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바른지역언론연대

관련사진보기


이창훈(34)·양승희(33) 부부는 원주중앙시장 2층 사람들로부터 '꿈 앤 꼼' 이라고 불린다. 이창훈 대표가 운영하는 '꿈'과 양승희 대표가 운영하는 '꼼'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부부가 가게를 나란히 오픈한 것은 3개월 전. 두 사람은 각자의 재능과 꿈을 중앙시장 2층 소박한 가게에 담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꿈'은 혼자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는 큐브스테이크 전문 주점이다. 각종 피규어를 진열해 꾸민 내부 인테리어와 자리마다 놓은 미니 화구가 이색적이다. 이 대표는 외식 프렌차이즈 B사 본사와 강원지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그러나 번듯한 직장이라 해도 과연 언제까지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고, 요리에도 관심이 있어 기회가 되면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3월 강원지사에서 다시 서울 본사로 근무지 이전 발령을 받았고, 이 대표는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

바로 다음 달인 4월 아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4살 첫째와 막 태어난 둘째를 아내에게 맡긴 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순 없어 퇴직을 결심한 것. 이후 이 대표는 육아에 동참하면서 어떤 일을 해볼까 연구하며 휴식 시간을 가졌다.

얼마 후 이 대표 부부는 원주중앙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단이 지원하는 청년 창업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처음에 이씨는 재능이 많은 아내 양씨에게 창업을 권유했고, 1차 모집에서 선정돼 양씨의 창업 준비를 도왔다.

그런데 창업 준비를 함께 하며 변화하고 있는 중앙시장을 보니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 마침 청년창업자 2차 추가 모집 공고가 뜨자 지원을 결정했다.

원주 토박이인 이 대표는 "학창시절 중앙시장 인근 시내에서 놀았던 추억이 있어 최근 중앙시장의 변화가 반갑고, 다시 청년들의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서울 본사에 재 발령 받았을 때 올라갔다면 승진 등 좋은 기회가 있었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른 일에 도전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가게와 붙어있는 아내 양 대표의 공방 '꼼'은 핸드메이드 페브릭 제품을 주문 제작하는 곳이다. 원하는 디자인과 원단을 고르면 취향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대로 제작해 준다.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 양 대표는 국내 4대 핸드백 브랜드 M사에서 가방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그러나 남편이 3년 전 강원지사로 발령을 받으면서 부부가 고향인 원주로 돌아오게 됐고, 최근까지 핸드메이드 공방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했다. 양 대표는 디자이너로 일해 온 재능을 발휘해 두 가게 상호 BI와 명함, 홍보 전단 등을 직접 디자인했다. 두 가게를 꾸미는 데에도 양 대표의 아이디어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또한 양 대표는 시장에 자신의 가게를 창업한 것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부모님이 25년간 시장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기 때문. 양 대표의 부모님인 이정란(59)·양기백(63) 대표는 중앙시장에서 문화의거리로 이어지는 사이골목 중원시장에서 '원주반찬'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25년 전 당시에는 반찬을 사 먹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전통시장에서는 최초로 등장한 반찬가게였다. 이후 원주반찬 주변으로 다른 반찬가게들이 하나 둘 생겨났고, 지금은 반찬가게가 꽤 모여 있는 골목이 됐다.

양 대표 부부의 창업을 누구보다 반가워한 것 역시 양 대표의 부모다. 또한 양 대표 부부에게는 부모님의 조언과 도움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양 대표는 "부모님과 거의 매일 서로 가게를 오가고, 부모님 가게 주변 사장님들께서 우리 가게를 거의 다 아신다"며 "매일 아침 10시 30분에 남편과 함께 나와 가게 문을 여는데 열심히 한다고 격려해주시고 좋게 봐 주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앙시장에서 창업한 청년 상인들이 내 가게 뿐만 아니라 오픈 시간을 맞추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등 '시장'의 발전을 생각하며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창업을 지원해 주는 것이나 지금처럼 이슈를 만들어 주는 사업단의 노력은 잠시 뿐, 한 번 시장을 찾은 사람들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청년 상인들은 서로 소통하고 돕는 노력들을 해 나가고 있는 만큼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원주, #원주투데이, #원주시청, #이창훈, #양승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지역언론연대는 전국 34개 시군구 지역에서 발행되는 풀뿌리 언론 연대모임입니다. 바른 언론을 통한 지방자치, 분권 강화, 지역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활동합니다. 소속사 보기 http://www.bj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