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영화 포스터

▲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영화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독일 출신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와 제작자 딘 데블린이 공동으로 각본을 쓴 <인디펜던스 데이>(1996)에서 외계인의 공격으로 지구가 초토화된다는 설정은 걸프전을 모델로 삼았다. <우주전쟁>(1953)과 <지구 최후의 날>(1951)로 대표되는 1950년대 SF 영화들이 핵전쟁의 두려움을 외계인으로 은유한 것처럼 <인디펜던스 데이>는 적의 침공을 이라크와 사담 후세인에서 찾았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SF 장르를 바탕으로 <포세이돈 어드벤쳐>(1972), <대지진>(1974), <타워링>(1977) 등의 1970년대 재난 영화를 결합했다. '재난 SF' 장르의 성격을 지닌 <인디펜던스 데이>는 1996년 전 세계 흥행 1위라는 성적을 거두었고, 백악관이 잿더미로 변하는 장면은 <터미네이터 2>(1991)의 액체로 변하는 로봇, <쥬라기 공원>(1993)의 뛰어다니는 공룡, <타이타닉>(1997)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매트릭스>(1999)의 360도로 회전하는 장면 등과 함께 1990년대 블록버스터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돌아온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1편 이후 시간대를 다룬다. 인류는 외계인의 침공을 물리쳤지만, 많은 사람이 전쟁으로 희생되었다. 지구는 외계인의 우주선과 시체를 연구해서 얻은 기술력을 이용해 큰 성장을 이뤘다. 외부의 공격에 대비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연합군이란 새로운 시스템도 세웠다. 그러나 20년 동안 지구에 숨어 지내던 적들은 계속 자신들의 행성으로 전파를 보냈고, 거대한 우주선과 물체를 들어 올리는 '자가 중력' 기술을 앞세운 외계인들이 지구를 다시금 공격한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영화의 한 장면

▲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영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전편에 이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솔직히 속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2>를 제작하면서 <인디펜던스 데이>를 만들 당시에 불가능했던 것들을 기술의 발전으로 실현할 수 있게 돼 제작을 결심했다, 이 영화는 후속편이기보단 스토리의 연장선이 되는 영화"라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전편이 7월 2일(외계인의 침입), 7월 3일(생존자들이 외계인에 대항할 방법을 모색), 7월 4일(전 인류가 외계인에게 역습)로 구성된 3막 형식의 구조를 가졌다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외계인의 공격을 받는 전반과 반격을 하는 후반으로 짜여있다. 전반부를 장식하는 스펙터클은 지구의 절반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자가 중력' 기술이 맡았다. 후반부는 외계인의 여왕이 거대한 괴수처럼 위용을 드러내는 대목이 압권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에서 규모와 함께 강조한 점은 전편과의 연결고리다. 영화는 시간적인 연대기를 형성하는 것에서 나아가 과거의 영웅들이 재차 전장에 나서는 모습까지 발전한다. 지난 영화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외계인의 우주선 방어막을 해체하는 방법을 알아낸 과학자 데이빗 레빈슨(제프 골드브럼 분)은 지구 방어 기술력의 핵심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미국 대통령으로 전투기를 몰고 지구 수호를 독려하던 토마스 J. 휘트모어(빌 풀만 분)는 이번에도 영웅적인 면모를 보인다. 아들 데이빗 레빈슨에게 "감기 걸리겠다, 들어가"라고 한 말에 외계인 모선에 바이러스를 심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아버지 줄리어스 레빈슨(주드 허쉬 분)과 51구역 연구소를 담당했던 오쿤 박사(브렌트 스피너 분)도 재미를 선사한다.

전편에서 스티브 힐러 대위로 활약한 윌 스미스는 출연료가 맞지 않아 전투기를 시험 운항하던 중에 추락 사고한다는 설정으로 처리되었다(그는 극 중에 사진으로만 나온다). 대신에 부인으로 연기했던 자스민 힐러(비비카 A. 폭스 분)는 다시 만날 수 있다. 아들 역으로 딜런 힐러(제시 어셔 분)가 나와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운다. <헝거게임> 시리즈로 친숙한 리암 헴스워스, 중국의 신성 안젤라 베이비, <팔로우>의 주역 마이카 먼로가 새롭게 가세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그들을 든든하게 받친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영화의 한 장면

▲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영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전편에 이어 "우린 하나가 되어 함께 싸울 것이다"는 주장으로 모든 갈등을 쉽게 해결하는 방식도 이번에도 유효하다. 우주를 지배하는 종족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멍청함을 자랑하는 외계인과 용기 있고, 지혜로운 지구인의 대결 구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몇몇 설정을 구멍으로 보기엔 허술함이 크다. '스피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여왕, 외계 언어를 알아낸 게릴라 대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중국 시장을 너무 의식한 설정도 아쉽다. 전편이 흑인, 유대인, 백인이 힘을 합쳐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으로 인종적인 화합을 보여주었던 것에 비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무능력한 여성 대통령 등 전반적으로 후퇴한 느낌이 강하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은 인상적인 파괴 장면이 없다. 파괴의 신이라 불리는 롤랜드 에머리히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백악관의 파괴 장면, <고질라>(1998)의 뉴욕에 나타난 거대한 괴수, <투모로우>(2004)의 미국을 날려버리는 토네이도, <2012>의 지구를 쓸어버리는 지진과 해일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선뜻 떠오르는 장면이 없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의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20년 만에 돌아온 친구가 반갑긴 한데, 너무 안 좋게 변해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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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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