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87년 준공된 '하구언'(하굿둑)에다 4대강사업으로 2011~2012년 사이 8개의 보가 들어선 낙동강, 그 바닥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보 상류마다 강바닥에는 썩은 퇴적층이 쌓이고 바닥에서 3m 안팎 물 속에는 산소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강바닥은 생물이 서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잡히는 물고기가 없다며 하구언을 비롯해 보 수문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낙동강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어류 개체수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도, 보 건설 뒤 하천 바닥층이 뻘로 뒤덮여 준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합천보 상류 강바닥 3m 정도 물 속은 산소 없어"

4대강조사위원회 단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가 11일 합천창녕보 상류 강바닥에서 건져올린시커먼 퇴적토(뻘)를 들어 보이고 있다.
 4대강조사위원회 단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가 11일 합천창녕보 상류 강바닥에서 건져올린시커먼 퇴적토(뻘)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11일 오전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쪽에 녹조가 발생해 있다.
 11일 오전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쪽에 녹조가 발생해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11일 대한하천학회(단장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낙동강 경남구간 현장조사를 벌였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와 한은정 창원시의회 의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배종혁 위원장과 임희자 정책실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처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합천창녕보 상류 좌안(강 상류에서 하류로 바라볼 때 왼쪽, 오른쪽은 우안)에는 녹조가 창궐하고 있었다. 강바닥부터 살펴보았다. 보에서 상류 500m 안팎 지점에서 용존산소량과 수온, 퇴적층을 조사했다. 보 상류 수심은 11m 정도인데, 깊이에 따라 수온이 차이가 났다.

표면 수온은 섭씨 25.4도인데 바닥은 20.7도였다. 물 표면과 바닥이 5도 정도 차이가 나는 '성층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창근 교수는 "물이 흐른다면 아래위 온도가 거의 같다"며 "물이 고정되다시피 해서 흐르지 않으니까 온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라 말했다.

용존산소량은 수심 4m에서 5ppm, 7m에서 2.7ppm이었고, 9~11m에서는 0ppm이었다. 강  바닥에서 3m 정도 물 속에는 산소가 없다는 말이다.

박창근 교수는 "강이나 바다의 밑바닥 바로 위에 사는 생물을 '저서생물'이라 하는데, 산소가 없다는 말은 저서생물이 자랄 수 없는 조건을 말한다"며 "그렇다 보니 어류까지 살 수 없는 강이 된 것"이라 말했다.

4대강조사위원회는 이날 보 상류 2개 지점에서 퇴적층의 뻘을 건져 올렸다. 시커먼 뻘이었다. 박창근 교수는 "뻘에서 시궁창 냄새가 난다. 썩었다는 말이다"라며 "해마다 이런 퇴적층이 더 두터워지고 있으며, 썩은 뻘은 최대 2m까지 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이런 뻘(오니)은 하구언 뒤인 낙동강 하류에서 나타났는데, 지금은 보로 인해 낙동강 거의 전역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대개 강 상류는 자갈, 중류는 모래가 있고, 하류는 오니층으로 보면 된다. 4대강사업하기 이전 낙동강은 그랬다"고 말했다.

함안보도 깊은 물 속은 산소 없어 ... 수공 "갈수기 탓"

4대강조사위원회는 11일 오후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에서 퇴적토와 수온 등에 대해 조사했다.
 4대강조사위원회는 11일 오후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에서 퇴적토와 수온 등에 대해 조사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4대강조사위원회는 11일 오후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에서 퇴적토와 수온 등에 대해 조사했다.
 4대강조사위원회는 11일 오후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에서 퇴적토와 수온 등에 대해 조사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창녕함안보도 합천창녕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4대강조사위원회는 창녕함안보 상류 300m 안팎 지점에서 같은 조사를 벌였다.

이곳 수심도 11m 깊이였다. 강바닥에서 3m 안팎 물속에서는 산소가 없었다. 퇴적층이 쌓여 있었고 시커먼 뻘이 나왔다.

박재현 교수는 "창녕함안보도 합천창녕보 상류와 비슷했고, 바닥 아래층 물속은 산소가 적어 저서생물이 살 수 없는 조건이었다"며 "더구나 어류가 산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계속해서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는 "창녕함안보 상류 바닥 퇴적층은 시궁창 냄새가 나고, 저서생물이 살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강바닥은 전반적으로 뻘층으로 코팅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되고, 생물이 살 수 없는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입장이 달랐다. 수자원공사는 "수온 성층화와 저층 용존산소 부족은 갈수기 수심이 깊은 하천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현상으로, 홍수기 유량 증가 시 해소된다"고 했다.

바닥 뻘층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2013~2015년 4대강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토양 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고, 4대강사업 이후 대규모 홍수가 없었기에 일부 구간에 발견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홍수기 유량 증가 시 배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층산소 부족으로 인한 어류 개체수 감소 주장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2013~2015년 사이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 어류 개체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어민들 "물고기가 없다, 하구언-보 개방부터"

4대강조사위원회는 11일 오후 낙동강 김해 대동선착장에서 어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4대강조사위원회는 11일 오후 낙동강 김해 대동선착장에서 어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11일 오후 낙동강 화명대교 상류 우안에 녹조가 창궐해 있다.
 11일 오후 낙동강 화명대교 상류 우안에 녹조가 창궐해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낙동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어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날 오후 김해 대동선착장에서 어민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부산, 김해, 양산, 창녕 등지 어촌계 소속이다.

