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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곧 비를 뿌릴 것처럼 잔뜩 찌푸리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비가 오네요. 시원하게. 비가 온다고 집 밖에 나갈 수 없어도 속상해 하지 말아요. 비 그림책을 읽으면 되니까요. 마음이 촉촉해지는 그림책 한 권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걸요.

<비오는 날> 유리 슐레비츠, 시공주니어

비오는 날, 유리 슐레비츠, 시공주니어
 비오는 날, 유리 슐레비츠, 시공주니어
ⓒ 유리 슐레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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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연두, 하늘색 이렇게 딱 세 가지 색만 쓰고도 어쩜 이렇게 비의 세계를 잘 표현했을까요. 수채화로 겹치고 겹친 채색 방식과 테두리를 처리한 방식이 비 오는 날에 느껴지는 감성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다락방에 앉아 빗소리를 듣던 소녀의 머릿속에도 이런 풍경이 펼쳐졌을 것 같아요. 작은방에서 시작해 바다 멀리까지 우리를 데리고 가주는 이 그림책은, 비 오는 날이 아무것도 못하는 답답한 날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비가 그치면 꼭 창가에 화초가 움트길, 이미 우리 마음 속에 무언가가 움트길.

<비가 오면>, 신혜은 글 최석운 그림, 사계절


비가 오면, 신혜은 글, 최석운 그림, 사계절
 비가 오면, 신혜은 글, 최석운 그림, 사계절
ⓒ 최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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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신발은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말이 있지요. 그렇다면 좋은 책은 어떤 책일까요? 좋은 책은 우리를 책 속으로 데리고 가 주는 책이 아닐까요?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책 안에 폭 빠질 수 있게요.

<비가 오면>은 그래서 좋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펼치자마자 비 오는 어느 날 교실에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왁스로 바닥 청소를 하고 실내화를 신고 다니던 그때, 수업을 마치면 친구들과 미끄럼틀에서 놀다가 집에 가던 그때로 말이죠.

짧은 거리나마 비를 맞고 뛰어오면서 비 오는 날 한 번도 데리러 오지 않은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그 때문에 어린 시절 비 오는 날 추억이 많아서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책 속의 친구들은 제 나이가 되면 이 날을 어떻게 떠올리려나요.

<빗방울이 후두둑> 전미화, 사계절

빗방울이 후두둑, 전미화, 사계절
 빗방울이 후두둑, 전미화, 사계절
ⓒ 전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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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비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옷이 젖는 것도 싫고, 기분이 처지기도 하고, 불편한 것도 많이 생겨서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딱 하나 좋은 점은 비는 모두에게 똑같이 온다는 것이죠. 키 큰 사람도, 키 작은 사람도, 뚱뚱한 사람도, 날씬한 사람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비가 쏟아지는데 별 수 있나요? 그냥 똑같이 맞을 수밖에요.

역시 비 오는 날입니다. 그런데 이 날 내리는 비는 이슬비도 아니고, 안개비도 아니지요.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입니다. 게다가 바람도 엄청나게 불고요. 저런 우산까지 뒤집어지고 말았어요. 누군들 이런 비를 이겨낼 수 있겠어요. 조금이라도 덜 맞으려고 애를 쓰다가 된통 당하지 말고, 이런 날은 그냥 비를 맞는 건 어때요.

<노란 우산>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보림

노란 우산, 류재수, 보림
 노란 우산, 류재수, 보림
ⓒ 류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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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림책에 이 책을 빼놓을 수 있나요? 이 책에는 동명의 곡이 CD로 제작되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곡이 없이도 책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집을 나선 노란 우산, 그다음 만나게 되는 파란 우산, 골목길에서 나타난 빨간 우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생생한 색들의 우산이 회색빛의 비 내리는 거리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지요. 음악 소리뿐인가요? 비가 땅에 닿는 소리, 우산에서 튕기는 소리, 발자국 소리, 기차 건널목의 알림 소리 등 소리는커녕 글도 한자 없는 책인데 다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산들이 다 함께 모여서 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마지막 장면을 꼭 확인해보세요.

<이상한 엄마>, 백희나, 책 읽는 곰

이상한 엄마, 백희나, 책 읽는 곰
 이상한 엄마, 백희나, 책 읽는 곰
ⓒ 백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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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이상한 책이에요. 이상한 엄마가 나오고, 이상한 음식들도 나오고, 이상한 상황들이 이어지지요. 그래서 이상하게 좋은 책입니다. 참 이상하죠. 서울에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날, 호호가 열이 많아 조퇴를 했습니다. 엄마는 일하는 중이었어요. 호호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엄마는 엄마의 엄마에게 호호를 봐달라고 전화를 했는데, 글쎄 이상한 엄마에게 연결이 되었지 뭐예요.

이상한 엄마도 뭔가 이상했지만 구름을 타고 일단 호호를 돌봐주러 갑니다. 그리고 달걀국과 달걀 프라이로 호호를 따뜻하게 해줍니다. 이상한 엄마가 엉뚱하게, 하지만 정성스레 돌봐주었으니 호호는 좀 낫지 않았으려나요. 어떤 엄마에게는 이런 이상한 엄마라도 정말 절실할 때가 있겠죠. 그림책의 하루 종일 비 내리는 서울만큼, 보는 내내 마음이 촉촉해지는 그런 그림책이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야기꽃 블로그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비오는 날

유리 슐레비츠 지음, 강무홍 옮김, 시공주니어(1994)


태그:#그림책, #비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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