오는 견우직녀달(7월)엔 수적으로만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다양한 영화가 사랑받기를 바란다.

[하나] <도리를 찾아서>

 픽사의 야심작 <도리를 찾아서>가 오는 6일 개봉한다.

픽사의 야심작 <도리를 찾아서>가 오는 6일 개봉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픽사의 명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희소식이다. 본편에서 니모를 찾아 나섰던 건망증 물고기 도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본편의 조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만든 새로운 시리즈) <도리를 찾아서>가 오는 6일 개봉하기 때문이다. <니모를 찾아서>를 연출한 애니메이션계의 스티븐 스필버그(?) 앤드류 스탠튼이 연출을 맡았다.

6월 중순 미국서 개봉한 이래 애니메이션 흥행기록을 새로 써나고 있는 <도리를 찾아서>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춘 애니메이션을 손꼽아 기다려온 한국팬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될 것이다. 픽사 스튜디오 30주년을 맞아 개봉하는 <도리를 찾아서>는 픽사가 내놓은 수많은 역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곧 확인할 수 있다.

[둘] <나이스 가이즈>

 <아이언맨 3>를 연출한 셰인 블랙의 연출작 <나이스 가이즈>가 오는 6일 개봉한다.

<아이언맨 3>를 연출한 셰인 블랙의 연출작 <나이스 가이즈>가 오는 6일 개봉한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청부폭력업자와 사기꾼이 한 팀으로 뭉쳤다. 서로 다른 이유로 실종된 포르노 여배우를 찾던 이들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계와 얽힌 비밀에 점차 다가서게 된다. 절대 정의롭지 않은 이들이 정의의 편에 서게 되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질펀한 유머와 화끈한 액션으로 흥미롭게 버무려졌다. 매력 터지는 두 배우 러셀 크로와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아 화려한 콤비플레이를 보일 준비를 마쳤다. <아이언맨 3>를 연출한 셰인 블랙이 연출했다. 6일 개봉.

[셋] <환상의 빛>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 <환상의 빛>이 오는 7일 한국에 개봉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 <환상의 빛>이 오는 7일 한국에 개봉한다. ⓒ 씨네룩스


<아무도 모른다> <공기인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의 장편 데뷔작 <환상의 빛>이 오는 7일 한국에 개봉한다. 90년대부터 한국서 큰 인기를 누린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러했듯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상실이 삶에 남기는 상처와 흉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어린시절 할머니를 잃고 커서는 남편을 잃은 여성 유키오의 삶을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과연 어떤 것일까? 만들어진 지 20년도 더 지난 작품을 바다 건너 타국서 개봉하게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재능을 찾아보는 맛이 쏠쏠할 것이다.

[넷] <미친개들>

 3명의 강도와 3명의 인질이 벌이는 극단적인 도주극을 담은 영화 <미친개들>은 오는 7일 개봉한다.

3명의 강도와 3명의 인질이 벌이는 극단적인 도주극을 담은 영화 <미친개들>은 오는 7일 개봉한다. ⓒ 디스테이션


예고편 공개만으로 영화매니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미친개들>이 7일 개봉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감독과 배우는 없지만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는 한 판 추격전으로 모두를 설득할 기세다. 역사책 속에나 등장할 법한 이탈리아의 오래된 감독 마리오 바바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새 시대에 맞게 리메이크했다.

3명의 강도와 3명의 인질이 벌이는 극단적인 도주극은 과연 어떻게 끝날까? 원작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려는 창작자의 도전기는 언제나 매력적인 법이다.

[다섯] <데몰리션>

 <데몰리션>은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 크리스 쿠퍼 등 명배우들이 두루 출연한 작품으로 오는 13일 개봉한다.

<데몰리션>은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 크리스 쿠퍼 등 명배우들이 두루 출연한 작품으로 오는 13일 개봉한다. ⓒ 리틀빅픽처스


요즘 할리우드는 미국 출신 감독보다도 해외에서 유입된 감독들의 활약이 더욱 인상적이다. 특히 최근 몇년 간 멕시코와 캐나다 출신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멕시코 출신으로는 '쓰리 아미고'로 불리는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알폰소 쿠아론, 길예르모 델 토로가 할리우드 최고수준으로 손꼽힌다. 캐나다 출신으론 거장 제임스 카메론을 위시해 드니 빌뇌브와 장 마크 발레, 숀 레비, 자비에 돌란 등이 활약 중이다.

