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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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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지기 전에 어서 마늘 거둬요!"

엊그제 이웃집아저씨는 우리 마늘밭을 보고 채근하셨습니다.

"좀 더 놔두죠 뭐, 얼마 되지도 않고 좀 더 크게요."
"더 놔둬야 굵어지지도 않아요. 고슬고슬한 날에 바짝 말려서 보관하면 좋지!"

맞습니다. 아저씨 말마따나 이제 더 밑이 굵어지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나는 마늘을 캡니다. 생각보다 쑥쑥 잘 뽑히지를 않습니다. 땅이 딱딱하고, 마늘 뿌리가 힘 있게 땅에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날이 가물면 식물은 뿌리가 더 깊게 내리는 것 같습니다.

호미로 쉽게 캘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삽으로 일궈 캐자니 땀이 비 오 듯합니다. 농사일엔 쉬운 일이 없습니다.

작년 가을 나는 처음으로 마늘 한 접을 심었습니다. 내 딴에는 갖은 정성을 다해 길렀습니다. 밑거름도 충분히 하고, 유황비료도 뿌리고, 비닐을 씌워 보온도 하였습니다. 풀도 메고 물주기도 잘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부족했는지 자라는 게 시원찮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무그늘 쪽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거둔 마늘이 굵기가 고르지가 않습니다. 자잘한 게 많습니다. 그래도 내가 가꿔 거둔 것이라 대견하기 그지없습니다. 거둔 마늘을 마당에 펴 널었습니다. 한 이틀 해에 말려 엮어 보관할 참입니다. 이웃집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이집 마늘 캤네. 자잘하기는 해도 탱글탱글 이쁘네! 어서 끈 가져와요. 내 묽어줄 거니까!"

참 고마운 아저씨입니다. 아저씨는 씨로 쓸 것은 굵은 것으로 골라서 굴비 엮듯 묶습니다. 씨가 좋아야 좋은 마늘을 기대할 수 있다며 씨부터 챙기십니다. 나머진 한 묶음씩 단단히 동여맵니다. 묶은 마늘단을 가위로 이발하듯 자릅니다. 뭐가 생각나셨는지 아저씨가 묻습니다.

"마늘쫑에 붙은 씨는 버릴 거 아니죠?"
"그거 버리지 뭐하게요?"
"똑똑 여문 것은 씨 해봐요!"
"이걸로 씨를 해요?"

아저씨는 마늘쫑 씨마늘을 심으면 조각이 없는 통마늘을 거둔다고 합니다. 통마늘 씨앗은 그 다음해에야 제대로 된 마늘이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시험 삼아 마늘쫑 씨마늘을 골라 심어보기 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처마 밑에 엮어놓은 마늘단을 걸어놓습니다. 마음만큼은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필요할 때 한두 개씩 쏙쏙 빼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아저씨는 우리 아내가 보고 뭐라고 할까 궁금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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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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