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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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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움'이 열렸다. ⓒ 권우성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움'이 열렸다. ⓒ 권우성
"지금 민주화시대, 이거 종 쳐야 합니다, 이제. 포스트-민주화시대, 탈민주화시대가 2016년 대선부터 되살아오는데, 새로운 정치세력을 양성하느냐 안하느냐…(이하 생략)."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을 기념해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 나온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모델을 통해 저성장 양극화 위기의 극복모델을 찾아보자는 의도의 학술 토론회에선 결국 민주주의가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됐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 15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위기의 대한민국, 박정희에게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이는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를 지냈고,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수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 인사다.
이주천 원광대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움'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권우성
이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2부 '혁명가와 정치가의 차이 : 박정희 집권 18년은 국가혁명의 길이었다'의 사회를 맡았다. 토론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통치를 찬양하며 전두환 집권기 이후 '민주화 30년'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고, 이 교수는 맞장구를 치며 이같은 발언을 내놨다.

이 교수는 "로마의 케사르(카이사르)는 쿠데타를 했지만 지금 그 사람이 쿠데타 했다고 욕하는 사람이 있느냐, 모택동(마오쩌둥)이 3000만 명을 죽였지만 중국인 누가 모택동을 비난하느냐", "정치 지도자들은 걸핏하면 (공직 후보자를) 청문회에 불러서 5·16이 혁명이냐 쿠데타냐 답하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청문회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제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인을 해서 곤욕을 치렀다"며 "왜 제가 곤욕을 치러야 합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라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토론 당시 이 교수는 열을 올리며 자신의 주장을 토해냈지만 2부 토론이 끝난 뒤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자신의 발언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송복 "박정희 같은 분 나와 긴급명령으로 나라 움직여야"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움'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 교수 외에도 민주주의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을 노출한 발표자·토론자들은 많았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역사의 동력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국회 저거, 믿으면 안된다, 1년에 법을 1만 개를 만들어내는데, 다 쓰레기들이다, 나라 발전시키는 법은 안 만들고 (의원들) 자기 유리한 것만 만든다, 독일 국회는 100개밖에 안 만드는데 지금의 독일이 됐다"라고 말했다. 19대 국회 4년간 발의된 법안은 1만8000여 건이다.

송 교수는 이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이 나와서 이제는 정부 시행령, 긴급명령으로 나라를 움직여야 한다, 독일이 그렇게 움직인다"라며 "역사의 동력을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력한 리더십에서 찾아서 또 50년, 60년 전의 것을 재현하도록 해보자"라고 말했다.

이 토론회를 개최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의 이사장이면서 1부 토론의 발표를 맡은 좌승희 이사장(영남대학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교수)은 박정희 시대의 고성장·동반성장의 비결이 '성과와 노력에 대한 신상필벌의 원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좌 이사장은 "후진국에 새마을운동을 팔고 우리의 온갖 노하우를 팔지만 바로 이 동력을 만드는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안 된다, 민주주의라는 독특한 이념 때문에 신상필벌의 원리를 키워낼 수가 없다"라면서 "거의 모든 아프리카, 중남미 전부 사회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거기서 어떻게 신상필벌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움'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김광동 방문진 이사 "4·19는 혁명 아냐, 5·16은 혁명 중의 혁명"

지난 2009년부터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로 세 번째 연임하고 있는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4·19혁명은 민주혁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4·19 이후에 민주주의에 상당한 진척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 결과로 선거가 도입됐느냐, 복수정당제가 시작됐느냐, 공화제가 시작됐느냐, 민주주의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어야 혁명"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수백 년, 수천 년 역사 어느 때에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어낸 민족적 변화가 한반도 땅에 있었느냐"며 5·16 쿠데타에 대해선 "혁명이라고 얘기해도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가장 성공한 혁명이고 혁명 중의 혁명이다, 인류사에 나타난 혁명 중의 혁명이다, 이게 분명한 평가"라고 주장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원 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움'에 토론자로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5·16은 쿠데타냐 혁명이냐'란 질문을 받고 명확한 답변을 못하는 상황에 대해 김 이사는 "5·16이란 사건의 전개는 쿠데타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18년은 민족적 혁명"이라며 "그런 질문을 받으면 사건의 전개는 쿠데타지만 역사적 평가는 혁명이라고 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한용 "개인주의 강조는 박정희 가치관 계승에 도움 안 돼"

사회자·발표자·토론자로 15명이 나선 이 토론회에서 다수 발언자들이 주장한 내용의 큰 줄기는 '현재의 저성장·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처럼 성과를 내는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집중해야 한다', '강력한 국가 리더십이 필요하다', '개인의 불행을 사회와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제민주화를 용인해선 안 된다'는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한 토론자도 있었다. 한국경제학회장인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 같은 리더십이 지금의 경제규모와 시장체제에서 잘 작동할 수 있겠느냐"며 "현재의 저성장 문제는 경제구조의 문제이지 리더십의 문제로 보기 힘들다, 정치적인 구조가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이걸 빨리 고쳐서 시장이 살아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움'에 토론자로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가장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이날 토론의 방향이 마치 박정희 대통령이 개인주의를 지향한 것처럼 기획돼 있는 점을 지적했다. 성 선임기자는 "근로자가 잘 살아야 경제가 계속 발전한다고 생각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의료보험을 도입했고, 파격적인 근로자 재형저축을 만들었다,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복지제도의 기초를 닦은 것과 비슷하다"라면서 "이런 토론회에서 공동체주의보다 개인주의 가치관을 내세우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가치관을 계승하는 데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성 선임기자는 "저성장과 경제 양극화는 박정희를 청산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모든 선진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모든 나라가 해답을 찾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는데, 1960~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와 불균형성장 모델에서 구하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인 일이다,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박정희, #심포지움, #박정희에게 길을 묻다, #이주천, #송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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