이 가운데 장 마크 발레는 주연배우 매튜 매커너히에게 2014년 오스카를 안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주목받은 연출자로, 이듬해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와일드>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그의 신작 <데몰리션>은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 크리스 쿠퍼 등 명배우들이 두루 출연한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선 가장 화려하다고 할 만한 영화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깊은 상실과 마주한 한 남자가 어떻게 자신을 찾아가는지를 유쾌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3일 개봉한다.

[여섯]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

 14일 개봉하는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는 반항기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14일 개봉하는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는 반항기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 우성엔터테인먼트


칸과 베니스가 주목하는 여성감독 엠마누엘 베르코의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가 14일 개봉한다. 감독 앞에 여성이란 말을 쓰는 게 성차별적이라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지만 때로 여성이란 표현을 붙이지 않고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편영화부터 중편영화까지 장편을 본격적으로 찍어내기 전부터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그녀는 데뷔작 <클레망>으로 2010년 칸영화제서 특별한 시선상을 거머쥐었다.

얼마 전 개봉한 <몽 루아>에서는 주연을 맡아 다재다능함을 선보인 그녀는 이제 직접 찍은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로 한국 관객들과 대면한다. 특별히 반항기 청소년의 심리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온 그녀의 섬세한 시선이 또 어떤 작품으로 이어졌을지 궁금하다.

[일곱] <부산행>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김의성 등이 출연하는 <부산행>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김의성 등이 출연하는 <부산행>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 NEW


이제 영화의 수준을 담보하는 이름이 된 연상호 감독의 신작 <부산행>이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돼지의 왕> <창> <사이비> 등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어온 그가 실사영화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한국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들추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연상호 감독의 연출작이니 만큼 수단의 불안함보다는 내실의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더욱 많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부산까지 대피해야 하는 사람들의 사투가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김의성 등 연상호의 <부산행>에 탑승한 배우들은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여덟] <마신자-빨간 옷 소녀의 저주>

 도시괴담 <마신자-빨간 옷 소녀의 저주>가 오는 21일 개봉한다.

도시괴담 <마신자-빨간 옷 소녀의 저주>가 오는 21일 개봉한다.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오랜만에 도시괴담 영화가 찾아왔다. 그것도 바다건너 대만에서다. 주로 미국과 일본 공포물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겐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대만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빨간 옷 입은 소녀 괴담'이 영화로는 어떤 파괴력을 보일지 자못 기대된다. 최근 10년 동안 대만에서 개봉한 공포영화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거둔 작품이다. 21일 개봉.

[아홉] <이레셔널 맨>

 우디앨런의 신작 <이레셔널 맨>이 오는 21일 개봉한다.

우디앨런의 신작 <이레셔널 맨>이 오는 21일 개봉한다. ⓒ (주)프레인글로벌


자기만의 스타일로 오롯이 필모그래피를 늘려가고 있는 우디 앨런의 신작이 개봉한다. 호아킨 피닉스와 엠마 스톤이 기꺼이 함께한 이번 신작은 예측불허의 전개로,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우려와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제작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영화를 찍는 흔치 않는 감독이니만큼 그의 영화를 보지 않고 먼저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우디 앨런은 과연 어떤 영화를 찍어낸 것일까? 21일 확인할 수 있다.

[열] <제이슨 본>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가 다시 한 번 합을 맞춘 <제이슨 본>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가 다시 한 번 합을 맞춘 <제이슨 본>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진짜 본이 돌아왔다. <본 얼티메이텀>으로 화려한 3부작을 군더더기 없이 종결지은 지 9년 만이다. 그 사이 본 없는 본시리즈 <본 레거시>가 개봉했지만 완강한 팬들은 이 영화를 좀처럼 시리즈에 넣어주지 않고 있다.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가 다시 한 번 합을 맞춘 <제이슨 본>은 벌써부터 영화팬들의 마음을 들쑤시고 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뱅상 카셀 등 프랑스의 이름난 배우들과 함께 본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해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이 영화 때문에 28일, 전국 극장은 7월의 다른 어느 날보다 붐빌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대작을소개합니다 도리를찾아서 미친개들 부산행 김성호의 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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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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