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또 오해영

서현진(31)은 <또 오해영>을 만나, 연기자 전향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 점프엔터테인먼트


때론 짠하고, 때론 답답하고, 때론 사랑스러웠던 그녀 오해영. 최근 종영한 tvN <또 오해영>에서 '그냥' 오해영을 연기한 배우 서현진(31)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연기로 연기자 전향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드라마는 내내 해영을 '평범하다'고 이야기했지만, 해영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예쁜 오해영(전혜빈 분) 때문에 받은 상처로 피해의식에 시달렸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자신의 사랑에 솔직했다. 결혼식 전날 자신을 버린 남자 한태진(이재윤 분)이 사실은 자신을 더는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떠난 거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게 사랑이니? 남자들 사이에선 그게 사랑이야? 어디서들 사랑을 배웠길래 그래?"라고 소리치는 해영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속 여자 주인공과 달랐다.

서현진은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또 오해영>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내 연애의 민낯을 보여주자는 목표였다"고 고백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들도 공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밀착 다큐처럼 느껴지길 바랐다"고.

"저도 사람인지라 순간순간 창피했어요. 여기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도 용기 내서 할 수 있었던 건 스태프분들이 환경을 만들어주신 덕이에요. 그동안 찍은 작품 중 가장 거짓 없이 연기했던 것 같아요."

서현진과 오해영, 싱크로율은 30%, 공감도는 100%

 서현진, 또 오해영

서현진은 “내 연애의 민낯을 보여주자는 목표"로 오해영을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 점프엔터테인먼트


해영과 서현진은 동갑이다. 서현진은 작품을 제안받고 "내 나이에 맞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서현진은 자신과 오해영의 싱크로율은 "30% 정도"라고 말했지만, 해영의 감정만큼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공감했다.

"12회에서 도경이와 전화 통화하면서 '너한테 그렇게 쉬웠던 나를,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나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버리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은 없지만, 저도 그런 감정을 느꼈던 지점이 있거든요. 한 번도 연습 안 하고 현장에서 처음 그 대사를 말했는데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시청자분들이 해영이를 많이 사랑해주신 이유도 다들 생각만 했던 이야기를 용감하게 내뱉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랑에 솔직한 해영의 모습은 반감의 요소이기도 했다. 극 초반, (주위에서 평범하다고 깎아내리긴 했지만) 예쁘고 반짝이던 해영이 도경과 사랑에 빠지면서 사랑밖에 아무것도 없는, 일도 가족도 주변도 돌아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똑 부러지게 일도 잘하고 당차던 해영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사랑에 올인하는 해영이의 모습이 이해하기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주책맞다 싶은 부분은 있었죠. 남자에 눈이 멀어 엄마아빠도 안 보이는 모습. 마지막 회에 해영이가 엄마에게 같이 가서 결혼 허락한다고 말해달라 이야기할 때는 현장에서 스태프분들도 헛웃음을 쳤어요. 씁쓸하다, 배신감 느껴진다, 딸 키워봐야 소용없다... 저도 그거는 한심스럽다고 생각했지만, 해영이는 그만큼 도경이가 너무 좋은 거예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런 사랑.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한태진과 박도경, 실제라면..."

 서현진, 또 오해영

서현진은 “해영이는 극 안에서 태진에게 사랑받은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처절하게 차였고, 해영이의 상처는 진실을 알고도 회복되지 못했으니 말이다. ⓒ 점프엔터테인먼트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해영. 실제 상황이라면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서현진은 "한태진과 박도경이라면, 도경이 같은 남자, 자신의 못난 부분을 오픈해 주는 사람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 "해영이가 한태진에게 받은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태진에게는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처절하게 차였고, 해영이의 상처는 진실을 알고도 회복되지 못했다. 그러니 "해영이는 극 안에서 태진에게 사랑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 해영이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을 때, 작가님이 극단적인 예를 많이 들어주셨어요. 파혼당할 때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어디까지 망가질 일인지 물었을 때, 죽을 고비를 넘긴 거라고 보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한태진과의 관계는 어긋난 거예요. 태진이에게는 계속 사랑이었을 수도 있지만, 해영이에게 더는 아닌 거죠. 제 내레이션에 '누군가의 사랑은 누군가의 상처, 나는 내 사랑이 더 애틋하다'는 대사가 있어요. 모든 사랑이 다 이뤄지는 건 아니잖아요. 작가님은 그런 관계를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진한 스킨십, 액션 합 짜듯 했다"

