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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이 육아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양면성을 지닙니다. 풀타임으로 회사에 다니며 일하는 경우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짧아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아이에게 화를 내고 뒤돌아서면 마음이 불편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책하기 일쑤죠.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너는 이런 엄마를 닮지 말라고 되뇌곤 하는데요. 생각해보니 제가 어릴 때에도 엄마에게 "난 크면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습니다.

전업주부이셨던 친정엄마는 넉넉지 않은 아빠의 월급봉투를 쪼개고 쪼개 삼남매를 키우셨습니다. 비록 부모님은 대학을 나오시지 않았지만 자식들은 모두 4년제 대학을 졸업시켰고, 결혼하신 지 25년 만에 서울 끝자락에 내 집 마련도 성공하셨죠.

없는 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기 힘들고, 자식 교육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고, 고부 간 갈등도 심했던 저희 부모님은 자주 큰소리로 싸우곤 하셨습니다. 부모님 싸움을 보고 들으며 저희 형제들은 나름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저러다가 엄마 아빠가 우리를 버리는 게 아닐까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고, 네가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으니까 저렇게 싸우지 않느냐며 형제 간에 서로를 탓하기도 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간 뒤 일찍부터 몇 가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저는 어느 정도 부모님으로부터 경제 독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거꾸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상황이 되자 부모가 더 이상 저를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버림받을 공포가 제거된 뒤, 아마 그때쯤부터 친정엄마가 조금은 저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저 역시 친정엄마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시기 즈음 매번 같은 레퍼토리로 아빠와 싸우는 친정엄마에게 "왜 그렇게 아빠랑 싸우냐"며 저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했더니, 무척 서운하셨겠지만 친정엄마는 "그래.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상처'의 대물림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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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쌍둥이 남매를 키우며 제가 가장 두려웠던 부분은 제가 가진 단점을 아이들이 물려받는 것, 제가 부모님께 받은 상처를 아이들에게 대물림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성격의 단점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날 때 속상했던 것은 물론이고 어릴 때 제가 가장 싫어하던 엄마의 모습으로 제가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큰 소리로 아이들을 윽박지르거나, 강압적인 모습에 아이들이 무서운 엄마의 눈치를 볼 때마다 아차! 싶은 겁니다.

좋은 부모,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노력하고 아이들이 좋은 사람으로 커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키우는 것이지만 육아란 늘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더군요. 특히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똑같이 때로는 더 강압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는 저는 과연 나쁜 엄마일까요?

현재 우리는 부모가 돼도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도 않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의 부모님도, 그리고 부모님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지요.

어릴 때에는 부모에게 불평불만이 많았고, 원망하고 탓하는 마음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아이를 낳고 키우며 부모님의 나이가 되고 보니 부모님도 그 당시 육아가 어려웠겠구나 모르는 게 당연했겠구나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아등바등 하루를 살아내느라 훨씬 더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요즘은 친정엄마가 살던 그때와 너무 달라졌습니다. 저출산, 청년실업, 고령화와 낮은 경제 성장률까지 더불어 밀레니엄 세대(1980~2000년에 태어난 세대로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는 "부모보다 잘 살 수 없는 첫 세대"로 부른다고 합니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친정엄마가 살아온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살고 있는 저의 모습, 그리고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엄마처럼만 살아도 소원이 없는' 세상에 딸을 키우고 있는 요즘 친정엄마가 동생을 포대기에 업고 저를 학교에 입학시키던 시절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부모를 탓하는 유효기간이 벌써 지나가버린 걸까요? 혹은 제가 좋은 엄마가 못된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걸까요?

너는 커서 엄마처럼 살지 말라며 대학을 보내고 직장생활과 육아의 병행을 위해 손주 돌보기까지 돌봐주시는 친정엄마를 보며 만약 또 제 딸이 커서 엄마가 되고, 육아 때문에 직장생활을 계속하지 못한다면 아마 저도 지금의 친정엄마처럼 기꺼이 딸을 위해 손주 육아를 담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란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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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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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엄마, #난엄마처럼살지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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