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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화융성'으로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2013년 12월 '문화기본법'이 제정됐고, 2014년 그후 1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됐다. 국회에 8년간 계류하다 폐지된 법이 연거푸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의 의미는 지역의 문화주체들에게 정책ㆍ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생활문화진흥원'이 출범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 8조(생활문화시설의 확충 및 지원)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활문화시설의 확충에 필요한 지원과 시책을 강구해야한다'이다.

부평구문화재단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 공모에 선정돼 부평아트하우스에 생활문화센터를 조성, 올 11월께 개관할 예정이다. 조성에 앞서 지역 주민들의 자율적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공동체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전문가와 지역민이 함께 논의하고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두 함께 만드는 부평생활문화센터'라는 주제로 올해 상반기 부평문화포럼을 지난 14일 부평아트하우스 아카이브실에서 열었다.

서로 이웃이 되고 격려와 지지를 하는 공동체

'부평생활문화센터의 역할 찾기'라는 주제로 열린 1회차 포럼은 발제자 3명과 지정토론자 4명의 발언 후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첫 발제를 맡은 고영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전통문화과 사무관은 '생활문화센터 정책흐름 및 방향'이란 주제를 발표하면서 "생활문화센터가 지역문화 융성의 주요 거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4월에 문화융성위원회 회의를 했는데 중점과제가 생활문화센터 운영 활성화였다"라며 생활문화센터가 지역주민의 자생적 문화 활동에 중요한 곳임을 강조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문화정책으로 생활문화 공간 조성과 활성화, 개인이나 동호회의 발표나 교류의 장, 지역 기반 인력 양성 등을 설명하며 "생활문화센터가 유휴시설을 활용해 리모델링을 하기에 도시재생사업과 밀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 부처별로 협력하고 있는 사례도 들려줬다.

그는 "생활문화센터 사업 3년째인 올해 현재 센터 당 월 평균 900여명의 주민이 방문하고 있고 동호회 회원은 450여명이다. 활동하는 동호회 수는 (센터 당) 평균 13개이고, 프로그램 참여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39점으로 지역주민의 인지도와 참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혜자 문화디자인 자리 대표는 "생활문화란 지역주민 스스로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 일상적으로 참여해 만드는 문화적 활동"이라 정의하고, 여기에서 강조점은 '스스로'라고 덧붙였다. 또한 생활문화가 대두되고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강조하는 이유 두 가지를 살펴야한다고 했다.

"두 가지 이유는 패러다임과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이다. 현대사회는 세계화·도시화·양극화·지역화·노령화·정보화·다원화됐다. 통제와 지시가 가능했던 국민이 자기욕망을 드러내는 문화적 주체로 자리했다.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는 게 중요하다. 또한 한국인의 삶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경제력은 세계 13위이지만, 행복지수는 26위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청소년 자살률도 높고 기타 부정적 지표가 많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생활문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이어서 최 대표는 생활문화센터가 ▲마주치고, 말 걸면서 이웃이 되는 장 ▲누구나 가르치고 배우는 상호작용의 장 ▲일상의 주인공이 되는 장 ▲공동체적 격려와 지지가 있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부평생활문화센터가 지역 주민 스스로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기회와 계기를 만드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상진 성북문화재단 문화기획팀장은 "경기도 성남에서 9년간 사랑방 문화클럽 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하면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지원 방안'에 대한 발제를 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 팀장은 "동호회의 활동양상은 세 가지다. 교육을 받으며 연습하는 단계, 무대에서 발표하는 단계, 그 다음이 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헌활동을 하고 싶은 단계다. 센터는, 연습이 필요한 동호회엔 연습공간을 주고, 발표가 필요한 동호회엔 발표 기회를 주어야 하며, 공헌활동의 요구가 있는 동호회는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생활문화센터와 지역 문화재단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생활문화 활동은 동호회만 하는 게 아니라 개인도 한다. 개인 문화 활동은 관심을 못 받았는데 개인의 소외와 고독의 문제가 대두되는 사회에서 개별적 문화예술을 묶어주는 역할을 생활문화센터가 해야 한다"며 프라모델(=플라스틱 모델의 줄임말로 실제 사물을 일정비율로 줄여 조립·도색하는 것)을 하는 개인들을 연결해 전시회를 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생활예술인도 창작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생활문화도 창작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부평에서 먼저 시작해 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서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공공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학교폭력이나 동물복지, 노인문제 등 다양한 지역사회의 관심사를 생활문화네트워크 활동으로 연결하는 것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생활문화센터 운영과 관련해 "공공의 공간임에도 몇몇 동아리가 선점하거나 독점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준을 정해야한다. 센터 공간위원회나 운영위원회를 꾸려 함께 논의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훈련의 장

