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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오픈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란 리본 등 세월호 추모 물품들.
 한 온라인 오픈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란 리본 등 세월호 추모 물품들.
ⓒ 박주민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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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상처가 상품화되고 있다."

세월호 추모 민심을 이용한 일부 업체의 '장삿속'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2일 노란 리본 배지, 팔찌, 가방걸이 등 세월호 추모 물품들이 온라인 마켓에서 10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업체는 판매 수익금을 세월호 관련 장학재단에 기부한다고 해놓고 실제 1년 전 물품 기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팩트>가 '세월호 장삿속'의 진실을 팩트체크했다.

원가 10배 폭리, 판매수익금 기부 약속도 제대로 안 지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 등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노란리본 배지나 가방고리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런데 옥션, 쿠팡, 인터파크,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선 노란 리본 가방 고리가 2개에 3000원, 배지는 1개당 3000~4000원에 팔리고 있다.

박주민 의원실과 4.16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스펀지로 만든 가방고리 원가는 30~40원 정도고, 금속으로 만든 배지는 350~370원 정도이다. 판매업자들이 원가보다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50배 이상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월호 기념 물품을 판매하는 A업체 관계자는 "제작 수량에 따라 제품 원가에 차이가 있고, 판매 비용 등을 감안해 다른 배지들도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판매 수익금을 세월호 관련 장학재단에 기부한다고 밝혀 마치 비영리 목적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상품 설명에 "여러분의 착한 마음을 모아 판매 수익금은 4월 14일 발족하는 세월호 장학재단에 기부할 예정입니다"라면서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전달해 주세요"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박주민 의원실에서 지난해 4월 출범한 재단법인 4.16단원장학재단에 확인했더니, 이 업체가 1년 전 기부한 건 배지 800개와 볼펜 1천 개가 전부였다. 지금도 한 오픈 마켓에서만 수천 개씩 팔리고 있는 제품 판매 수익금으로 보기엔 터무니 없이 적은 규모다.

A업체 "돈 안 받아 물품 기부"... 장학재단 "물품 요구한 적 없어"

노란 리본을 비롯한 세월호 추모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A업체는 판매수익금을 세월호 장학 재단에 기부한다고 밝혔지만 1년 전 물품 기부가 전부였다.(왼쪽) 이 업체는 <오마이뉴스>에서 찍은 노란 리본 배지를 단 프란체스코 교황 사진도 도용했다.
 노란 리본을 비롯한 세월호 추모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A업체는 판매수익금을 세월호 장학 재단에 기부한다고 밝혔지만 1년 전 물품 기부가 전부였다.(왼쪽) 이 업체는 <오마이뉴스>에서 찍은 노란 리본 배지를 단 프란체스코 교황 사진도 도용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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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A업체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2014년부터 일반인들 요청으로 4.16 추모 배지를 주문 제작했는데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도 있어 직접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판매수익금 기부처를 찾던 중 4.16단원장학재단이 발족한다는 얘기를 듣고 경기도교육청을 통해 기부 의사를 밝혔는데 재단에서 준비가 덜 되 돈으로 받기는 어려우니 물품으로 달라고 해서 대신 물품을 기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과 장학재단쪽 얘기는 달랐다. 4.16단원장학재단 관계자는 "우리가 돈을 받을 수 없어 물품 기부를 먼저 요구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업체 쪽에서 먼저 물품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1년 전 물품 기부 이후 추가 기부 행위도 없었다. 이에 A업체 관계자는 "6월 말 결산이 나오면 상반기 수익금을 기부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품 판매량이나 기부금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란 리본에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무료로 나눠주는 상징물을 판매하는 것은 사비와 정성을 들인 봉사자들과 유가족들의 순수한 뜻을 퇴색시키는 일"이라며 "판매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도 "세월호 추모 물품을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겠지만, 원가보다 10배 이상 폭리를 취하면서 마치 판매 수익금을 세월호 유가족이나 장학재단 등에 전달하는 것처럼 속이는 행위는 용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A업체는 심지어 세월호 상품 설명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단 프란체스코 교황을 찍은 <오마이뉴스> 사진을 무단 도용했다. 상품 판매와 같은 영리 목적에 취재 사진을 이용하려면 <오마이뉴스>에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도 이런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 업체에서 구입한 노란리본 배지를 아이 유치원 가방에 달아준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에게 앞으로 믿을 수 있는 좋은 나라이길 바라요"라는 구매 후기를 남겼다.

이 업체는 세월호 추모 물품을 온라인으로 보급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세월호 유가족과 추모객에게 더 큰 생채기만 안기고 말았다. 현재 A업체는 온라인 마켓에서 세월호 추모 물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태그:#세월호, #박주민, #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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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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