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처럼 1년만에 같은 무대에서 다시 재회했다. 국가대항전에서 첫 황제 대관식을 꿈꾸는 리오넬 메시가 넘어야할 마지막 관문으로 칠레가 확정됐다. 바로 지난해 코파 결승에서 메시와 아르헨티나에게 아픔을 줬던 팀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메시에게 국가대항전 우승은 풀지못한 마지막 숙제와도 같았다. 물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연령대별 대회였고, A대표팀이 출전하는 월드컵이나 코파같은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는 것은 메시의 커리어를 감안할 때 옥에 티였다. 이미 클럽무대에서 20대에 벌써 역대 어느 전설도 도달하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쌓은 것에 비하여 마라도나나 펠레같은 선배들보다 유일하게 2% 부족했던 부분이다.

아르헨티나는 93년 마지막 코파 대회 우승을 끝으로 최근 23년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이 기간 준우승만 무려 4번이었다.항상 모든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거론되었으며 심지어 동시대 최강의 슈퍼스타인 메시까지 보유했던 아르헨티나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특히 메시는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5 코파에서는 2년 연속 결승에서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이 더 배가 됐다.

메시는 이미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에이스이자 주장이다. 초창기에는 바르셀로나에 비하여 대표팀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 2년여간 그런 논란은 이미 옛말이 됐다. 메시는 브라질월드컵과 작년 코파에서도 연거푸 대회 최우수선수(토너먼트 활약상 논란의 여지가 있긴 했지만)로 선정되며 국가대표팀에서도 명불허전임을 증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탈세 논란과 평가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초반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벌써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조별리그 2경기를 벤치에서 출장했고 선발출전은 8강부터였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도움은 벌써 2011, 2015년 코파에 이어 3회 연속 1위가 유력하고 득점도 2위에 올라 있어 양대 부문 동시 석권까지도 가능하다. 현재 득점 1위가 바로 결승상대인 칠레의 에두아르도 바르가스(6골)로 메시와는 한골 차이다. 최종전은 바르가스와 메시의 득점왕 경쟁과도 맞물려있다.

메시가 만일 코파 우승컵을 차지한다면 펠레나 마라도나를 넘어섰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상 이미 클럽무대에서는 이들 이상의 업적을 세운 지 오래인 메시지만, 유일한 아쉬움이었던 국가대항전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코파가 비록 월드컵만큼은 아니지만 대륙선수권으로 그 권위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데다 올해는 북중미까지 포괄하는 역대 최대 수준의 규모로 확대되며 100주년 우승의 상징성은 더욱 커진다. 올시즌 개인기록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서 다소 격차가 벌어진 라이벌 호날두와의 발롱도르 경쟁에서 있어서도 큰 변수가 될수 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 대선배이기도 한 마라도나는 최근 펠레와의 대화도중 메시를 가리켜 '착하지만 리더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한 발언이 유출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물론 비하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실 메시의 리더십에 대한 논란은 그전부터 심심찮게 제기되었던 문제였다. 그러나 만일 메시가 주장 완장을 차고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 수 있다면 그의 리더십과 키리스마 둘러싼 의구심도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물론 칠레도 호락호락 메시의 대관식을 위한 들러리가 되어줄 생각은 없다. 브라질과 우루과이가 쇠퇴한 지금, 칠레는 남미 축구에서 그나마 아르헨티나와 패권을 다툴수 있는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도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로 제압하며 사상 첫 우승과 함께 남미축구의 강자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여기에 2년 연속 결승진출이라는 성과로 지난해 우승이 '개최국 프리미엄'이었다는 폄하도 완전히 불식시켰다.

칠레는 선수들 전원이 활동량이 뛰어나고 역습이 날카로운 팀이다. 득점왕에 도전하는 바르가스를 비롯하여, 실질적인 에이스로 꼽히는 알렉시스 산체스(3골)와 아르투도 비달(2골)까지 언제든 한 방을 날릴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메시없이도 칠레를 2-1로 제압히긴 했지만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토너먼트에서는 또다른 우승후보로 꼽히던 멕시코(7-0)를 충격적인 스코어로 완파했고 콜롬비아(2-0)마저 잇달아 무실점으로 제압하며 승승장구했다.

아르헨티나의 불안요소는 결승전을 앞두고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준결승을 전후로 에세키엘 라베치, 앙헬 디 마리아,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 마르코스 로호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하나같이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던 선수들이다. 이들이 설사 출전하더라도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라면 아르헨티나의 우승 도전에는 큰 지장이 생긴다. 그만큼 팀의 에이스인 메시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수밖에 없다.

어쩌면 우승에 대한 부담이 큰 쪽은 아무래도 아르헨티나다. 만에 하나 또 칠레에 막혀 3년 연속 메이저대회 준우승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아르헨티나가 받을 정신적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오히려 칠레가 더 도전자의 입장에 가까운 분위기다.

메시의 대관식을 향한 세 번째 도전은 이번엔 '칠레산 고춧가루'를 넘어 해피엔딩으로 마감할수 있을까. 양팀의 결승전은 27일 오전 9시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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