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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도로를 차량에 빼앗긴 시민들에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을 돌려주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 대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왕복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완전히 줄인 영국 런던의 박물관거리는 '최고의 도시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일본 도쿄의 긴자 지역도 매 주말 가장 붐비는 도로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파라솔 등을 설치해 시민과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한다. 미국 뉴욕 한복판 타임스스퀘어 역시 찻길 줄이기를 통해 '보행자와 차의 공존'을 시도하고 있다.

케이컬처페스티벌(K-Culture Festival)에 참가한 대학생 이연수(23) 씨가 ’걷자, 서울‘ 캐릭터 인형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황두현
 케이컬처페스티벌(K-Culture Festival)에 참가한 대학생 이연수(23) 씨가 ’걷자, 서울‘ 캐릭터 인형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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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에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장충단로가 보행자 천국이 됐다. 왕복 8차선 중 3차선의 차량 통행을 막고 시민들이 이날 하루 동안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굿모닝시티 맞은편에서 두산타워까지 310미터(m)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류존, 간단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디자인존, 예술적 감각을 일깨우는 패션존으로 조성됐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추진 중인 '보행친화정책'의 일환으로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오 무렵 이미 수백 명의 시민이 찾아와 보행자 천국을 즐겼다.

엄마와 함께 나온 남매가 현장에서 화가가 무료로 그려준 캐리커처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 황두현
 엄마와 함께 나온 남매가 현장에서 화가가 무료로 그려준 캐리커처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 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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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잔디가 깔린 디자인존의 100여 미터 공간에는 생소한 운동 코너들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 탁구대보다 폭과 너비가 작은 미니탁구와 셔틀콕·라켓이 큰 빅배드민턴이 특히 인기였다. 아이들에겐 낯선 골프퍼팅장에도 발길이 몰렸다. 두 아이와 공 던지기를 즐기던 정이준(35·여) 씨는 "행사를 모르고 왔는데 즐길 거리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 우산 만들기는 체험 공간 중 가장 붐볐다. 한 가족이 직접 만든 우산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황두현
 태극기 우산 만들기는 체험 공간 중 가장 붐볐다. 한 가족이 직접 만든 우산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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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공간도 붐볐다. 오후 4시까지 운영할 계획이었던 한류존의 전통부채 만들기 공간은 시에서 준비한 100개의 재료가 일찍 바닥나 오후 2시 반에 문을 닫았다. 패션존의 태극기 우산 만들기 부스에는 자리가 모자라 몇몇 시민들은 재료를 받아 잔디에 자리를 깔고 제작했다. 전문 화가가 좌우명을 새겨주는 캘리그라피 코너에는 30여 명이 줄을 서서 1시간가량을 기다리기도 했다. 이날 모든 체험은 무료로 진행됐다.

괌에서 온 텀 씨(왼쪽)가 전통마술단의 쟁반 날리기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 황두현
 괌에서 온 텀 씨(왼쪽)가 전통마술단의 쟁반 날리기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 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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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온 관광객 꼼산(왼쪽 첫 번째)씨 가족. 4일 일정으로 서울에 왔다는 그녀는 “서울은 재밌다(Seoul is fun)”고 말했다. ⓒ 황두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온 관광객 꼼산(왼쪽 첫 번째)씨 가족. 4일 일정으로 서울에 왔다는 그녀는 “서울은 재밌다(Seoul is fun)”고 말했다. ⓒ 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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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천국의 백미는 다채로운 공연이었다. 낮 12시부터 이어진 민요·마술·무용 등 전통공연에 10여 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관람객 60여 명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집중했다. 마술공연을 보던 미국인 텀(21) 씨는 "생전 처음 보는 공연이라 신기하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왔다는 엔테로(24) 씨는 "생소한 악기(가야금, 해금) 소리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 외에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에서 온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교환학생 잔비시(왼쪽 두 번째)를 위해 이곳에 왔다는 인하대학교 학생들. ⓒ 황두현
 캄보디아에서 온 교환학생 잔비시(왼쪽 두 번째)를 위해 이곳에 왔다는 인하대학교 학생들. ⓒ 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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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날 행사가 정확히 뭘 지향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왔다. 태극기 우산 만들기를 기다리던 서민아(29·여) 씨는 "부채 만들기 같은 체험은 (서울) 인사동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탁구를 하던 이우백(42) 씨도 "어떤 행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류의 중심축인 드라마나 영화 소개를 포함, 케이컬처페스티벌(K-culture Festival)이란 이름에 걸맞은 독창적 프로그램이 더 마련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였다.

준비된 100개 중 마지막으로 한지 접부채를 만든 김수정(왼쪽)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황두현
 준비된 100개 중 마지막으로 한지 접부채를 만든 김수정(왼쪽)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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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 5월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인 DDP 보행전용거리 행사는 한여름을 피해 오는 9, 10월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재능을 선보이고 싶은 시민들은 '보행전용거리 웹페이지(www.seoul.go.kr/story/walk)' 에서 공연신청서를 내려 받아 제출하면 된다.

이날 색소폰 앙상블 노바(NOVA)와 성악가 김기욱씨도 자발적으로 공연에 참여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의 오정민 주무관은 "재능 있는 시민들에게 공연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라며 "공연료는 지급하지 못하지만 무대나 관련물품은 최대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 종합안내소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참가자 반응을 듣고,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아리수를 나눠 주었다. ⓒ 황두현
 행사 종합안내소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참가자 반응을 듣고,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아리수를 나눠 주었다. ⓒ 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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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보행자천국,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한류문화축제, #스토리인서울, #걷자,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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