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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당산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는 종의 이름이 아니다. 당나무라고 불리며, 토속신앙 중 마을을 지키는 신적인 존재로 제사를 지내는 곳을 의미한다. 보통 오래 사는 나무들을 마을에서 정한다. 마을 어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등 오래 살며 커다란 나무가 당나무가 된다.

당나무는 도시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아직 남아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수령도 수백 년에 이른다. 시골에서는 아직 당나무에 보름제 등의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마을을 지켜준다는 믿음을 주는 나무인 것이다.

커다란 나무그늘과 위엄이 나를 지켜 줄 것 같은 신뢰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들 통행이 잦은 곳에 심어진 당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 있고, 정자가 자리하면서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당산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다. 마을 사람들의 정취를 담아내고 있으며, 사랑방이기도 하고, 수호신이기도 하다. 미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백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마을 역사와 문화, 사람들 삶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3월 당산제를 진행한 마을의 나무 당산제를 크게 지내며 홍보하고 있다.
▲ 3월 당산제를 진행한 마을의 나무 당산제를 크게 지내며 홍보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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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당나무를 사람만 믿는 것은 아닌 듯하다. 커다란 당나무에는 많은 새들이 번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찌르레기, 후투티, 물까치 등 다양한 새들이 둥지를 튼다. 사람을 경계하는 새들이 인적이 많은 당나무에 둥지를 트는 것은 참 의아한 일이다.

새들 역시 믿음이 있어서는 아닐까? 필자는 마을 어귀에 자라고 있는 커다란 당나무에서 약 10쌍 이상의 찌르레기가 번식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잘려진 당나무에 둥지튼 찌르레기 찌르레기가 세종시에서 잘려진 당나무에 둥지를 튼 모습
▲ 잘려진 당나무에 둥지튼 찌르레기 찌르레기가 세종시에서 잘려진 당나무에 둥지를 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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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이런 당나무에서 평소 볼 수 없는 천연기념물을 만났다.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가 우명동 당나무에 둥지를 튼 것이다. 지난 23일에 만난 솔부엉이는 '천연기념물 제324-3호(1982.11.04.)'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종이다. 매와 비슷한 모양의 부엉이라서 매부엉이라고 불리는 솔부엉이는 평소에도 관찰하기 어려운 종이다.

당산나무에 앉은 솔부엉이 솔부엉이가 내려보고 있는 모습
▲ 당산나무에 앉은 솔부엉이 솔부엉이가 내려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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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인근 숲에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인적이 많은 당나무에 둥지를 튼 사례는 본 적이 없다. 당산나무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솔부엉이는 평화로워 보였다. 얼키설키 만든 솔부엉이 둥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알과 새끼의 부화 여부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솔부엉이는 작은 곤충들이나 양서류 등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이는 당나무 인근에서 이런 먹이들을 잘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인가와 농경지 야산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때문에 사람이라는 적의 개념 없이 당나무에 안착하여 번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야가 확보된 당나무가 오히려 번식조건에 잘 맞는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골짜기에 형성된 작은 마을에는 이처럼 사람과 생명이 공존하고 있었다.

대전 목동의 당산나무가 죽은 모습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당산나무였던 버드나무를 보전하기로 했지만, 아파트건설이후 환경이 나빠지자 2015년 죽었다.
▲ 대전 목동의 당산나무가 죽은 모습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당산나무였던 버드나무를 보전하기로 했지만, 아파트건설이후 환경이 나빠지자 2015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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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당산나무를 점점 보기 어려워진다.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은 나무들의 경우 개발을 목적으로 훼손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나무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당산나무들이 사라지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당나무가 사라지면서 동식물에 대한 동경과 공존도 모색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미신을 믿으라는 것은 아니다. 자연과 함께 해온 나무의 삶과 함께 한 사람들의 기록이 나무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는 말이다.

아무튼 당나무에 둥지를 튼 솔부엉이는 당나무와 함께 우명동의 수호신이라 여길 가치가 충분한 귀한 새이다. 이런 자연의 역사가 마을 역사가 되기를 바라며 몇 자 적어 본다. 당나무에 둥지를 튼 솔부엉이가 올 한해 무사히 새끼를 키워내고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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