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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사라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기술의 발달은 우리 모두를 일자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고, 100세시대 누구나 2~3번의 일(業)을 해야 생존한다. 국가도 사회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 결국 개인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일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홀로서기를 통해 '1인기업'을 운영해온 이들에게서 답을 찾고자 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한 '1인기업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17년간 글로벌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다 캠핑여행 가이드로 새 삶 시작한 신익섭씨(Ike shin).
 17년간 글로벌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다 캠핑여행 가이드로 새 삶 시작한 신익섭씨(Ike shin).
ⓒ 유승호(Seungho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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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게 예상치 못한 악재에서 시작됐다. 2014년초 홍콩 교육회사 부사장이던 신익섭씨(Ike shin·48)는 미국지사 론칭을 앞두고 공사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회사를 글로벌기업으로 키워 증시에 상장시킨 후 화려하게 은퇴함으로써 자신의 커리어를 완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본사는 갑자기 투자계획을 변경했고 신씨는 금전적,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17년간 미국과 베이징, 홍콩의 글로벌기업을 주름잡던 신씨가 1년반만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손수 관광객을 모시는(?) 여행가이드가 된 계기다.

'커리어 정점' 눈앞에서 허무하게 끝나버린 성공가도

직장인 신익섭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1990년대는 대학만 나와도 취업이 수월한 시대였다.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듀크대 MBA를 졸업한 신씨는 웬만한 기업은 골라서 갈 수 있었다. '마케팅 사관학교' 한국P&G를 첫 직장으로 코카콜라, 립프로그(LeapFrog·미국 교육완구회사)를 거쳐 세계최대 교육회사 피어슨 아시아 시니어매니저까지 화려한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커리어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커리어의 정점에 서기 직전 뜻하게 않게 그의 성공가도는 끝이 나버렸다.

"당시엔 충격이 너무 커서 다시 직장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회사를 정리하고 일단 좀 쉬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캠핑이 큰 위안이 됐어요. 캠핑카를 2대 갖고 있었는데 직장 다닐 때에도 가끔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과 캠핑여행을 떠나곤 했었어요. 모두들 독특하고 특별한 여행이었다고 좋아하셨어요. 그럴 때마다 저도 큰 보람을 느꼈죠."

 신익섭씨의 캠핑카.
 신익섭씨의 캠핑카.
ⓒ 신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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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의 캠핑사랑을 눈여겨보던 한 지인이 요세미티공원 풀코스 캠핑여행을 사업으로 해볼 것을 제안했다.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만들어 보여주면 투자유치까지 직접 나서주겠다는 그의 말에 신씨는 한국의 여행업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등 본격 사업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평소 취미로만 생각했던 캠핑이 비즈니스로 구체화 되는 순간이었다.

때마침 자유 여행객과 현지 가이드를 연결해주는 여행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을 접하게 됐고 소규모지만 투자유치 없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행객 수요나 요구사항 등 사전조사를 통해 여행상품을 기획했고 2014년 8월, 첫 상품을 사이트에 올리면서 여행가이드로서 첫발을 뗐다. 사이트(https://www.myrealtrip.com/offers/6469)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sanfran_travelnews)을 통해서도 상담신청을 받는 등 젊은 여행객들을 타케팅하기 위해 SNS도 적극 활용했다.

 요세미티공원 캠핑가이드로 변신한 신익섭씨.
 요세미티공원 캠핑가이드로 변신한 신익섭씨.
ⓒ 유승호(Seungho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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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렛일 좀 하면 어때요?"

"처음엔 하루짜리 당일여행부터 시작했어요. 그 다음엔 제가 먼저 요세미티공원 캠핑을 제의해 몇 팀을 진행해봤는데 굉장히 만족해하셨어요. 특히 30대 여성 직장인들이 많았는데, 이국의 숲속을 거닐고 밤이면 별이 쏟아질 듯한 하늘 아래서 모닥불에 와인도 한잔 해보는 경험은 힐링 그 자체이며 잊지못할 추억이 된 거죠. 직장생활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었다는 등 반응이 좋아 1박2일 캠핑상품으로 사이트에 올렸더니 찾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어요."

신씨의 고객은 가족 또는 직장인 여행객부터 교환학생, 실리콘밸리 학회 참가자나 연수생, 출장 등 업무상 미국을 찾는 한국인들이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자유여행객들이지만 팀을 꾸리는 데는 신씨 나름의 원칙이 있다. 여행의 묘미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에 있으므로 가족단위가 아닌 경우 모르는 이들끼리 한 팀을 꾸린다. 하지만 팀 인원은 최대 5~6명을 넘지 않는다.

