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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운행 1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처음 투입된 서울 - 광주 간 노선.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운행 1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처음 투입된 서울 - 광주 간 노선.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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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석 고속버스'가 2016년 11월 25일 운행을 시작한 지 1주년이 됐다. KTX의 개통과 속도를 무기로 한 고속철도에 밀리고 있었던 고속버스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도입으로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시장 간에 '새로운 경쟁'을 예고하는 단계에 접어들기도 했다.

첫 돌을 맞은 21인승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첫 생일에 갖는 의의는 무엇일까. 그리고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아쉬운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서울과 지역을 잇는 가장 편안하고 부드러운 길'인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첫 돌을 맞아 지난 1년을 짚어본다.

'귀족버스' 논란에서 가장 편리한 버스로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유니버스 프레스티지(프리미엄 버스 모델)의 편안한 시트 모습.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유니버스 프레스티지(프리미엄 버스 모델)의 편안한 시트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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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고속버스가 '1등석 고속버스'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3년 서울모터쇼에서였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최상급 버스 모델인 유니버스 노블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면서 18인승 차량을 공개했다.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방불케 하는 셀터와 좌석, 그리고 개인 AVOD와 버스 좌석 개별 콘센트 설치 등을 내세웠다.

그 이후 2015년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자동차 역시 그랜버드의 최상급 트림인 실크로드를 통해 더욱 푹신한 좌석, AVOD 시스템을 적용한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시민과 언론의 반응은 '더 편해진 버스'와 '귀족 버스, 버스도 양극화 될 것이다' 등등으로 크게 엇갈렸다. 박근혜 정부 역시 2014년 '친서민 정책'과 어긋난다며 2015년 10월까지 운행 허가를 미루었을 정도였다.

도입에서부터 큰 차질을 빚었던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2016년 부산 모터쇼에서 유니버스 프레스티지와 그랜버드 프리미엄 골드 익스프레스가 공개되면서 베일을 벗었다. 셀터와 커튼으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고, 160도까지 젖혀지는 전동 좌석과 안전 시스템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2016년 내 도입이 확실시됐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우등버스보다 30% 정도 비싼 요금이 적용되어 2016년 11월 25일 처음 부산과 광주, 서울을 잇는 노선이 개통됐다. 첫날에는 기념 교통카드를 나누어주는가 하면 성대한 개통 행사를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1주년을 맞은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티머니 마일리지 적립, 평일 15% 할인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었던 프리미엄 버스의 첫 프로토타입 모델.
 2013년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었던 프리미엄 버스의 첫 프로토타입 모델.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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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경쟁, '시외버스'도 프리미엄 라인업에 투자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도입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시외버스 업체에서도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특히 주목된다. 서울과 진주를 잇는 노선을 운행하는 시외버스 업체인 부산교통이 일정 절차를 거친 후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운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승객을 받으며 시운전 하고 있는데, 이 노선을 탑승한 승객들의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시외버스는 그간 고속버스에 비해 밀리는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우등버스를 45인승 일반 버스 요금을 받고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부산 - 서울 간 노선이나 광주 - 대구 간 노선 등이 우등버스인데 일반요금을 받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간의 경쟁지였다. 하지만 2016년 시외버스에서 우등버스 할증을 받을 수 있는 시외우등 제도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요금 인상이 필요했던 대다수 시외버스 운수업체에서 우등 할증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간 가격, 서비스 경쟁은 마무리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부산교통의 프리미엄 버스의 도입으로 전세버스, 시외버스 업계에서 프리미엄 버스를 속속 도입하여, '서비스와 요금 경쟁의' 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아자동차의 프리미엄버스의 1호 차량은 전세버스 업체에 인도되었을 정도이다. 이에 따라 고속버스 회사들 역시 다른 시외버스 업체의 프리미엄 버스 도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 경쟁은 제조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서로 다른 스펙을 바탕으로 한 '집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유니버스 프레스티지 차량과 기아자동차의 그랜버드 실크로드 프리미엄 모델은 차량 길이부터 좌석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작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버스로 인한 '뜻밖의 경쟁'이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017 서울 모터쇼에 전시된 기아자동차 '프리미엄 버스' 모델.
▲ 기아자동차 그랜버드 실크로드 프리미엄의 모습. 2017 서울 모터쇼에 전시된 기아자동차 '프리미엄 버스' 모델.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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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추가 인상, 선택권 축소는 관건으로 남아

하지만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앞에 다가온 가장 큰 숙제는 '기대보다 낮은 수익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대수의 우등버스에 비해 프리미엄 버스가 얻는 매출은 높지만 수익은 낮다. 차량 자체의 가격, 유지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또 200km 이상의 운행거리를 지닌 노선에만 투입할 수 있어 충청, 전라 지역에 투입하여 회전율을 높이기도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고속버스 운임을 50%로 늘려야 한다거나,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중거리 노선에도 투입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운행 거리 제한 및 정책 제한을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국토교통부가 내놓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토부 입장은 아직 공식 발표난 게 아니지만,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도입되는 흐름이라면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 프리미엄 버스는 기존의 우등버스, 고속버스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 순증차 방식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1992년 우등버스가 도입된 이후 25년만에 국내 고속버스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는데, 이로 인해 버스 선택권이 침해받는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노선은 우등버스의 배차를 빼고 그 자리를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채웠을 정도이다.

또 일부 노선에서는 현재도 우등버스보다 45인승 일반버스의 표가 더 빨리 동나는 등 선택권이 적은 편이어서, 버스 탑승이 불편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프리미엄 버스 확대는 환영할 일이지만, 선택권 축소, 서민들의 이동권 보장과 관련한 재고가 필요하다.
 
기아자동차 그랜버드 실크로드 프리미엄 모델의 좌석 모습.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버스 좌석과는 다른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기아자동차 그랜버드 실크로드 프리미엄 모델의 좌석 모습.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버스 좌석과는 다른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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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확충에 그은 한 획, 그대로 이어가길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고속열차 SRT가 장거리 교통수단 시장을 휘어잡았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에서도 선방하였다. 실제로 심야, 장거리 노선 등에서는 일반 우등버스나 고속버스보다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표가 먼저 매진된다. 신속성과 정시성을 우선시한 SRT와는 달리 안락성과 편의성을 우선시한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2017년 6월 30일 부가적인 노선을 확충한 뒤 추가적인 노선 확충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KTX 등을 기대할 수 없는 지방과 지방을 잇는 노선에서도 더욱 나은 교통 서비스 제공을 위해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개통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만나게 되어, 고급 교통수단으로 그은 새로운 획을 계속 그어가길 바란다.



태그:#프리미엄 고속버스, #고속버스, #버스, #대중교통,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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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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