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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호주 출신의 고래보호활동가들이 시장에서 버젓이 판매중인 고래고기를 촬영하며 놀라워하고 있다.
▲ 포항 죽도시장에서 판매중인 고래고기 프랑스, 호주 출신의 고래보호활동가들이 시장에서 버젓이 판매중인 고래고기를 촬영하며 놀라워하고 있다.
ⓒ Nicole McLach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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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의원들이 '고래고기 먹고 화합하자'는 오찬 모임을 6월 20일 진행했다고 한다. 국회 근처 식당에서 펼쳐진 이날 모임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약 6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울산에서 공수한 고래고기를 직접 대접하면서 고래고기 먹자파티를 주최한 사람은 울산 중구가 지역구인 5선의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먹은 고래고기는 밍크고래일 텐데, 진짜 놀라운 점은 시중에서 팔리는 밍크고래 고기의 70%가 불법포획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밍크고래 소비량은 연간 240마리로 추정되는데, 이중 해경에서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해 적법하게 유통되는 밍크고래는 80마리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2016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경찰이 벌인 밍크고래 불법포획과 유통 실태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런 통계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불법으로 잡아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고래고기를 먹고 있는 셈이 된다.

이날 고래고기를 잡수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그리고 자신들이 먹은 고래고기가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유통된 것인지 확인해보았을까? 나아가 고래고기 소비가 '자연에 대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기막힌 현실을 이날 고래고기를 먹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혼획을 가장한 의도적 고래잡이 의심돼

한국 바다에서 밍크고래 개체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고래고기 식문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불법포경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래가 우연히 그물에 걸렸다고 신고하고 유통증명서를 발급받아 몇 천만 원의 수익을 얻는 혼획 역시 고래를 멸종위기로 몰아가는 커다란 요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특집 기사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홈페이지에 지난 6월 16일자로 실렸다. 한국의 고래고기 식문화와 혼획을 가장한 고래잡이 문제를 통렬하게 지적한 이 기사의 제목은 <(한국에서) 고래들은 어떻게 '우연히' 의도적으로 포획되는가>이다.

필자가 활동하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프랑스, 호주 출신의 고래보호 활동가들과 함께 지난 5월 울산 현장에서 고래고기가 유통되는 실태와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인 고래 포경의 문제 그리고 울산고래축제에서 공개적으로 펼쳐진 고래고기 음식 시식회의 모습을 취재하였고,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며 그 실태를 고발했다.

프랑스와 호주 활동가들은 포항 죽도시장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고래고기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놀라워했고, 매년 약 2천 마리가량의 고래류가 한국 바다에서 혼획되고 있으며, 이 중 많은 수가 실은 그물에 의한 의도적 포경으로 의심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렇게 한국 바다에서 혼획을 가장한 의도적 고래잡이가 횡행하고 있는 제도적 문제를 통계자료와 언론 기사 등을 바탕으로 프랑스, 호주 고래보호 활동가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고, 핫핑크돌핀스의 지적과 주장에 공감한 이들은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기사를 투고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사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특집 기사로 공개된 것이다. 이번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보도된 기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도 자연에 대한 범죄(wildlife crime)를 특집으로 다루는 특별조사팀(National Geographic's Special Investigations Unit)이 작성한 특집 기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6월 16일자에 <(한국에서) 고래들은 어떻게 '우연히' 의도적으로 포획되는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 내셔널 지오그래픽 홈페이지에 실린 한국의 고래고기 내셔널 지오그래픽 6월 16일자에 <(한국에서) 고래들은 어떻게 '우연히' 의도적으로 포획되는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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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연을 가장한 밍크고래 포획을 '자연에 대한 범죄'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잡아 돈을 버는 것은 자연(생태계)에 대한 범죄라는 것이다. 이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비롯한 해외 매체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불법포경국가라는 사실이 전 세계로 알려지고 있는 형편이다.

밍크고래의 불법포획 문제와 함께 혼획(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우연히 엉뚱한 종이 걸린 것)이 큰 문제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해양수산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래 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고래고시)'는 고래가 그물에 걸렸을 경우 작살을 사용한 흔적만 없으면 혼획으로 인정하는데, 이런 허점투성이 고래고시 때문에 '의도적 혼획'이 횡행하는 원인이 된다.

어민들은 밍크고래의 서식환경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여 고래들이 다닐 만한 바다 길목에 엄청나게 많은 그물을 던져놓고 '우연히'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어민은 이와 같은 관행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래를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치해놓은 그물에 고래가 걸려 죽어도 작살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혼획으로 인정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민은 이렇게 잡은 밍크고래를 수협에 위판하고 몇 천만 원을 벌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 포획이며, 이를 처벌할 조항이나 근거가 현행 고래고시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제도적 허점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기사 역시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이 사실상 밍크고래 불법포경을 방치하거나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아도 아무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자연에 대한 범죄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고래의 포획이냐 아니면 우연한 혼획이냐 하는 구분은 사실상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혼획을 인정하는 기준이 너무도 느슨하다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포획과 혼획에 모두 '의도성'이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밍크고래' 멸종된다

