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다큐멘터리 영화 <빅뱅 메이드>

이 영화는 철저히 빅뱅의 팬들을 위해 제작되고 기획된 다큐멘터리다. ⓒ YG


황홀했다. 3면의 스크린을 뒤덮은 빅뱅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진 공연 실황은 빅뱅의 팬이 아닌 사람이라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다. 하물며 팬들은 어떻겠는가. <빅뱅 메이드>는 10주년 된 아이돌 빅뱅이 팬들을 위해 준비한 122분(스크린 엑스 기준, 2D는 114분)짜리 팬서비스다. 영화는 빅뱅의 무대 앞과 뒤편의 모습을 다룬다. 무대 뒤 치열한 연습 시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무대 앞 빅뱅의 퍼포먼스는 열광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3면의 스크린을 이용한 빅뱅의 월드투어 '메이드'의 공연 실황은 '스크린 엑스(3면의 스크린에 영상이 확장되거나 각기 다른 영상이 나오는 기술) 활용의 모범 사례'로 소개할 만하다. 물론 VR 영상처럼 완벽하게 구현한 것은 아니나 스크린 엑스 기술은 영상만으로 콘서트장에 있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다. 이는 무대에 한 번 올리고 나면 다시는 그때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없는 콘서트의 특수성을 일부분이나마 극복한다.

 빅뱅 다큐멘터리 영화 <빅뱅 메이드>

스크린엑스에서 구현된 빅뱅 월드투어 콘서트 실황. ⓒ YG


스크린 엑스로 보는 <빅뱅 메이드> 속 콘서트 실황은 이런 식이다. 바로 앞 스크린에서 무대 위의 빅뱅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양옆 스크린에서는 응원봉을 흔들고 있는 팬들의 모습이 비친다. 혹은 빅뱅의 특정 멤버가 앞 스크린서 크게 보인다면, 옆 스크린에서는 다른 멤버의 모습이 보이는 식이다. 그러니 스크린 엑스가 아니라면 사실상 영화의 많은 부분을 놓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러닝타임도 8분여 더 길다) 빅뱅의 팬이라면, 2D와 스크린 엑스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차라리 다큐멘터리가 아니었다면

 빅뱅 다큐멘터리 영화 <빅뱅 메이드>

다만 콘서트 실황 사이사이에 병렬식 구성으로 배치된 다큐멘터리는 다소 산만하다. ⓒ YG


스타들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범하는 흔한 오류는 무대 뒤 스타들을 지나치게 '사람 냄새' 나는 인간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마냥 빛나기만 하는 스타들에게도 남모를 고민과 갈등이 있다거나 스타의 예상치 못한 인간적인 모습들을 다루는 식이다.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에는 적어도 그런 작위적인 장면은 없다. 동영상을 몰래 촬영했다며 욕을 하는 탑이나 "형들 눈치를 좀 보라"는 소리를 듣는 승리는 자유분방하나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빅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듯 카메라가 있다는 걸 개의치 않은 상태에서 당당한 무대 뒤 빅뱅의 모습이 '메이드' 실황 중간중간 삽입된다. 영화는 콘서트 실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빅뱅 멤버들의 짧은 인터뷰와 그들의 무대 준비 영상 등으로 '채운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떤 서사도 없다. 콘서트 하루 전 스태프와 멤버들 간에 벌어졌던 싸움, 오랜 시간 빅뱅과 함께했던 스타일리스트나 트레이너, 소속사 관계자들의 증언, 또는 뮤직비디오 메이킹 영상 등이 아무런 구성없이 그저 병렬식으로 짧게, 자유롭게 삽입된다. 이 짧게 분절된 영상은 오히려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아래 빅뱅의 내면을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영화 앞뒤로 맥락 없이 산만하게 삽입된 뉴스 영상은 이 영화의 제작 의도를 더 아리송하게 만든다. 또한, 비교적 화려한 화면 구성을 자랑하는 콘서트 실황과 비교했을 때, 무대 뒤 빅뱅의 '다큐멘터리'는 화질 측면에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선을 잡아두기에도 부족하다.

오마이스타's 한줄평 : 10년 된 최정상 아이돌 빅뱅의 '이유 있는' 팬서비스
평점 : ★★★ (3/5)

영화 <빅뱅 메이드> 관련 정보
제작: YG엔터테인먼트
감독: 변진호
출연: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 승리
러닝타임: 114분(2D), 122분(스크린엑스)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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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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