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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폐를 해부하는 모습.
 돼지 폐를 해부하는 모습.
ⓒ K업체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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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교육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부터 적용된 2007교육과정 이후 초등학교에서 사라진 동물 해부 실습이 사교육 업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한 사교육업체가 이 지역 초등학생 수백 명에게 동물 해부 실습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1일 K업체가 학부모를 상대로 운영하고 있는 소셜커뮤니티를 확인한 결과, 이 업체는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해부 실습을 벌였다. 양평지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 등으로 초등학생들을 모집한 이 업체는 학생들이 한 차례 해부에 참여할 때마다 3만 원을 받았다.

이 업체는 지난 4월 23일 붕어, 5월 28일 새(메추라기), 6월 18일 돼지 폐 해부를 양평지역 공공기관 강의실에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해부 실습 안내문에서 "공부해서 훌륭한 선생님이나 의사가 되기 위한 수업으로 생명을 중시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부) 수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참가 대상은 초등 1학년부터 6학년까지다. 세 차례 해부 실습 시간에 모두 300여 명의 초등학생이 제각각 해부용 가위와 핀셋을 들고 해부를 진행했다.

지난 4월 23일 한 소셜커뮤니티에 올려놓은 사진을 살펴봤더니 배가 갈라진 붕어를 어루만지는 초등학교 여학생의 장갑엔 피가 묻어 있다. 학생들은 내장을 떼어내 학습지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피가 고인 붕어의 배는 텅텅 비어 있다.

한편, 해부 실습 장소를 빌려준 한 공공기관의 관계자는 "영어학습 장소가 필요하다는 양평 군민의 요구로 강의실을 제공했다"며 "그곳에서 동물 해부 실습을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K업체의 붕어 해부 모습.
 K업체의 붕어 해부 모습.
ⓒ K업체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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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해부하는 모습.
 초등학생들이 해부하는 모습.
ⓒ K업체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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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동물보호법 저촉", 업체 "식용으로 쓰는 것"

동물보호단체와 교육전문가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해부 작업을 시키는 것은 잔인한 반교육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동물보호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서 공표한 현행 초등학교 과학교육과정상 동물 해부는 2009년부터 적용된 2007교육과정 이후 모두 빠졌다. 그 사이 사교육 업체들이 해부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증언이 교육계에서는 공공연히 나온 바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김혜란 이사는 "외국에서는 수의과 대학생에게도 동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부를 대신하는데 초등학생에게 동물 해부를 시킨 것은 참담한 일"이라면서 "그런 잔인한 장면을 겪은 아이들의 충격은 평생을 가는 법인데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질타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사교육업체에서 동물을 모아 학생들에게 해부를 시킨 것은 동물보호법과 환경관련법에 저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 제23조는 "동물실험은 과학적 사용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자가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또 제25조에서 동물 관련 실험을 할 때 반드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쳤느냐'는 물음에 K업체 관계자는 즉답을 피한 채 "식용으로 쓰는 붕어와 메추라기를 해부한 것"이라면서 "기존에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해부수업을 하기 때문에 생명존중을 강조하며 좋은 마음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태그:#초등학생 잔인한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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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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