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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독산4동 골목길에 '아이가 태었났어요' 플래카드와 함께 금줄이 걸렸다.
 서울 금천구 독산4동 골목길에 '아이가 태었났어요' 플래카드와 함께 금줄이 걸렸다.
ⓒ 황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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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4동 한 골목길. 조용한 빌라 골목에 낯선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마을에서 함께 키우겠습니다 / 독산4동에 아이가 태어났어요!"

아무리 요즘 서울 동네에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힘들다지만,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플래카드까지 걸다니, 좀 수선을 떠는 건 아닐까?

사연인 즉슨 이렇다.

올초 독산4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아이를 순산했다. 이에 황석연 동장(49)이 주민센터에 금줄을 치자고 제안한 것이다.

황 동장은 '경직된 행정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금천구(구청장 차성수)가 실시한 민간인 동장 공모에 당선돼 지난 1월 부임했다.

그러니까 금줄은 황 동장이 부임해 따뜻한 주민센터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첫번째 시도인 셈이다.(관련 기사 - 조선·한겨레 기자 출신이 동장님 된 이유)

그때 주민센터에 금줄이 쳐진 걸 본 주민들의 반응이 좋자, 그후부터는 주민센터 직원들이 동네에 아기가 태어난 가정을 일일이 찾아가 의사를 물어보고는 주민센터에서 만든 금줄을 가져다 쳐주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고 산모에게 필수적인 기저귀와 미역도 함께 제공했다.

독산4동 주민들이 아기가 태어난 집앞 골목에 금줄을 걸고 있다.
 독산4동 주민들이 아기가 태어난 집앞 골목에 금줄을 걸고 있다.
ⓒ 황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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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을 만들기 잇단 시도... 인구도 늘어나

독산4동에서 일기 시작한 변화는 '금줄'에서 그치지 않았다.

독산4동은 전봇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봇대마다 아이들과 함께 공공미술을 입히거나, 동네 슈퍼에서 당일 팔지 못한 상품을 가지고 나와 사고팔 수 있는 장터 '땡처리마켓'을 만드는 등 따뜻한 마을 만들기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연달아 도입했다.

특히, 지난 1월 15일 인근 공사장을 오가던 레미콘 차량이 전봇대를 들이받아 골목 일대 250가구 가량이 한꺼번에 단전됐던 사고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주민들이 마을총회를 열어 대표를 뽑고는 사고 회사와 협상을 벌여 피해를 수습했다. 그리고 보상금 2000만 원으로 마을기금을 만들어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종잣돈으로 쓰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해마다 인구가 줄어 고민이던 독산4동은 최근 6개월 간 전입자(1273명)가 전출자(1160)보다 많고, 출생아(40명)가 사망자(37명)보다 많아 인구가 늘고 있다. 독산4동은 한때 마을 인구가 2만 8천 명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1만 7900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동네에 플래카드가 내걸린 날, 골목길에서 작은 잔치가 열렸다. 이 잔치는 지난 10일 올해 독산4동에서 41번째로 태어난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이면서, 또한 쇠퇴했던 마을이 되살아나는 것을 축하하는 일종의 자축연이었다.

주민들은 플래카드와 함께 이 집 주차장에서 직접 만든 금줄을 만들어 내걸었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이웃, 행인들과 함께 나눠먹기도 했다.

이날 잔치를 주관한 강신환(67) 주민자치위원장은 "요즘에는 시골에서도 금줄을 치는 것을 보기 힘든 만큼 주민들이 신기해 하고 좋아한다"며 "살기 좋으니까 인구도 늘어나는 게 아니겠냐"며 흐뭇해 했다.

황석연 동장은 "주민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마을 문화를 만들기 위해 추진했는데 요샌 '예약'까지 들어오고 옆 동네도 부러워한다"며 금줄치기 행사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산4동은 앞으로 새로 이사 온 주민들을 맞이하는 골목길 파티도 열 계획이다. 현수막 내용은 '독산4동 이웃이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독산4동 주민들이 아기가 태어난 집 앞에 내걸 금줄을 만들고 있다. 한쪽에선 음식을 만들고 있다.
 독산4동 주민들이 아기가 태어난 집 앞에 내걸 금줄을 만들고 있다. 한쪽에선 음식을 만들고 있다.
ⓒ 황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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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독산4동, #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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