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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구미평일산악회 정기산행으로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쉰움산(688m)을 다녀왔다. 새벽에 출발한 차량은 쉰움산 들머리에 있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천은사 앞에 주차했다.
쉰움산 정상
 쉰움산 정상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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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바로 앞에는 고려시대 <제왕운기>를 쓴 이승휴를 기리는 조형물과 그의 생애를 설명하는 표지석이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천은사 아래에는 이승휴를 기리는 사당이 있었다. 사당의 이름은 동안사(動安祠)였다. 이승휴는 생전에 동안거사라고 불렸다.

평소 고려시대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와 일연이 쓴 <삼국유사>는 틈틈이 읽었지만, 이승휴가 저술한 <제왕운기>는 그 제목만 알고 있었다. 이승휴에 관한 관심은 있었지만, 그의 삶을 잘 알지도 못했다. 이번 산행을 기회로 이승휴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이승휴(1224~1300)의 생애는 고려 시대 최대 수난기와 겹친다. 고려는 무신정변(1170년) 이후, 잦은 원의 침입(1231년 제1차 침입)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의 원 간섭기에 들어선다. 이승휴는 1252년 과거에 급제한다. 1254년 이승휴는 원의 5차 침입 시기에 강화도로 피신하지 못하고, 강원도 쉰움산 기슭으로 피신한다.

고려가 원나라에 항복(1270년)한 이후 이승휴는 원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다. 이승휴는 원나라에 부역하는 세력을 질타했으며, 국정이 혼란한 시기에 부정한 행위를 하는 공직자들의 처벌을 왕에게 간언했다. 1280년 이승휴는 당시 고려 왕인 충렬왕에게 군주의 실정을 비판하는 상소문을 제출하니, 파직당한다.

이승휴를 기리는 사당인 "동안사"
 이승휴를 기리는 사당인 "동안사"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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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조정에서 파직 당한 후, 이승휴는 쉰움산 밑자락에서 <제왕운기>를 저술한다. 이승휴는 <제왕운기>에 고려의 왕들을 제왕으로 칭한다. 그리고 고려의 역사를 단군 조선에서 나온다고 저술한다. 당시 원나라에 복속된 고려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고려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이승휴는 고려의 역사를 주체적인 시각에서 저술했다.

<제왕운기>는 김부식이 왕명을 받고 쓴 <삼국사기>와 달리 고려의 역사와 중국의 역사를 엄연히 구분한다. 고려의 뿌리를 단군 조선임을 강조한다. 또한 발해의 역사를 <제왕운기>에 기록하면서 당시 신라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단군조선-부여-고구려-발해-고려로 이어지는 역사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발해와 신라의 통일로 이루어진 고려가 진정한 통일국가라고 인식한다. 이와 같은 역사의식은 조선후기 실학자인 유득공이 쓴 <발해고>로 이어진다.

쉰움산을 산행하면서 이승휴의 굳은 의지를 생각하니, 산행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쉰움산 정상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산행 길도 그리 험하지도 않다. 중간 중간 능선에서 마주보는 두타산(1357m)의 경치를 보면서 산행을 하다보면, 두 개의 산을 함께 걷는 듯하다.

쉰움산 정상 표지석은 오십정(五十井)이다. 산 정상에 오십 개의 우물(움)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순 한글로 쉰움산으로 불린다. 큰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그 웅덩이 안에 물이 고여 있다. 쉼운산 정상은 바위가 수평으로 넓어서, 많은 이들이 앉아서 쉴 수 있다.

쉰움산 정상에서 두타산 방향으로 향하는 산악회 회원들
 쉰움산 정상에서 두타산 방향으로 향하는 산악회 회원들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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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회원들은 쉰움산에서 점심을 먹고 2개의 무리로 나누었다. 1진은 두타산으로 향해서 무릉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으며, 2진은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천은사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다. 나는 이승휴를 기리는 동안사를 다시 찾고자 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갔다. 지금 논란이 되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의에서 이승휴가 쓴 <제왕운기>의 가치가 더욱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 쉰움산 산행 사진은 구미평일산악회(http://cafe.daum.net/iove.gumi)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쉰움산, #제왕운기, #이승휴, #동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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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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