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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학생들이 가사리에서 12킬로미터 자전거타기 도전활동을 마치고 기념촬영했다.
 4학년 학생들이 가사리에서 12킬로미터 자전거타기 도전활동을 마치고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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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금), 여수시 진남로에 있는 여수동초등학교(교장 윤남철)를 방문했다. 2015년 72회 졸업생 포함 2만4천명을 배출한 이 학교는 여수지역에 많은 인재를 낳은 곳이다. 여수 중심가에 자리해 수많은 학생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가한 느낌이다.

1939년 한국체류 일본인 자녀들이 다녀 심상소학교라 불렸던 이곳은 해방되던 해인 1945년에 15학급으로 개교했다. 여수동초등학교는 현재 12학급 (학년별 2개 학급)이 있고 유치원 포함 310명이 재학하고 있다. 유치원까지 포함했지만 70년 전 학급수보다 적다.

원도심공동화 현상은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가 겪는 공통된 아픔이다. 여수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대안은 뭘까? '학생,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를 지향하는 전라남도 교육청과 여수교육지원청에서는 무지개학교를 교육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

무지개학교 비전...꿈을 키우는 교실, 행복한 학교

'행복한 학교 감동 주는 여수교육'을 표방한 여수교육지원청(교육장 최성수)에서는 침체된 원도심지역에 소재한 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수동초등학교를 비롯한 초등 13개교와 중등 7개교를 '여수무지개학교 교육지구'로 선정해 교사연수와 예산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여수무지개학교 교육지구에 선정된 학교는 전라남도와 여수시가 MOU를 체결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6억을 지원한다. '소통과 협력, 존중과 배려로 행복한 교육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고 학생의 꿈과 끼를 키워 제 빛깔과 아름다운 향기가 있는 행복한 학교'를 표방한 여수 교육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존중·협력의 학교문화 조성 ▲역량중심 교육과정 운영 및 지원체제 구축 ▲ 원도심 학교 교육력 제고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협력관계 구축

전라남도지정 무지개학교 여수동초등학교

전라남도지정 무지개학교인 여수동초등학교 현관 앞에는 '자기 빛깔 가꾸어 함께 행복한 무지개'라는 표어가 걸려있었다. 오후 3시 반, 수업이 끝난 몇몇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대부분의 교실이 조용하기만 하다. 현관에 들어서니 '4학년 도전활동'으로 자전거타기에 나선 학생들을 격려하고 막 돌아온 교장선생님이 반갑게 손을 내민다.

존중과 협력의 학교문화 형성 방안의 첫째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다. 학교에서는 구성원들의 참여와 지혜를 모으는 '다모임 활동'을 활성화했다. 이를 위해 교직원 다모임(격주), 학생 다모임(전학년), 학부모 다모임,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체육대회에서는 교사주도가 아닌 학생주도의 다모임에서 선정한 종목을 채택하고, 졸업식에서는 6학년 학생들이 내용과 방법을 논의해 결정했다. 뿐만 아니다. 학생다모임에서는 아나바다장터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진행하고, 자기재능 발표대회를 학생들이 신청, 관리, 진행까지 맡자 기획력과 진행솜씨가 날로 달라졌다.

4학년  학생들이 도전활동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환영하기 위해 교문앞으로 나가던 순간에 구령대에서 놀던 학생들과 마주쳤다. 교장선생님과 스스럼없이 농담하는 아이들을 보며 교장의 교육관을 보았다.
 4학년 학생들이 도전활동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환영하기 위해 교문앞으로 나가던 순간에 구령대에서 놀던 학생들과 마주쳤다. 교장선생님과 스스럼없이 농담하는 아이들을 보며 교장의 교육관을 보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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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 운영의 중심엔 학생다모임이 있다. 학생다모임은 전교학생회장단을 중심으로 놀이기구관리위원회, 재능발표위원회, 방송위원회, 동물위원회 등이 있다. "방송사고도 있었지만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사라 너무 즐겁다"고 하는 학생들. 교육은 시행착오를 통해 올바른 궤적을 그리는 것. 느리지만 학생들을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튼튼한 성장의 힘이다.

