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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2월 26일 가덕신공항 유치 희망지였던 강서구 가덕도 새바지 해안을 배경으로 출마 선언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모습.
 지난 2014년 2월 26일 가덕신공항 유치 희망지였던 강서구 가덕도 새바지 해안을 배경으로 출마 선언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모습.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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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어바웃타임>, <이프온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봤다면 이들 영화의 공통점을 바로 파악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바로 주인공이 과거나 미래로 갑자기 이동하며 겪게 되는 '타임슬립'이 핵심 소재인 영화들이죠.

만약 과거에서 온 자신이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다면 뭐라고 할까요? 영화 속 일이라도 정치인들은 부디 이걸 상상 속에서나 벌어지는 일로 여기진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취재 방식을 조금 바꿔보려 합니다.

27일 부산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가덕신공항 유치 실패에도 "신공항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파기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런 지금의 서병수 시장에게 과거의 정치인 서병수라면 어떤 말을 던질까요? 그가 과거 국회의원 시절 했던 발언을 토대로 이를 재구성해보겠습니다. 

"공약 만들어질 때 타당성, 실현가능성 검토해야"

지금의 서 시장은 부산시청에서 열린 신공항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존 사퇴 약속 대신 "사퇴하지 않겠다"면서 "저에게 주어진 책무는 김해 신공항을 부산시민들이 염원하는 공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서 시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지난 2013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무공천 공약 이행을 강조하며 "정치인들이라고 하는 것은 법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국민에게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관련 기사: "서병수 "무공천 약속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 속이는 것")

지금의 서 시장은 "반드시 '가덕에 신공항을 유치하겠다'는 저의 약속을 다 지키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기자회견을 열었죠. 하지만 과거의 정치인 서병수의 잣대라면 이를 용납할 수 있을까요.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공약 파기 기자회견에 앞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단히 유감이고, 그 결정 과정에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공약이라고 하는 것이 만들어질 때 그 타당성이라든가 실현가능성, 이런 것을 검토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것을 면밀하게 공약을 하고, 대선에 당선된 이후에라도 그 직후에라도 검토를 해서 이 실현가능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발표하고, 그것을 빠른 시간 안에 결정을 했었어야..." (관련기사:서병수 "MB탈당, 더 이상 언급 말아야")

이어 당시 여당 최고위원이던 서 시장은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지경인데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당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공약작성 책임자와 정책 결정 시기를 놓친 정책 책임자도 문책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기사: 與 신공항·과학벨트 파열음 계속..서병수 최고위원 정책책임자 문책 주장)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소신 밝히던 사람 맞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서병수 의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서병수 의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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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 시장의 공약 파기는 야당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27일 성명에서 "친박 실세라는 사람이 이정도 반발이나 논란도 예상하지 못하고 직을 걸었으며 가덕신공항이 무산되자 바로 꼬리를 내리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아마 과거의 정치인 서병수라면 이런 질책 역시도 달게 받아들일 듯합니다. 지난 2011년 1월 친박계 핵심으로 주목받던 서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와 친이계에 대립각을 세우며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야당들이 압박하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기사:  서병수 "정부, 과학벨트 혼란.불신 자초")

지금의 서 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산시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다고 하면 완전히 공약을 파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신공항 입지발표 하루 전인 지난 20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가덕이 아니라는 점에서 밀양으로 결정되는 것과 같다"고 했죠. 서 시장이 '김해공항 확장 불가' 입장을 바꿨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2010년 당시 친박계 대표 선수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서병수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국민에게 한 그런 정책들, 약속한 정책들이 수행을 하다가 계속 이렇게 바뀌고 한다면 그것에 의한 어떤 국가의 손실, 이런 건 엄청날 것"이라며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과거의 그는 당시의 당 지도부와 정권 핵심부를 겨냥해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책임을 진 사람이 있습니까. 없지 않습니까. 이것만 하더라도 아직 우리 국민들이 당을 볼 때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이렇게 할 충분한 근거를 우리가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관련 기사: 서병수 의원, "국민들 회초리 아껴두고 있다…정총리 사퇴해야"


태그:#서병수,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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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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