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구 시험하는 류현진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2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롱토스 때 변화구를 시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예정대로 재활 등판을 소화했다. 29일(아래 한국 시각) 미국 오클라호마 주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는 치카소 브릭타운 볼파크에서 열렸던 아이오와 컵스(시카고 컵스 산하 트리플A 구단)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아프지 않게 던졌다.
그러나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이 미궁에 빠지게 됐다. 트리플A 경기에서 한 번 더 던지게 될지,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하여 던지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이 1.2이닝밖에 던지지 않아 컨디션을 정확히 체크할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류현진의 어깨가 아팠던 것은 아니다. 오클라호마시티 현지에 경기 도중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한참 동안 중단되었다. 소나기라 비 자체는 길게 내리지 않았지만, 방수포를 걷어내고 보니 내야에 물이 너무 많이 젖어서 경기가 무려 115분이나 중단됐다.
1.2이닝 투구 도중 폭우로 경기 중단, 몸만 풀다 끝난 등판류현진은 1회는 가뿐하게 삼자범퇴로 몸을 풀었다. 2회 초 선두타자를 2루수 호수비로 처리한 뒤 우전 안타와 3루수 앞 기습 번트 내야 안타를 연속으로 허용하면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이후 우익수 뜬공으로 2사 1, 3루가 된 상황에서 폭투로 1실점 했다.
다음 타자를 상대하던 도중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까지 던졌는데, 여기서 비가 쏟아지면서 심판이 경기를 중단했다.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40분에 중단된 경기는 비가 그친 뒤 방수포를 걷고 흠뻑 젖은 내야를 흙으로 메운 뒤 경기를 재개하면서 경기는 오후 1시 35분이 되어서야 다시 이어졌다.
결국, 115분이나 기다렸던 류현진은 어깨가 식으면서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비가 짧고 굵게 내리면서 교체 판단도 늦어졌다. 일찍 교체가 결정되었으면 불펜으로 이동해서 예정된 투구 수를 채우며 구위와 컨디션을 점검했겠지만, 비가 그치면서 금방 다시 올라갈 줄 알았지만 기다리다 등판이 중단되어서 불펜에서 투구 수를 채우지도 못했다.
이날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던진 공은 26개였다. 애초 계획된 투구 수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예정된 투구 수를 채우고 나면 컨디션을 체크한 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다음 등판 일정을 짤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게 됐다.
애초 7월이 시작되면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류현진은 한 차례 정도 더 재활 등판을 거친 뒤 다저스 로테이션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 선발진 다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아무래도 더욱 정확한 체크를 거쳐야 선발 로테이션의 혼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꿎은 소나기... 김현수와의 만남 무산29일 등판 후 4일을 쉬면 다음 일정은 7월 4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였다. 또한, 다저스는 7월 5일부터는 김현수가 소속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3연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류현진이 추가 휴식을 얻어 5일 휴식 후 등판할 경우 오리올스를 상대로 등판할 수도 있었다.
물론 우투좌타인 김현수가 현재 좌투우타 외야수 조이 리카드와 플래툰으로 출전하고 있다 보니 왼손 투수인 류현진 선발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류현진이 오른손 타자들보다 왼손 타자들을 상대로 피안타율이 다소 높으므로 김현수의 출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복귀가 비 때문에 연기되면서 류현진과 김현수의 만남은 무산됐다. 류현진과 김현수가 마지막으로 투타 맞대결을 벌인 시점은 두 선수 모두 KBO리그에 함께 있던 마지막 시즌, 바로 2012년이었다.
메이저리그의 경기 일정 편성에 따라 다저스는 연고지 인터리그 라이벌인 LA 에인절스와는 매년 만나 홈 & 어웨이로 하이웨이 시리즈를 치른다. 하지만 나머지 14개 구단과는 3년에 한 번 만나는 편성이다. 이번에 류현진과 김현수의 만남이 무산되면 두 선수 모두 팀에 잔류할 경우 3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류현진이 급하게 다시 편성될 다음 재활 등판에서 아프지 않고 성공적으로 투구 수를 채울 경우 다저스의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홈 4연전 중 한 경기에 등판하게 된다. 홈 팬들 앞에서 복귀전을 치른 뒤 올스타 브레이크를 거쳐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로테이션에 편성될 수 있다.
등 이상 증세 보인 커쇼...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 초비상현재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베테랑 왼손 투수 스캇 카즈미어,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까지 3명이 줄곧 지켜왔다. 나머지 자리는 류현진이 복귀할 때까지 임시로 알렉스 우드가 자리를 맡고 있었으며, 이외에도 마이크 볼싱어, 훌리오 유리아스 등 유망주 투수들이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에이스 커쇼가 27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가 6이닝 4실점 패전을 당했다. 개인 9연승도 중단됐고, 1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중단됐다.