여수동초등학교 한자리모임의 구성원은 교직원대표, 학생대표, 학부모 대표 및 희망자다. 한자리모임에서는 각 주체별 대표가 모여 교육활동 전반에 관해 협의하고 결정된 사항은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송해경 교무부장에게 학교운영에 대한 애로사항이 무엇인가를 묻자 그녀가 답했다. 

왼쪽부터 윤남철 교장, 송해경 교무부장, 김재현 교감. 
세분의 행복한 미소만큼 학교를  행복하게 꾸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왼쪽부터 윤남철 교장, 송해경 교무부장, 김재현 교감. 세분의 행복한 미소만큼 학교를 행복하게 꾸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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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 독단으로 이뤄진 교육활동이 아니라 집단지성에 의해서 이뤄진 교육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도록 허용해주는 관리자가 있는 게 장점이자 어려움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주체들의 의견을 들어 결론을 도출해야하기 때문에 시간도 걸리고 머리가 조금 아프죠. 하지만 결론이 내려지면 합심해서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교사들이 협의해 시작한 도전활동이 눈에 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학생과 학생과의 협력, 학생과 교사와의 협력을 통해 서로 끈끈한 유대 관계가 형성됐다는 학년별 도전활동은 다음과 같다.

▲유치원생 - 걸어서 학교까지 ▲1학년 - 20리 길 걷기 ▲2학년 - 도전 S보드 ▲3학년 - 생존수영 ▲4학년 - 자전거타기   ▲5학년 - 마라톤 ▲6학년 - 여수 3좌 정복

특히, 5학년  학생들은 지난 5·18민주화운동 36주년기념  5·18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4학년 학생들이 가사리 자전거 2코스 완주를 하고 돌아온 날이다.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 나가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4학년 44명 중 절반이 자전거 탈 줄 몰랐는데, 자전거 탈 줄 아는 학생과 한 조를 이뤄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자전거를 탈 줄 알아 친구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줬던 나혜연 양과 친구 도움으로 자전거를 처음 타본 지민정 학생과 대화를 나눴다.

나해연 : "열심히 가르쳐줘도 잘 타지 못해 처음에는 애 터졌는데 친구가 혼자 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민정 :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해연이가 가르쳐줘서 괜찮았어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재미있었어요"


교직원들과 함께 교문 앞에서 4학년 학생들을 환영해주던 학부모회장 배인희씨를 만나 학생들의 도전활동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4학년 학생들이 12킬로미터 자전거 타기 도전활동을 마치고 돌아오자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교문앞에서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4학년 학생들이 12킬로미터 자전거 타기 도전활동을 마치고 돌아오자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교문앞에서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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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아이들을 성적위주로만 판단하는 데 도전활동은 사회생활하면서 꼭 필요한 것들이잖아요. 4학년인 아들이 포기할까 걱정됐는데 씩씩하게 잘 다녀왔어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배우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협동학습이 좋잖아요."

"2년째 무지개학교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무지개학교를 한 마디로 정의하고 그 효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라고 송해경 교무부장에게 요청하자 의미심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던 것들을 다시 되뇌어보고, 함께 살펴보고, 의미를 찾아가는 많은 일들을 했어요. 하지만 결론 내린 것은 거의 없습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언제 우리가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어 본 적이 있었습니까?

지난 5월 18일 광주에서 있었던 5.18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5학년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지난 5월 18일 광주에서 있었던 5.18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5학년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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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려지는 결론이 없어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보이지 않는 교직원의 성장보다 더 큰 성과가 있을까요? 아직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다모임이 끝날 때마다 후회가 막심하지만 3월과 비교하면 부쩍 자란 학생들의 성장보다 더 큰 성과가 있을까요? 시작할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했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일로 할 말이 많은 학부모의 성장보다 더 큰 성장이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여수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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