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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신규핵발전소 확대 중단 1000인 선언행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안'에 대한 심의를 다루는 회의를 진행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신규핵발전소 확대 중단 1000인 선언행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안'에 대한 심의를 다루는 회의를 진행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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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6시 20분경, 한수원이 제출한 신고리 5,6호기 건설계획이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에서 승인되었다. 회의를 마쳐갈 때 쯤, 위원장은 불시에 표결강행을 시도했고, 이에 격렬하게 반발하던 방청객들은 회의장 밖으로 퇴장 당했다.

표결 결과는 7:2. 원안위의 중요한 안건들에 대한 표결 결과는 늘 7:2다. 국회의원 추천으로 들어간 위원이 4명, 그중 야당 몫이 2명. 이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승인에 손을 들었다.

원안위가 원자력 안전을 위한 규제보다는 건설에 앞장서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목도했다. 안전은 나몰라라 한 원안위의 결정으로 고리지역에는 10번째 원전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나마 고리 1호기 가동을 중지하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고리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전밀집지역이 된다. 그것도 반경 30km 이내에 380만 명이 거주하는 핵발전 단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핵발전 단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원전력발전소 건설을 승인한 가운데, 탈핵경남시민행동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7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졸속으로 결정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원전력발전소 건설을 승인한 가운데, 탈핵경남시민행동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7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졸속으로 결정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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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단체들은 전기가 남아돌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발전소 건설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7차전력수급계획의 전력수요예측이 과도하게 되었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고, 이미 지어진 신고리 3,4호기가 없다하더라도 당분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국회보고서도 있었다. 실제로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한겨울인 지난 1월 전력 예비율이 18.3%였는데, 신고리 5,6호기의 건설로 전력용량 2.8%를 더한 것은 명분을 찾기 힘들다.

추가적인 발전소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넘어서, 원전은 너무나 위험하다. 특히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지역에는 활성단층 60여 개가 발견되었으며, 예상 가능한 최대 지진규모는 진도 7.5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진도 6.9에 대비할 정도의 내진설계가 되어있으며, 이는 예측할 수 있는 지진 규모의 20배~30배 이상 낮은 수준으로 설계된 것이다.

그리고 30km반경 내에 380만 명의 인구가 산다는 것은 건설 허용이 불가능한 조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을 건설할 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2만5천 명이 밀집되어있는 지역과 32km~34k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로부터 정관신도시는 11km, 기장읍은 12km, 양산은 24km, 울산 23km, 부산으로부터는 27km 떨어져 있다. 하지만 원안위의 해결방식은 간단했는데, 이 규정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무시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린피스에서는 후쿠시마보다 고리가 더 위험하다고 말하며, 사고가 나면 말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최대의 재앙을 겪게 될 것이다.

게다가 다수호기가 밀집되어 있으면, 위험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다수호기가 있을 경우 인구밀집지역과는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이런 위험은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원안위는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무책임한 말만 던져놓았다. 캐나다 달링턴 원전의 경우 '다수호기의 위험성 평가' 방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 지어진 원전의 준비허가를 보류했는데, 이와 극명히 대조된다.

겨우 9명이 세 번 심의로 결정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 심의'를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 심의'를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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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안위의 결정과정에는 시민들의 의견이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울산시민의 70% 이상이 안전성을 근거로 추가원전 건설을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런 여론은 새롭게 구성된 20대 국회에서도 반영되었다. 장병완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신임 위원장은 원전은 경제적이지도 않고, 원전을 더 짓겠다는 것은 '폭탄돌리기'와 마찬가지라며 추가건설에 부정적인 의견을 비쳤다.

또 지난 20일에 출범한 탈핵에너지 전환 국회의원모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하고 무모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저지를 으뜸가는 의제로 제시했다. 그리고 정의당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심사 중단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부산 울산 경남 시민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불과 9명으로 구성된 원안위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겨우 세 번의 심의를 거쳐 표결을 강행했다.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왼쪽)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표결 강행처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왼쪽)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표결 강행처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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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표결을 왜 강행했나. 민주주의가 잘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표결 강행의 배경은 핵마피아라는 짧은 단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핵마피아라는 단어에는 핵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강력한 카르텔이라는 의미에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는 속성이 포함되어 있다. 2기를 건설하는데 8조6천억 원이 들어가는데, 이로써 이득을 얻게 될 사업자, 관료, 건설업자, 지식인들은 민주주의를 쉽게 무시해왔다.

그들은 조선산업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권 산업에 출구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그럴 듯한 설명도 덧붙이면서 핵발전소 건설에 덧칠을 한다. 그들이 말하는 경제효과란 핵발전소 건설기간 동안에 한정된 시골지역의 깜짝 경기부양에 불과하다. 건설 이후에 지역경제는 더 큰 위기에 빠지고, 지역에는 혐오스런 핵시설만 남고, 주민들은 핵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정작 고리 1호기 폐쇄 이후에 탈핵이나 경제의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했던 원전해체센터는 '기술 수입'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설립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현재 한수원은 원전설계기술 없이 운영기술만 보유하고 있는데, 이로써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기술개발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핵산업은 결국 건설에 수혜자가 한정된 토건사업에 불과하다. 다른 토건사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핵을 다루기 때문에 국가의 지독한 보호를 받는 폐쇄적인 사업이라는 점이다.

원안위가 이런 결정을 하게 것은 핵마피아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며, 가장 핵심적인 세력은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이다. 그리고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원전 인근의, 부산 울산 경남의 시민들 그리고 국민들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이라는 통탄할 결정 앞에 공화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태그:#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노태민, #건설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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