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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제8회 퀴어축제에서 LGBT회원들이 시민들에게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 조정훈
26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얼굴에 퀴어를 뜻하는 무지개 모양의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있다. ⓒ 조정훈
"불어라 변화의 바람~~"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성적다양성 등을 알리기 위한 '대구퀴어문화축제'가 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일대에서 열려 다양한 행사와 함께 퍼레이드를 펼쳤다. 보수 기독교단체들은 올해에도 여전히 동성애는 죄악이라며 행사를 방해했다.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열린 이번 축제는 '불어라 변화의 바람-혐오없는 대구! 차별없는 대구! 평등한 대구!'를 주제로 전국에서 1000여 명의 성소수자와 시민들이 참가해 춤추고 노래하며 뜨거운 여름을 즐겼다.

퀴어문화축제는 오후 1시부터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 등을 알리는 부스행사와 노래와 댄스로 즐기는 무대행사, 시내를 돌며 퀴어를 알리는 '자긍심의 퍼레이드' 순으로 진행됐다.

동성로에서 진행된 부스행사에는 '무지개인권연대'와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성소수자부모모임', '대구경북성소수자 인권모임', 영남대 퀴어동아리 '유니크' 등이 참여해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시민들에게 전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청소년 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 정의당 대구시당 성소수자위원회, 노동당 대구시당, 녹색당 대구시당 등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소수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부스행사를 가졌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부스행사장에 놓인 게시판에 "아무도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 "사랑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성소수자를 응원하고 올랜드 총격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글을 붙이기도 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시민들에게 프리허그(Free Hug)를 하며 "성소수자 자녀도 사랑받아야 할 이 땅의 시민"이라며 정상적인 시민으로 대해달라고 호소했고 참가자들은 "사랑으로 차별을 없앨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감사합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26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 조정훈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무대행사에서는 어쿠스틱 솔로인 허곤씨의 진행으로 2시간 30분 동안 노래공연과 댄스가 진행됐다. 공연은 마운틴스, AV 등의 밴드와 회기동 단편선, 허곤 등의 어쿠스틱 솔로 공연, Q캔디의 댄스, 풍물패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행사를 마친 축제 참가자들은 대형 트럭을 앞세우고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퍼레이드는 대구백화점 앞에서 경북대병원을 거쳐 중구청 네거리와 중앙로역 네거리, 반월당 등을 돌아 다시 대구백화점까지 약 4km를 2시간 동안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을 하며 춤을 추거나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축제를 즐겼다. 경북대병원 앞에서는 행진을 멈추고 경북대병원 주차관리원 해고자의 호소를 듣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흑성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민들레분회 주차현장 대표는 "우리도 퀴어축제를 지지한다"며 "해고돼 길거리에 나와 300일이 다 되도록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대구가 보수적인 도시인데 이런 축제가 열린다는 데 놀랐다"며 "무더운 여름 날씨에 딱 맞는 행사이고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새로운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성소수자라는 것을 숨기고 살아와서 많이 불편하고 답답했는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기쁘다"며 "1년 중 단 하루라도 우리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자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맞대응을 하고 있다. ⓒ 조정훈
26일 오후 대구에서 퀴어축제가 열린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보수기독교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 ⓒ 조정훈
26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 무대행사장 옆에 보수기독교단체 회원들이 '예절의 도시 대구에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에이즈 주범 동성애가 왠일입니까'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 조정훈
부스행사와 무대행사,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에서 온 예수재단(대표 임요한 목사), 보수 기독교단체 등의 동성애반대 집회도 열렸다. 예수재단은 무대 뒤편에서 북을 치며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치고 서명을 받았다.

보수 기독교단체 2000여 명은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뒤 대구백화점 인근에 모여 동성애 반대 등을 외쳤다. 이들은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동성애 에이즈 값 국고로 낼 수 없다', '에이즈 감염자 격리수용하라', '동성애의 죄악 하나님의 심판' 등을 외쳤다.

이에 맞서 퀴어 참가자들은 '성소수자 혐오 선동 중단하라', '평등한 사랑! 평등한 권리! 동성결혼 보장하라!', 'HIV/AIDS 혐오를 멈춰라' 등의 피켓을 들고 맞대응하며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26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에 나서려 하자 한 기독교단체 회원이 피켓을 들고 행진을 막기 위해 서 있다. ⓒ 조정훈
26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 퍼레이드에 맞서 보수기독교단체 회우너들이 동성애반대 손피켓을 들고 도로변에 서 있다. ⓒ 조정훈
퀴어축제를 저지하기 나왔다는 김문태씨(56, 달서구 송현동)는 "에이즈의 99.9%는 동성애 때문이고 우리나라 에이즈 환자는 1만 명이 넘는다"며 "에이즈가 급속하게 확산하는 국가에 접어들었는데 이런 행사를 대구시내 한복판에서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태극기를 들고 경남 밀양에서 왔다는 조아무개 목사는 성경 구절을 들며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정신을 버린 인간의 욕망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구약시대에는 돌로 쳐 죽였지만 지금은 신약시대이기 때문에 사랑으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보수교회 목사와 신도 등은 퍼레이드를 따라 걸으며 "동성애 반대" 등을 외치고 일부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행진을 막기도 했다. 일부는 퍼레이드를 막기 위해 길바닥에 주저앉기도 하고 피켓을 들고 막아서기도 했으나 경찰이 끌어내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한편 이날 경찰은 충돌을 우려해 130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경찰은 오후 1시부터 퀴어축제 참가자들과 보수 기독교단체 회원들을 격리하고 충돌을 막았다. 이 때문에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태그:#대구퀴어축제, #성소수자, #동성애, #보수기독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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