 '모두 함께 만드는 부평생활문화센터’를 주제로 한 올해 상반기 부평문화포럼 1회차가 지난 14일 부평아트하우스 아카이브실에서 열렸다.
 '모두 함께 만드는 부평생활문화센터’를 주제로 한 올해 상반기 부평문화포럼 1회차가 지난 14일 부평아트하우스 아카이브실에서 열렸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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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생활문화 활동을 하거나 생활문화센터 운영 경험이 있는 토론자들의 생생한 발언이 쏟아졌다.

김영현 유알아트 대표는 "어디서부터가 생활문화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생활문화를 의식주나 일과 놀이 등으로 정의했는데 현재는 이런 게 사라지고 예술중심의 내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생활문화공동체나 생활문화센터가 어느 내용까지 담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센터는 두 가지를 지향해야 하는데 보편성과 특수성이다. 문화공간에서 만들어내는 보편적 프로그램으로 문화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그 지역만의 특수한 문화와 관계, 수요를 반영하는 특수성이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센터는 주민들의 생활밀착형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부평아트하우스는 주민들의 일상 생활공간과 좀 멀리 있어서, 주민들이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제안했다.

임승관 문화바람 대표는 생활문화센터가 왜 필요한지, 시민에게 문화예술이 왜 필요한지, 생활문화가 왜 부각하고 있는지를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인 원인을 '경쟁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쟁 패러다임으로는 우리 삶이 나아질 리도 자살률을 낮출 수도 없다. 제 3의 영역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생존가치보다 자기표현의 가치를 우선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생존가치가 보장됐을 때 자기표현의 가치가 이어 진다는 거다. 생활예술도 문화적 가치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생존가치를 품고 가야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생활문화센터 공간 이용의 자발성과 자생성에 대해서는 브라질의 '뽀루뚜알레그리'의 사례를 들었다. 임 대표는 "그 도시에서 참여예산제를 만들었다.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정책과 예산 분배과정에 참여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현안을 해결했다. 센터도 이용자들에게서 주인의식을 끄집어내려면 예산 분배나 집행, 결정 과정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정보가 있으면 전체를 배려하고 균형 감각이 생겨 한정된 예산으로 자기 동호회만 예산을 줄 것을 주장하진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까다로운 민원인이 아닌 스스로 성장하고 참여하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한다"고 했다.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는 "센터가 지역의 규모나 생태계에 따라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수별로 또는 농어촌 등 다양한 상황에 맞게 센터의 공간이 어떤 기능을 할지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며 "프로그램이 강조되다 보니 공간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면이 있는데 공간 환경에 대한 독창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안태호 전 부천문화재단 문화진흥팀장은 2014년에 만든 부천지역 생활문화센터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2014년에 '지역문화진흥법'이 만들어지자마자 부천에서는 생활문화진흥조례를 만들어 부천시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한 사업은 생활문화동호회 현황 조사와 네트워크 마련, 전문예술인을 동호회 강사로 파견해 시민들에게 예술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시민아트밸리' 사업, 생활문화축제, 세 가지다"라고 했다.

그는 생활문화를 "민주주의 훈련의 장"이라고 표현하며 "일반인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동호회 활동을 하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그런 활동들이 사회를 민주적으로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고 했다.

한편, 21일에 열린 부평문화포럼 2회차 주제는 '모두 함께 만드는 부평 생활문화센터'였다. 이날은 부평생활문화센터의 공간 조성과 운영 방안, 프로그램 등을 토론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부평문화포럼, #부평구문화재단, #부평생활문화센터, #부평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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