 서현진, 또 오해영

서현진은 <또 오해영>에서 불거진 ‘데이트 폭력’ 논란에 대해 “저희가 감정을 잘못 쌓은 것”이라면서 “그런 논란이 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점프엔터테인먼트


사랑이 이뤄진 뒤, 도경과 해영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사랑한다. 데이트하기 위해 회사에서 납치 소동을 벌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사랑한다 소리치기도 한다. 진한 스킨십은 그들의 그런 '미친' 사랑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했다.

"스킨십은 엔지가 거의 없었어요. 액션 합 짜듯이 합을 짜고 연기했어요. 어느 정도 계산돼있지 않으면 공백이 생겨요. 그럼 서로 어색해지고 그게 앵글에 보이죠. 애드립처럼 연기한 건 없었어요. 리허설을 철저히 했어요."

화제가 된 마지막 회 키스신에는 에릭의 아이디어가 많이 담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진상(김지석 분)이가 숨어 있는 걸 모르고 이리저리 움직임이던 키스신은 모두 에릭의 아이디어였다고. 농도 짙은 수위에 대해서도 "첫 키스신을 벽 키스로 워낙 세게 찍어서 거침없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격한 스킨십과 그들의 거침없는 감정표현은 '데이트 폭력'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저희가 감정을 잘못 쌓은 것"이라면서 "그런 논란이 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둘이 감정을 켜켜이 쌓다가 '빵!'하고 분출하듯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둘이 이미 좋아하고 있었고, 그 장면 보면 저도 에릭씨를 엄청 때리잖아요. 일방적으로 보일 거라는 생각을 못 해서 좀 놀랐어요."

에릭과 서현진에게는 사실 더 진한 인연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걸그룹 밀크로 데뷔한 서현진과 신화의 에릭. 한 소속사 선후배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현진은 "당시에는 워낙 하늘 같은 선배님이셔서 전혀 추억이 없다"고 털어놨다. 자신은 에릭에게 "배꼽 인사"를 했지만, 에릭은 그때의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긴 시간이 지나 '미친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은 이제 좋은 친구가 됐다.

"무뚝뚝하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상냥하고 매너가 좋으셔서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특히 해영이가 도경이 보다 어린데도 반말을 툭툭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버릇없게 '요'를 붙였다 뗐다 하는데도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드라마 끝나고 선배라는 느낌보다 좋은 친구가 됐어요. 현장에 있는 배우들, 특히 폴리 팀 식구들이 오빠를 되게 좋아해요. 그게 에릭 오빠의 매력인 것 같아요."

또 오해영, 또 서현진

서현진에게 있어 <또 오해영>은 배우로서의 새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자, 어쩌면 평생 그녀를 따라다닐 꼬리표가 될 작품. 그녀는 부담스럽다기보다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평생 남을 캐릭터를 만난 일에 감사드리고, 그 작품과 캐릭터가 제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또 너무 다행이에요. 제 마음에 드는 작품과 사랑받는 작품이 다를 수도 있고, 그런 캐릭터를 평생 만나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녀는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또 오해영>을 만나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울고, 웃었던 포인트를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기쁨. 그게 그녀가 <또 오해영>에서 가장 크게 얻고, 배운 점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녀는 <또 오해영>이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것이다. 작품 선택의 폭도, 역할 선택의 폭도 더 넓어질 테고, 많은 이들이 서현진이라는 배우를 더 깊게 기억하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서현진은 "생각만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웃었다.

"달라지면 좋겠죠? 하지만 달라지지 않아도 좋아요. 1~2년 하고 그만두고 싶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저는 진짜 촬영장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시청률이 안 좋았던 작품도 좋았어요. 힘들어도 촬영장 가면 힘 나는 사람이거든요."

그녀는 지금의 관심을 "분에 넘치는 사랑"이라 표현하며 "곧 사라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을 뿐"이라면서 "작품이 쌓여가면 연기 테크닉도 더 나아지지 않겠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감독님과 '16번의 즐거움을 위해 파이팅'이라는 문자를 주고 받은 적이 있어요. 시청자분들도 좋으셨다면, 즐거우셨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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