어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물고기가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잡히지도 않는다고 했다. 붕어, 잉어, 장어는 개체수가 많이 줄었고, 외래어종(준치, 베스, 블루길)만 늘어난다는 것.

낙동강에서 50년간 어업을 해왔다는 김아무개(양산)씨는 "지금 어민들은 죽을 지경이다. 정부는 낙동강 어민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구언이 들어서기 전에 어종은 23가지였는데, 지금은 외래종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낙동강 어류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 하니까,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잡았다고 하면 사지도 않는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대책이 없다. 어민들이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아무개(구포)씨는 "우리 생존권이, 목숨이 걸린 문제다. 하구언 생기기 전과 지금의 어류 실태를 비교해봤으면 한다. 어류는 먹이사슬이 중요하고, 이전에는 고기가 자라는 과정을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40년간 어업을 해왔다고 한 어민(엄궁)은 "하구언 들어서기 전에는 재첩이 많았는데 그 뒤부터 사라졌다. 하구언에다 4대강사업 보로 인해 더 환경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참게 방류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며칠 전 어느 단체에서 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린 참게 방류 행사를 하더라. 이전에는 치어를 방류하면 자라는 과정을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치어 방류를 해봤자 살 수 없고, 외래어종한테 다 잡아먹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폐어구가 하구언 상류 쪽에 쌓이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한 어민은 "강에 설치해 놓은 어구들이 홍수 등으로 떠내려와 하구언 상류 쪽에 쌓여 있다"며 "수중 촬영을 해봐야 하는데 수자원공사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민은 "낙동강에 하구언이 생기고, 4대강사업으로 보를 건설하고 준설한다면서 수초 등 어류 산란처를 없앴다. 그렇다 보니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보로 인해 강바닥은 썩어 가고 있다. 그물을 건져 올려보면 바닥 쪽에 있는 고기는 죽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목소리를 낸 어민도 "위에서 물을 내려보내야 하는데 보를 그대로 두고서 하구언 수문을 개방해도 소용없다"며 "보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서 수문을 개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구언 수문 개방은 어떻게?

 4대강조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가 11일 오후 낙동강 하류 하굿둑 앞에서 수문 개방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4대강조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가 11일 오후 낙동강 하류 하굿둑 앞에서 수문 개방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4대강조사위원회는 낙동강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11일 오후 낙동강 하류 하굿둑 앞에서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물관리센터 관계자로부터 하굿둑 운영과 관련해 설명을 듣고 있다.
 4대강조사위원회는 낙동강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11일 오후 낙동강 하류 하굿둑 앞에서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물관리센터 관계자로부터 하굿둑 운영과 관련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마지막으로 낙동강 하구언을 찾았다. 부산광역시는 하구언 수문 개방을 하기로 했지만,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어민과 환경단체는 하구언 수문 개방을 바라고 있다.

하구언이 필요했던 이유는 '홍수조절'과 '염해방지' 때문이었다.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짠(염분) 바닷물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 물금취수장까지 올라갈 것인지, 김해·양산지역 농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이 논란이다.

수자원공사 낙동강물관리센터 김지찬 센터장 등이 현장에 나와 설명했다. 낙동강물관리센터는 "홍수기 때 창녕함안보 통과 수량에 따라 하구언 수문을 개방하고 탄력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며 "자연 하천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구언 수문 높이는 95m다. 박창근 교수는 "다른 나라의 하구언 수문은 대개 20m 높이다. 30년 동안 한 번도 수문을 다 열어 본 적이 없다. 만약에 홍수가 발생해 수문을 열었을 경우 진동으로 인해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측은 "조절 수문은 매년 시험 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구언 상류의 수중 촬영 요구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잘 관리하고 있다. 어떤 목적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 답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밝혔다.

박재현 교수는 "하구언 상류의 저질토 오염 문제가 심각하고 썩은 냄새가 난다. 그것은 물이 흐르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하구언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구언 수문 개방할 경우 짠 물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가 중요한데, 조류 영향이 크지 않고 위기 때만 닫으면 된다"며 "평균 1년에 7일 정도 닫으면 되고 나머지는 수문을 열어 두어도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또 그는 "하구언 수문을 열어도 짠 물이 물금취수장까지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구포대교나 낙동대교까지는 올라가는데, 위기일 경우 조절할 수 있다"며 "수문 개방하면 뻘층이 없어지게 되고, 새로운 모래가 차면서 패류와 갑각류가 서식하고, 회유성 어종이 돌아오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지찬 센터장은 "하구언 수문 개방에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경남도, 울산시, 김해시, 양산시가 반대하고 있다. 김해지역 화훼농가는 수문 개방 반대 민원을 집단으로 제기했다"며 "여러 가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낙동강, #4대강조사위원회,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댓글2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