우연히 꾸린 팀이 다소 특별하게 얽힌 경우도 있었다. 2명씩 2개팀을 픽업해 차에서 인사를 나누고 보니 4명 모두 교환학생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영학과 3학년 여대생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던 그들은 '직업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외국에서 직장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스스럼없이 고민을 털어놓았고 신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커리어코치가 되기도 했다.

캠핑여행 가이드 1인기업으로서 그의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억대를 웃돌던 이전 직장에서의 연봉에 비하면 아직은 3분의1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만족도는 3배 이상이라고 단언했다.

'잘산다=돈이 많다' 동의 못해... 진심어린 장문의 리뷰에 감동


 요세미티공원에서 캠핑여행중인 신씨의 고객들.
 요세미티공원에서 캠핑여행중인 신씨의 고객들.
ⓒ 신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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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잘산다'고 하면 그 사람이 돈이 많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잖아요. 돈이 많으면 잘 사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못산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가 어쩌면 이상한 사회 아닐까요? 저는 경치 좋고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하고 또 제가 안내하는 사람들이 순간순간 즐거워하는 것을 보는 것, 여행 후 장문의 감사리뷰를 받아볼 때 가장 즐겁고 또 잘살고 있다 생각합니다."

일이 아무리 만족스러워도 글로벌기업에서 이사, 부사장까지 지낸 그가 혼자서 허드렛일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은 쉽진 않다. 아침 일찍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고객을 픽업하는 일부터 차량을 청소하고 식재료와 캠핑 도구를 챙기는 일, 다녀온 후 저녁에는 하루 동안 들어온 문의에 일일이 응대하고 다음날 진행할 투어준비까지 모든 걸 다 혼자 감당해야 한다. 드문 경우지만 때론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갑질 고객'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제가 만약 한국 기업에 있었다면 임원급은 됐겠죠. 그 정도면 어딜 가든 갑의 입장이겠지만 지금 제 상황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을의 입장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어차피 겪는 일이긴 한데 막상 그런 말들을 들을 땐 심리적으로 무척 힘든 건 사실입니다. 여행가이드는 일종의 감정노동이므로 스스로 조절해가며 감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긴 글의 리뷰를 남긴 고객들 덕분에 또 다시 힘을 얻습니다. 진심이 담긴 리뷰들을 보면 마치 훈장 같이 느껴져요."

"시간이냐 돈이냐" 삶의 방향성 정한 후 사업 아이템 정해야

 여행객들과 함께 휴식을 즐기는 신익섭씨.
 여행객들과 함께 휴식을 즐기는 신익섭씨.
ⓒ 유승호(Seungho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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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기업 2년차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한계도 느낀다.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므로 가용시간에 한계가 있어 사업 확대가 힘들다는 것이다. 수익을 생각하면 많은 팀을 돌려야 하겠지만 여행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팀 인원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는 명확하다.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팀을 만들어 조금씩 사업을 확대해 나갈까 합니다. 수익의 극대화가 목표였다면 이 일을 하지 않았겠죠. 제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원하는 대로 제 시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1년 중 9개월 정도는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겁니다. 시간의 자유는 1인기업의 가장 큰 매력이니까요."

 겨울시즌 요세미티공원의 전경.
 겨울시즌 요세미티공원의 전경.
ⓒ 신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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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치가 일 안하고 돈 많이 받을 수 없으며, 돈을 많이 받으면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궁극적으로 시간과 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이가 들수록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해진다고들 한다.

"어떤 사업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삶의 태도와 방향성을 먼저 결정한 후의 문제 아닐까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법과 윤리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는 일을 하면 될 것이고, 사업을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도구나 과정으로 본다면 돈이 아닌 내 삶의 목적과 일치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방향을 갖는 일을 선택해야 하겠지요."

17년간의 직장생활과 2년차 1인기업가로 현장에서 부딪혀 온 신씨는 1인기업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3가지를 조언했다.

"금전문제는 소비를 줄이면 되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돈을 먼저 좇지 말고 시간을 확보하는데 집중해보세요. 또 이전에 다녔던 직장이나 직위, 대우는 잊어야 합니다. '내가 왕년에 이런 사람인데'라는 마인드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어요. 마지막으로 이전의 삶에서 획득한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찾으세요. 의미가 있다면 돈은 좀 덜 벌더라도 만족감은 무한대로 커집니다."

 신익섭씨는 직장시절에 비해 연봉은 3분의 1토막 수준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신익섭씨는 직장시절에 비해 연봉은 3분의 1토막 수준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 유승호(Seungho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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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1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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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