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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3일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하며 무기 개발 수준을 과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지상대 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 수십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의 모습.
 북한은 지난 23일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하며 무기 개발 수준을 과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지상대 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 수십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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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사]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 전혀 다행스럽지 않다
 
북한이 6월 22일 6차례 시도 만에 드디어 '무수단 나르샤'에 성공했다. 아니 이제는 무수단이 아니라 '화성10'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북한이 공개한 관련 사진을 보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치 '이젠 살았다'고 외치는 듯한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자들의 표정에서 이번 발사의 성공이 북한에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재국가에서 최고지도자의 이런 표정과 행동을 담아 신문에 올린 사진작가는 가히 올해 퓰리처 사진보도상을 수상하기에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그런 표정과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일까? 두 달간 이어져온 무수단 미스터리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되었다.

'무수단'이야? '화성10'이야?

23일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성공이라고 발표를 했다.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발사"라고 하니 갑자기 혼동이 온다. 무수단을 시험발사를 한 것이다?

분명히 우리 국방부는 '무수단(최초 식별한 지명을 원용)'이라고 명명한 미사일이 2007년부터 작전배치 되었다며 2008년부터 국방백서에 명시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시험발사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 한 번도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지만 10년 넘게 가지고 있다가 이제 와서 훈련으로 쏘아보는 것도 아니고 시험발사를 해본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연 무수단과 화성10호는 같은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또 다시 북한의 표현을 빌리면 "현대화한 우리식 탄도로케트의 비행동력학적특성과 안정성 및 조종성, 새로 설계된 구조와 동력계통에 대한 기술적 특성이 확증"이라고 언급하고 있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작전배치된 것이 아닌 개발진행 중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개량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결국 무수단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개발 중인 미사일이라는 건데, 이를 작전배치 됐다고 주장해 온 우리 군의 위협평가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2016년 국방백서는 '작전배치'가 아니라 '개발 중'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화성10'을 쏘았을까? 단순히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무수단'의 때늦은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개량형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보기에는 지난 두 달간 6번의 시도와 5번의 실패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무언가 다른 의도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대목이다. 북한의 발표만 놓고 보면 단순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핵탄두폭발실험'일 것이라는 그동안의 내 소설 같은 예측은 맞았다고 할 수 없다. 발표내용에는 핵탄두폭발실험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북한은 이번 시험결과를 "최대정점고도 1413.6㎞까지 상승비행하여 400㎞ 전방의 예정된 목표수역에 정확히 락탄되였다"고 평가했다. 6차 발사에서 비록 사거리는 400Km이지만 최고고도가 1400km 이상이라는 점에서 정상적인 궤도로 발사할 경우 실제 3000~4000Km 이상의 사거리가 예상된다.

일부 최소 사거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400㎞만 날아갔기 때문에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도 있으나 의도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고각발사를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발전된 기술로, '화성10호'의 미사일 성능 평가 시험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통상적인 발사방식이 아니라 계획된 고각(Lofted)발사였음을 북한 스스로도 밝히고 있어 이번 발사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더욱 궁금증이 커진다.

고각(Lofted)발사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조절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연소종료 시(탄두이탈시)의 자세각을 올리는 방식이다.(여기서 자세각이란 탄도미사일의 발사시 각도가 아니다. 탄도 미사일은 통상적으로 수직으로 세워서 발사한다)

5번의 발사실패가 기술적인 결함 등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통상적인 발사 방식이 아닌 고각발사를 시도한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북한은 고각발사를 한 이유에 대해 "탄도로케트의 최대사거리를 모의하면서도 주변국가의 안전에 사소한 영향도 주지 않기 위해서"라며 '화성10'의 미사일쪽 능력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대기권 재돌입 상황을 언급하고 있어 고각발사를 한 이유가 단순히 최대사거리와 안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이번 실험을 통해 북한이 ICBM급 핵탄두의 대기권재진입 기술 확인에 성공했다면 거리상으로 이미 미 본토까지 도달 가능한 인공위성을 발사한 발사체 은하(광명성)가 있다는 점에서 결합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언급한 "재돌입구간에서의 전투부 열견딤특성과 비행안정성도 검증"만으로 ICBM급 핵탄두의 대기권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ICBM급 핵탄두의 대기권재진입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탄두가 대기권진입 후 정해진 일정고도에서 정확하게 폭발하는 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을 지난 3월 김정은이 지시한 핵탄두폭발실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북한 발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이번 시험발사 시  탄두폭발실험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실패했을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시험은 3월 핵탄두폭발실험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김정은 지시에 대한 절반의 성공이고 절반의 실패라는 점에서 추가 미사일 시험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의 '화성10' 집착 

그런데 북한이 지난 두 달간 '화성10' 발사에 매달린 이유를 3000~4000km의 탄도미사일 성능확인과 핵탄두의 대기권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한 것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번 미사일 발사 성공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잘 나타나 있다.

본질적으로는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전후해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마무리하여 강력한 핵무력을 손에 쥐고 모라토리움(유예) 카드로 대내외적인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당대회 이후 결정사항들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이루는 동시에 '안보에서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마무리해야 할 과제였던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조선신보(2016,6,23)를 통해서도 "미사일 등 핵무력강화 목적은 경제강국 건설"이며 "미사일 능력 입증됐으니 미국의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이런 의도를 분명히 이야기 하고 있다.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태평양작전지대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되였다"고 한 것에서 핵전력의 목표를 전략적운용(국가목표 타격용)에서 작전전술적(군사목표 타격용) 운용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핵공격 목표와 대상을 1차로는 괌을 염두에 두지만, 더 나아가 한반도와 인근 미군주둔기지로까지 확장하는 데 필요한 핵전력의 다양성과 고도화를 위한 시험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화성 10'발사는 ICBM급 탄두의 대기권재진입 기술개발도 목표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미 본토 공격이라는 응징적 억제전략(전략적 억제)과 함께 현실적인 거부적 억제전략(작전/전술적 억제)도 병행해 미국 워싱턴을 압박해 나가려는 의도가 녹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과연 그것도 북한의 계산법과 생각처럼 될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막이 내릴 줄 알았던 무수단 미스터리는 다시 시작된 것이다.

To be continued. I'll be back.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동엽은 해군사관학교와 해군대학을 거친 해군장교였다. 2006년부터 6년 동안 국방부 북한 분석관으로 활동했으며, 2011년 중령으로 예편한 뒤에는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에서 북한핵과 미사일, 군사 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태그:#한반도, #미사일, #무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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