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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수습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 김관홍씨가 지난 17일 오전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참사 직후 세월호 수습 작업에 헌신적으로 참여했던 그는 지난해 1차 세월호 청문회에 출석해 수습 현장의 혼선과 불합리를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진상규명 활동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던 그를 추모하는 글을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보내와 싣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말]
관홍아, 네가 평소에 형님이라고 부르던 내가 너에게 추모의 말을 전하러 이 글을 쓴다. 이게 말이 되냐? 내가 왜 너를 추모해야 하는 거냐고, 네가 이 형님을 추모해야지. 이럴 거면, 이렇게 갈 거면 왜 나한테 왔냐? 왜 우리한테 왔냐? 죽지 못해 살아가는 유가족들에게 왔으면 그 곁을 지키며 억지로라도 살아야지, 독하게 마음먹고 견디며 살아내야지….

"형님,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닙니다."

네가 평소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말이잖아. 그런 네가 이러는 거 아니다, 정말 아니다.

어제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액자 안의 사진으로 남은 네 앞에 서 있어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지독한 악몽을 꾸는 것만 같다. 거기서 나는 악역을 연습 중인 것만 같다. 이런 악역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목숨 바쳐 진상규명하겠다고 했던 너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관홍 잠수사의 모습.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관홍 잠수사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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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 형님은 오래 살아서 진상규명 꼭 해야 한다고, 형님은 슈퍼맨이라고 말해놓고는…우리 복수하자고 했잖아.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은 놈들, 지금도 사람 목숨보다 돈 먼저 챙기는 놈들, 제 잇속 챙기느라 다른 사람들 고통에 몰아넣는 놈들에게, 그런 세상에 멋지게 복수하자고 했잖아, 그럴려면 건강해야 한다고, 술 그만 먹고 건강부터 회복하자고 했을 때 넌 약속했다.

"예 형님, 알겠습니다."

너의 그 밤톨 같은 머리부터 생각난다. 한밤중에 술 취한 목소리로 전화할 것 같다.

"형님은 아시죠? 우리 잠수사들 뭐 바라고 간 게 아닙니다. 잠수사니까 갔고요, 가서 아이들 하나둘 건져 올렸어요. 우리 잠수사들은 아내고, 아이고, 안아주지를 못해서 오해도 받아요."

예쁘기만 한 아이들도 안아주지 못할 정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이 정부는 잠수사들에게 너무 잔인했다. 그 억울함을 풀려고 발 벗고 나서고, 목숨 바쳐서 진상규명하겠다고 했다, 너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박주민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섰던 너, 생계를 잃은 잠수사들 수중 안전 교육하도록 도와 달라고 했던 너, 그걸 위해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니던 내게 고맙고 미안하다던 너, 선거 때 만난 이들과 은평에서 일해 보겠다고 하던 너였는데….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은 하나도 책임지는 놈들 없는데 너만 가고 말았구나. 이건 정말 아니다.

아직 아빠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세 아이들, 그리고 너의 곁에서 마음 아파했던 그 아내를 보니 마음이 찢어진다. 네가 가족들에게 가졌던 그 미안함을 내가 아는데, 차마 두고 떠나지 못할 식구들이었는데, 너는 가고 말았구나,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너의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네가 술 한 하자고 매달릴 때 흔쾌히 술자리를 했더라면 조금은 덜 했을 텐데, 다음으로 다음으로 미루다가 결국 이런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젠 하늘에서 응원해주렴

세월호 희생자 수습에 참여한 김관홍 잠수사.
 세월호 희생자 수습에 참여한 김관홍 잠수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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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것 내려놓고 쉬거라. 평소 못 잤던 잠, 밀린 잠 많이 자고 편히 쉬렴. 여기 남은 살아 있는 우리들이 네가 바라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꼭 해낼 테니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고 응원해주렴.

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다. 너의 원한까지 안고 가야 하니까, 난 네가 믿고 말하던 슈퍼맨이니까. 유가족들 곁에서 그들의 손잡고 네가 보지 못한 길을 향해 갈게. 멋지게 복수하는 그날을 향해…

가다가 힘들어지면 너와 못 나눈 술잔 기울이며 네 생각할게. 그럴 때면 꼭 와줘라. 평소 그랬던 것처럼 '형님,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곁에 있어 줄 거라 믿는다. 넌 내 동생이니까.

그곳에는 검은 바다의 거센 파도도, 국민이 죽게 내버려두는 그런 국가도, 못된 인간들도 없겠지, 너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던 트라우마도 없겠지, 먼저 가서 그곳에서 편히 쉬거라.

그곳에서는 맘 놓고 깊은 잠 잘 수 있기를. 그곳에 먼저 가 있는 세월호 사람들에게 여기 유가족들이며 사람들 얘기도 나누면서….
.
관홍아, 오늘은 다른 일 제쳐두고 너와 술 한 잔 해야겠다. 나, 오늘 밤은 시간 많다.

"관홍아, 술 한 잔 하자. 오늘은 이 형님이 한 잔 살게. 관홍이 이 새끼야. 내 동생아."


태그:#김관홍, #잠수사,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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