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도 현실적이어서 더 애정이 가는 <또 오해영> 속 황덕이 캐릭터

지극히도 현실적이어서 더 애정이 가는 <또 오해영> 속 황덕이 캐릭터 ⓒ tvN


'엄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실 환상에 근거해 있을 때가 많다. 수많은 드라마는 이런 환상을 토대로 엄마에 대한 이미지를 창조해왔다. 엄마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감내하며, 죽는 순간까지 자식과 가족을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라도 기다려주는 든든한 존재로 묘사된다. 아니면 극단적인 형태로 자식과 사이가 좋지 않고 관계가 틀어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특별히 엄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아니라면 드라마에서 엄마는 주변 인물에 불과하다. 그런 주변 인물에 특별한 캐릭터를 부여하기보다는 전형적인 엄마 역할을 주는 것이 더 쉽다. 특별히 이야기에 관여하기보다는 그저 엄마로서 해야 할 역할을 다하고 드라마에서 퇴장하는 캐릭터,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거슬리는 캐릭터도 아니다.

tvN <또 오해영>에 출연해 주인공 오해영의 엄마 '황덕이' 역할을 맡은 배우 김미경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영이 엄마처럼 현실적인 캐릭터는 처음"이라며 "실제로는 엄마들이 속 썩이는 딸들에게 욕도 하고 '등짝'도 때리는데, 연기할 때는 한없이 희생적인 엄마가 되려니 답답했다"고 밝혔다. 많은 원로 배우들이 '누군가의 엄마'에서 벗어나길 희망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드라마 속 엄마의 역할이 한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오해영>은 엄마의 모습을 완전히 다르게 그리며 '엄마 캐릭터'의 존재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또 오해영>의 황덕이는 딸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그 애정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감내하지도, 딸과 지나치게 척을 지지도 않는다.

결혼 전날 파혼을 해 구설수의 주인공이 되고도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해영을 보며 "우리 해영이 내다 버립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미친년이에요"라고 남편에게 말하며 해영의 혼수로 장만했던 물건들을 마당에 내놓을 만큼 강경책을 쓰거나, 밥을 먹는 딸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엄마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딸의 행복을 원하면서도 딸의 모습이 꼴 보기 싫은 이중적인 마음을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캐릭터다. 이렇게 현실적인 엄마이기 때문에 파혼의 진실을 알고서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훨씬 더 가슴에 깊게 와 닿을 수 있었다. 주변인물이던 엄마가 이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것은 하나의 큰 이정표로 느껴질 만큼 신선했다.

엄마도 불완전하다

 그동안 '엄마'도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동안 '엄마'도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 tvN


tvN <디어 마이 프랜즈> 속 엄마도 지독히 현실적이다. 딸 박완(고현정 분)과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의 관계는 애증에 가깝다. 애정은 분명히 있지만, 툭하면 집에 찾아오는 엄마는 싫다. 엄마는 딸이 잘됐으면 좋겠지만, 그 애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각종 오지랖과 간섭이라는 형태로 표현한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가끔 딸에게는 너무도 버겁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엄마를 한없는 사랑을 가지고 희생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고, 때로는 두렵고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읊조린다. 간암에 걸린 엄마, 치매에 걸린 엄마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성은 누군가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다. 그 고뇌는 연기자들의 섬세하고 절절한 연기력으로 훨씬 더 공감 가게 그려진다.

엄마로 등장하지만,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똑바로 바라봐준 것만으로도 그 캐릭터에는 엄청난 설득력이 생긴다. 엄마를 엄마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자식들의 한계,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그 애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의 불완전함. 이 모든 것들이 섞여 있는 드라마 안에서 시청자는 그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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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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