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U18을 이끄는 이돈길 감독 그는 선수들을 위해 기꺼이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인터뷰 내내 밝혔다.

▲ 고양 U18을 이끄는 이돈길 감독 그는 선수들을 위해 기꺼이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인터뷰 내내 밝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사 보강 : 30일 오전 11시 6분]

지난 4월 19일 교육부에서는 학교 운동부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선수의 경우 내년부터 '최저학력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저학력제란 수업권 보장을 위해 선수의 점수를 교과별 평균 성적과 비교, 초등학교 50%(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중학교 40%(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고등학교 30%(국어·영어·수학)를 넘어야 대회 참가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하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시행된다.

더불어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에서는 2018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입학전형에서 수학능력시험(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을 일정수준 또는 일정비율 이상 반영하도록 하였으며(제21조 3항), 앞으로 학생 선수는 직전 2개 학기 학점 평균이 C0 이상을 취득하여야만 협의회 주최 및 주관 또는 승인하는 대회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제25조 1항)

해보니까, 할 수 있더라

축구선수로서 축구뿐만 아니라 공부도 함께해야만 상위 레벨로 도약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교육부를 비롯해 대한축구협회 역시 초·중·고 리그 슬로건으로 'Play! Study! Enjoy!'를 내세우며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흐름 속에 현재 K리그 산하 유스 팀 선수가 일반 학교에서 전교 석차에 이름을 당당히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K리그 챌린지 소속 고양자이크로FC(아래 고양) 산하 팀인 고양 U18이다. 지난 7일, 고양 U18 숙소를 방문해 이돈길 감독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고양 U18을 이끄는 이돈길 감독은 "최저학력제 존재 여부는 과거에 들었지만 구체화한 수치는 정확히 몰랐다, 대학교에서도 일정 수준 성적이 되어야 경기 출전할 수 있다는 소식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2015년 6월 고양 U18 감독으로 부임한 이돈길 감독은 처음에는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생각이 180도 변했다고 한다. 특히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 구축이 잘된 고양 U18의 경우, 부상이나 다른 이유로 운동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 그들이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진로의 폭을 넓혀주고 있는 것이다.

축구하는 자녀를 둔 고양 U18의 학부모 반응은 어땠을까. 이돈길 감독은 "처음에는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반반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결과물이 나오니 점점 긍정적인 생각으로 변하고 있다. 축구와 공부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에 매력을 많이 느끼고 계신다"며 자신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사고 변화에 대해 말했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선수들 역시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공부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처음에는 신입생 선수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힘겨워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각자의 성적을 보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혼자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가능

고양 U18 임민규 수석코치 임 코치는 선수들과 함께 자기 계발 시간에 훈련 계획 및 일본어 공부에 열중한다고 밝혔다.

▲ 고양 U18 임민규 수석코치 임 코치는 선수들과 함께 자기 계발 시간에 훈련 계획 및 일본어 공부에 열중한다고 밝혔다. ⓒ 고양자이크로FC


고양 U18의 일과는 일반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다. 고양의 한 아파트에서 숙소 생활을 하는 이들은 6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식사 후 8시 40분까지 구단 버스를 타고 다 같이 등교한다. 오후 4시까지 학교 수업을 모두 듣고 7시까지 인근 훈련장에서 2시간가량 훈련을 한다. 8시에 저녁을 먹고 9시부터는 개인 시간을 1시간 30분 갖는다. 이때 부족한 학업을 메꾸기 위해 공부를 하거나 체력을 기르기 위해 웨이트 등 자기 주도적으로 필요한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 시험 기간에는 새벽 1시까지 코치진과 함께 공부한다.

고양 U18은 코치진과 '함께' 공부하는 시스템을 이어가고 있다. 임민규 수석코치는 "선수와 코치가 함께 각자의 공부를 하니 헛되게 시간을 보내지 않는 거 같다. 선수들은 학교 공부를 하고 코치진은 자기 계발 및 훈련 계획을 하는데 함께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돈길 감독은 "고양 U18의 방침은 축구도 공부도 모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선수로서 축구에, 학생으로서 공부에 열중해야 한다.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병행하는 시스템을 지속해서 개발해야만 한다. 비록 우리 팀 성적이 하위권이긴 하지만 경기 내용은 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3년 후에는 운동과 공부 모두 중상위권 정도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할 것이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끝으로 그는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라고 밝힌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으로 말문을 열었다.

"요즘 아이들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스스로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딤돌이 필요하다. 적어도 우리 팀에서는 내가 아이들에게 그 디딤돌이 되어주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도전하는 아이들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학생들도 만족

공부하는 축구선수의 사례 고양자이크로FC U18의 2학년 엄태일(14번)-이형기(19번)-김형민(5번)은 축구와 공부 두 가지 모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공부하는 축구선수의 사례 고양자이크로FC U18의 2학년 엄태일(14번)-이형기(19번)-김형민(5번)은 축구와 공부 두 가지 모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고양자이크로FC


지난 중간고사에서 평균 94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전교 1등을 한 엄태일(2학년)군은 "운동부가 있는 다른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이 놀라신 적이 종종 있었다. 운동하면 무식하다는 편견을 깨서 뿌듯했다. 무엇보다 열심히 공부한 끝에 전교 1등을 하고 받은 장학금을 보니 기뻤다"며 말문을 열었다.

근소한 점수 차로 전교 2등을 한 이형기(2학년)군은 "예전부터 문제 푸는 걸 좋아해 수학을 좋아했다. 선수로서 운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운동과 공부 두 가지를 병행해 한다면 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문화를 처음 겪는 후배들이 지금은 힘들 수 있지만, 적응이 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고양은 U18뿐만 아니라 U15 역시도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고 있다. 엄태일 군과 이형기 군은 고양 U15 출신으로 운동과 공부의 병행을 직접 느끼고 있다. 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해오던 습관이 그대로 고등학교에서도 나타난다며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과는 달리 다른 학교에서 고양 U18로 진학한 김형민(2학년)군은 "어렸을 때부터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 신문이나 뉴스를 챙겨보기도 했었다. 축구하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중학교 때도 꿋꿋이 홀로 운동하며 공부했었다. 고양 U18로 진학하면서 정말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좋은 교과 성적을 거두는데 팀 방침이 한몫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끝으로 "축구와 공부,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끝까지 보여주고 싶다. 축구선수로서 축구도 열심히, 학생으로서 공부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말했다.

한편 교육부와 대한축구협회의 방침이 있기 전부터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을 위한 고양의 팀 방침 덕분에 현재 U18의 2학년 11명 중 8명이 평균 70점 이상을 획득하며 가장 큰 결실을 보고 있다. 1학년과 3학년 역시 평균 50점 이상을 획득,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점수가 향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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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자이크로FC 고양U18 공부하는축구선수 이돈길 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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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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