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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영 교수 인터뷰①] "대통령 거부권 행사? '미생물' 국회 만들었다"

개헌론이 20대 국회의 화두가 된 가운데, 앞선 인터뷰에서 협치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이국영(63)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견해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 개헌 논의 방향은 잘못 되었다. 새로운 정치형태 유형인 '협의민주주의'로 정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완전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대표적인 독일파 정치경제학자이자 1990년대 초부터 국회의원 선거에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해온 이 교수를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 선거제도 개혁 전망에 대해 물었다.

이국영(63) 성균관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 완전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국영(63) 성균관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 완전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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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 때문에 비례대표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가?
"국민의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은 밀실 공천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비례대표는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각계각층'이란 사회 각 방면의 여러 계층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당은 국민의 주목을 끌기 위해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특수 분야의 스타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일반 유권자가 3당의 비례대표 명부에서 이름을 빼고 후보자들의 직업, 자산, 소득을 보고서 어느 명부가 어떤 정당 것인지 판별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수백만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진정한 대표는 단 1명도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필수다.

비례대표 후보는 반드시 각급의 진성당원 총회나 당 대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되어도 지금처럼 몇 명 안 되는 심사위원들이나 지도부가 밀실에서 후보명부를 만들면 문자 그대로 계파 간의 싸움은 개판으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비판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이번에도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최다선이 되었다. 그는 과거 비례대표의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비례대표제에 큰 흠집을 낸 사람이 어떻게 비례대표제를 비판하고, 그런 입장이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되니 국민 상당수는 비례대표제의 의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 지난 총선에서 3당 체제가 등장하여 양대정당의 폐단이 완화되어 비례대표제가 확대될 필요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지 않나.
"지금의 3당 체제가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영국에서 2010년 총선에서 자유민주당이 득표율 23%로 하원 650석 중 57석을 얻어, 영국정치에서 보기 드물게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으나 2015년 총선에서는 불과 8석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국민의당도 이와 유사한 운명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대선에서 패배하면 국민의당은 분당하거나 해체될 것이다. 국민의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역으로 새누리당이나 더민주가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런 정당의 이합집산은 현행 헌법과 선거제도 하에서 과거에 되풀이되던 정계개편의 신판에 불과하다."

- 이번에는 개헌이 실현될까.
"쉽지 않다고 본다. 비록 국회의원 다수가 개헌에 찬동하고 있으나 정부형태와 민주주의 유형을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상이몽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합의된 개헌안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개헌에 줄곧 반대해왔지만 국회에 개헌을 양보하는 전략을 선택하여 의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전략도 있을 수 있다.

총선정국에서 친박 실세들이 개헌을 거론했기 때문에, 청와대도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을 경우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고려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혹시 제헌절에 개헌을 제시할지도 모르나, 문제는 개헌의 내용이다. 사실 충분한 명분도 있다. 통일을 대비한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의 개헌논의가 대개 정부형태에 치중되어 있지만, 통일헌법에는 반드시 민주주의 유형문제, 즉 선거제의 규정을 포함한 협의민주주의적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개헌 논의와 관점이 다른 협의민주주의적 요소를 포함시킨 개헌안을 제헌절에 천명한다면, 정부여당은 일거에 레임덕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긴급명령 전략의 유혹과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대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개헌이 논의될까?
"개헌 논의는 대부분 대통령 임기 말에 있었고, 대선의 개헌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 누가 승리하더라도, 새누리당이 비록 다시 제1당이 되었지만 의회의 여소야대 세력관계는 불변이기 때문에 당선자는 합당 아니면 연정을 선택해야 한다. 연정이 구성되는 동기를 다루는 연정론을 보면, 정당들이 연정을 선택하는 동기는 대략 '관직 지향', '정책 지향', '득표 지향'인데, 각 동기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는다."

- 만약 대선 이후 당선자가 연정을 선택한다면, 어떤 동기에 의해 연정이 구성되나?
"관직 지향은 각 정당이 권력, 구체적으로 정부 각료직의 획득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정책 지향은 정당이 장관직보다는 자기 정당의 정책적 이념의 관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득표 지향은 차기 선거에서 득표의 극대화를 위해 연정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일부세력이 총선 직후 연정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정책보다는 관직 지향 때문이었지만, 차기 대선의 득표에 마이너스가 될 우려 때문에 연정 논의는 더는 진전이 없었다. 대선 이후에 연정구성이 정책 지향의 동기로 시도되면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개헌 실현, 쉽지 않다... 선거제 개혁부터 시작해야

정세균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 의장은 "개헌은 이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다"며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정세균 "개헌 20대 국회에서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 의장은 "개헌은 이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다"며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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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면 선거제도의 개혁은 가능한가.
"87년 체제의 수립 이후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호기라고 본다. 또한 선거법 개정은 선거가 임박해서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에, 개헌과 더불어 개헌이 좌절되면 바로 선거법 개정이 확정되어야 한다.

특히 작년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완강히 반대한 새누리당이 그 방식대로 선거를 치렀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를 복기해보면 후회막급일 것이다. 변화된 정세에 직면해서 새누리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차분히 연구해보면 차기 선거에서도 그 제도를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을 것이다.

더민주는 도저히 반대할 수가 없다. 지난 총선 전에 그렇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적극 추진했는데, 정세가 변화되었다고 해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면 안 된다. 국민의당은 정책노선도 그렇지만 선거제도 문제도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총선 직후에 중대선거구제를 거론했는데, 그런 선거제는 이미 일본에서 병폐가 잘 드러나 있고 정치선진국에서는 그런 선거제를 하는 나라가 없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에서 당당히 제2위의 득표율을 차지했는데, 왜 그런 발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개헌에 비해 선거제 개혁에 대한 합의는 훨씬 쉽다. 차기 총선은 아직 시기적으로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험적으로 먼저 실시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된다. 물론 자치단체장의 선출문제도 같이 고려해야 하지만, 선거제만 확정되면 부차적인 문제다."

- 기성 정당이 결국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면 방법이 없나?
"저번 총선에서 개신교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못해 국회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그동안 다양한 정파의 신당들도 선거제도의 벽에 걸려 좌절했다. 시민사회에 잠재해 있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은 앞으로는 기존 선거제도의 콘크리트 벽에 직접 헤딩을 하지 말고 힘을 합쳐 이 벽을 먼저 무너뜨리는 대연합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진보·보수 진영의 원로들은 선거 시기에 어느 한편에서만 서서 훈수를 드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원로답게 서로 소통을 해서 정치개혁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소통하지 않는다고 질책이 쏟아지지만, 진보·보수 진영의 원로들도 정말 소통을 해야 한다. 정치권의 정당들이 제도적 구조 때문에 정쟁에 빠져 있는데, 원로들조차 진영논리에 젖어 편 가르기에 동참한다면 누가 협의와 합의가 발휘되는 사회를 위해 깃발을 들 수 있겠는가."


태그:#비례대표제, #이국영, #개헌, #국민의당,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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