지난 9일 낮 12시 10분께 대청도 남동방 30㎞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A호(7.93t)의 선장 B(53)씨가 죽은 채 그물에 걸려 있는 밍크고래를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이 밍크고래는 길이 6.2m, 둘레 4.2m, 무게 2t으로 죽은 지 1∼2일 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일 낮 12시 10분께 대청도 남동방 30㎞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A호(7.93t)의 선장 B(53)씨가 죽은 채 그물에 걸려 있는 밍크고래를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이 밍크고래는 길이 6.2m, 둘레 4.2m, 무게 2t으로 죽은 지 1∼2일 된 것으로 추정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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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고래류를 잡아 돌고래 쇼에 이용하거나, 수족관에 전시하거나, 고래고기로 판매하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돈벌이를 위해 고래들을 잡는다는 점에서 자연에 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고래고기를 먹으려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래고기 먹자파티나 벌이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겐 다른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래연구소의 추산에 의하면, 한국 바다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대형 고래류인 밍크고래는 한국 해역에는 약 1600마리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밍크고래의 개체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서 이렇게 매년 200마리 이상의 밍크고래가 불법으로 포획되거나 혼획되고 있는 현재의 추세가 바뀌지 않고 계속된다면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한국 바다에서 밍크고래는 멸종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밍크고래의 혼획과 불법포획 문제는 자연에 대한 심각한 범죄이며, 철저한 추적과 조사를 통해 그 실태를 밝혀내고 마침내 근절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앞으로 한국의 고래고기 식문화와 밍크고래 불법포획과 의도적인 혼획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제사법재판소의 금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남극해 등지에서 밍크고래 포획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 밍크고래 포획국이라는 오명(국제적 망신)을 이제 한국도 얻게 생겼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의해 더 큰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할 일이 많다. 아니, 한국 바다에서 사라져 가는 고래들을 지키기 위해서 할 일이 아주 많다.

먼저 해양수산부는 의도적 혼획의 대상이 되어 해마다 2천 마리 정도가 죽어가는 밍크고래와 상괭이를 조속히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해야 한다. 또한 고래고시를 조속히 개정하여 작살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고래라도 그물에 걸린 경우에는 개인 판매를 허락하지 않고 몰수하여 폐기처분하는 등 제도를 전면 수정하여야 할 것이다.

코끼리 상아처럼 매매 자체를 금지하고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을 경우 밍크고래는 귀신고래, 대왕고래, 향고래, 큰고래처럼 한국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밍크고래의 혼획을 부추기는 제도적 허점을 근본적으로 손질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한 울산, 포항, 부산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1백 개가 넘게 영업 중인 고래고기 식당을 전수조사하여 불법포획 고래고기 사용이 드러난 업소에 대해서는 영업금지와 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고래 불법포획의 원인은 고래고기의 수요에 있고, 이를 이용한 불법포경조직이 고래고기 유통에 나서고 있기에 이를 엄정히 단속하고, 나아가 고래고기 자체를 금지시키는 등의 강력한 고래보호 정책을 취해야 한다. 밍크고래와 상괭이가 한국 해역에서 사라진 뒤에는 고래보호대책이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정책 담당자들은 알아야 한다. 귀신고래가 돌아오지 않는 '울산귀신고래회유해면'(천연기념물 제126호)을 보며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

제대로 된 '고래보호법' 필요하다

울산고래축제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후, 울산 남구청이 행사장 내 명품고래밥상 홍보관 부스에서 고래고기 비빔밥 무료시식회를 열자 장년층이 시식하기 위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울산고래축제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후, 울산 남구청이 행사장 내 명품고래밥상 홍보관 부스에서 고래고기 비빔밥 무료시식회를 열자 장년층이 시식하기 위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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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역시 문제가 있다. 올해 밍크고래 혼획 사건을 다룬 언론 기사들은 하나같이 밍크고래를 '바다의 로또'로 부르고 있다. 즉 밍크고래를 그물로 잡은 사람에게 '로또에 당첨됐다'며 언론이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이런 언론의 관행이 더더욱 밍크고래 포획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기사를 접하며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는 욕망을 키우게 된다. 밍크고래는 바다의 로또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야 할 바다의 소중한 친구라는 인식을 사람들로 하여금 갖게 하기 위해서는 밍크고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에서부터 밍크고래 혼획을 바다의 로또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정부기관, 언론,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고래류의 혼획을 과장한 불법 포획을 근절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핫핑크돌핀스는 절박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1. 해양수산부는 밍크고래와 상괭이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하라
2. 해양수산부는 정부 방침인 고래고시를 개정하여 고래 멸종 부추기는 혼획 고래 유통을 전면금지하고, 제대로 된 고래보호법을 제정하라
3. 울산, 부산, 포항 등 지방자지단체에서는 수은 등 중금속 함유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고래고기의 소비를 부추기지 말고 불법 고래고기 유통을 처벌하라
4. 시중 유통 70%가 불법인 고래고기는 먹지도 않고, 팔지도 않고, 사지도 않겠다는 성숙한 자연보호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핫핑크돌핀스가 2016년 6월 20일 발표한 논평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으며, 중복게재는 없습니다.



태그:#고래고기, #밍크고래, #멸종위기,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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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류 등 멸종위기 해양생태계 보호와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더불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돌고래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인간들도 행복할 것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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