하지만 커쇼의 연승 행진 중단보다 더 우려스러운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 커쇼가 마운드를 내려온 뒤 등에 통증이 있었음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쇼를 먼저 LA로 보냈다.
커쇼는 팀 일정보다 먼저 LA에 도착하여 구단 주치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 검진을 받는다. 여기서 큰 이상이 보이면 문제없겠지만, 올 시즌 16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1승 2패 평균 자책점 1.79를 달리고 있던 커쇼의 상승 페이스에 제동이 걸릴 것이 우려된다.
커쇼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부상자 명단에 딱 한 번 올라갔던 적이 있다. 2014년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은 3월 말 호주에서 열렸는데, 당시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연전으로 편성됐고, 커쇼와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했다.
이때 커쇼가 1실점 승리를 거뒀고, 류현진이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당시 류현진도 가벼운 발톱 상처를 입었지만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미국 본토 개막전이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하지만 호주 개막전에 등판했던 커쇼가 등 이상 증세를 보였고, 결국 데뷔 이래 최초로 부상자 명단에 한 달 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연평균 33경기에 꾸준히 선발로 등판했던 커쇼는 2014년 27경기 선발 등판에 198.1이닝에 그쳤던(?) 적이 있다.
물론 그런데도 커쇼는 2014년 27경기 선발 등판에서 21승 3패 평균 자책점 1.77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사이 영 상 투표에서 1위 표 만장일치를 받은 것도 모자라 내셔널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등 부상 때문에 200이닝을 넘기지 못하며 2014년을 온전한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만들지 못했던 커쇼는 올 시즌 다시 한 번 커리어 하이 시즌을 도전하고 있었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일단 커쇼의 등에서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다저스, 류현진 등 기존 고정선발 복귀 절실베테랑 왼손 선발 카즈미어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경기 초반이 항상 불안하다 보니 경기 당 평균 이닝 소화가 5.2이닝에 불과하다. 조기 강판도 3번이 있었고, 퀄리티 스타트 성공 횟수가 6회밖에 되지 않는 등 들쭉날쭉한 피칭을 하고 있다.
일본인 투수인 마에다도 들쑥날쑥하긴 마찬가지다. 15경기 선발에서 6승 5패 2.91로 16경기 6승 3패 4.67인 카즈미어보다 표면적으로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마에다도 4월 5경기 1.41, 5월 5경기 5.04 등 들쑥날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6월 5경기에서 2.73의 평균 자책점으로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26일 경기에서 5이닝 2피홈런 4실점 했다. 또한 무릎에 가벼운 통증이 있어 데이 투 데이(Day-to-Day, 가벼운 부상일 경우 로스터에서 빠지진 않고 대기) 명단에서 상황 대기를 하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다음 로테이션 때 정상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였던 류현진이 비 때문에 재활 일정이 미뤄졌다. 아파서 미뤄진 것이 아니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커쇼까지 불안한 상황에서 다저스는 30일 경기에서 또 다른 마이너리그 투수 브록 스튜어트가 데뷔전을 치른다.
다저스는 올 시즌에만 벌써 9명의 선발투수를 쓰게 된 셈이다. 그중 올해 데뷔전을 치르거나 예정된 선발투수만 해도 3명(로스 스트리플링, 훌리오 유리아스, 스튜어트)이나 된다. 닉 테페시(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25일 1경기만 등판하여 4이닝 5실점 후 방출됐다. 우드는 부상자 명단에 있으며, 스트리플링과 볼싱어는 이닝 관리 차원에서 마이너리그에 내려가 있다.
다저스는 2015년 개막을 앞두고 꾸렸던 선발진을 제대로 활용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시 FA 시장에서 브랜든 맥카시와 4년 계약을 맺었고, 브렛 앤더슨과 1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어깨 부상으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수술대에 올랐고, 맥카시도 4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며 이탈했다.
그나마 앤더슨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고, 퀄리파잉 오퍼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옵트 아웃으로 팀을 떠나면서 다저스는 2015년 개막 전에 구상했던 로테이션을 한 바퀴도 제대로 돌려보지 못했다. 그리고 재계약했던 앤더슨도 허리 디스크 재발로 올 시즌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그나마 류현진과 맥카시가 복귀하면 다저스는 후반기부터라도 커쇼-카즈미어-마에다-류현진-맥카시로 이어지는 베테랑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유리아스, 볼싱어, 스트리플링 등 다른 유망주 투수들은 마이너리그에 대기시키다가 6선발 요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선발 로테이션이 불안하게 꾸려지면서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경기 반 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그쳤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다저스는 포스트 시즌 진출로 만족할 팀이 아니다. 한숨 고르고 가는 류현진이 다음 등판에서 성공적으로 재활 등판 일정을 마치고 다저스의 마운드에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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