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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아직도 우리에게 어렵고 낯선 존재입니다. 남북교류가 중단된 요즘은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북한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매우 부족하고, 그나마 무엇이 팩트인지조차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언론에 '처형되었다'고 보도되던 사람이 버젓이 당 대회에 등장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때일수록 북한을 제대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남북교류협력단체 겨레하나는 전문가들과 함께 북한의 '미래'에 주목하는 연구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열린 7차 당 대회를 통해 본 북한이 주장하는 미래비전, 작년 12월 평양에서 목격한 북한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5월 25일 열린 좌담회와 이후 몇 차례 이어진 토론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기자 말

대담 : 정창현(국민대 겸임교수), 강호제(NKtech 큐레이터), 변학문(한국산업기술대 외래교수), 이연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정리 : 이하나(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정책국장)


당 대회 치른 북한의 자신감, 평양이 밝아졌다

이연희 : "북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못살고 가난한 나라다. 북한 지역만 불이 꺼진 듯한 야경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36년 만에 당 대회가 열린 것을 두고, 북한이 경제발전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들도 있다." 

정창현 : "36년 만에 당 대회를 열었다는 건 쉽게 말해 '이제 허리띠 졸라맬 정도는 아니야'라는 뜻이다. 그만큼 경제가 안정궤도에 도달했다는 나름 자신감의 표현이다. 최근 북한 경제가 많이 변했다고 본다. 그 속도가 빨라져서 외관상 10년 동안보다, 최근 1년 사이가 더 많이 변했다고도 한다. 특히 평양 중심부 같은 경우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평양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새로운 건물들이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중국 단둥에서 산에 올라가면 신의주가 보이는데, 이전에는 그 정도 시야에서 보이는 높은 건물이 없었다. 지금은 고층건물이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연희 : "작년 12월 평양에 갔었는데 개인적으로는 6년 만이었다. 시내가 정말 많이 변했더라. 고층건물이 많을 뿐 아니라 시내에 차량도 많았다. 거리 야경도 많이 밝아졌다. 이전의 평양과 비교하면 확실히 놀랄 만한 변화였다."

평양 거리의 야경. 불밝힌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 2015년 12월 평양 평양 거리의 야경. 불밝힌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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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거리. 자동차가 많이 눈에 띄었다. 택시도 늘었다.
▲ 2015년 12월 평양 평양의 거리. 자동차가 많이 눈에 띄었다. 택시도 늘었다.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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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 "가장 심각하다고 알려진 전기 문제가 일정 부분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평양에 갔을 때는 일시에 불이 꺼졌다가 켜지기도 했다. 전기를 일정 부분 통제하는 제한송전을 한 것이다. 지금은 평양 등 대도시 전기 사정이 그나마 좋아졌다. 대규모 수력발전소 등이 하나씩 완공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식량 문제도 그렇다. 북한에서 식량공급이 충분하게 되려면 연간 생산량이 약 600만 톤에서 650만 톤이 되어야 한다고 추정된다. 1990년대 말 그야말로 북한 사람들이 최악의 식량난을 겪던 시절의 생산량이 280만 톤 정도였다. 1980년대에는 800만 톤이었다가 그렇게 줄었으니 얼마나 어려웠겠나.

그리고 지금은,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평균 500만 톤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정도면 배불리 먹진 못해도 하루 세 끼가 보장된다. 북한 스스로도 2년 전에 560만 톤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최근 추이를 보면 북한의 식량사정은 5년 이내에 풀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세우면서, 아마 그 기간 내에 700만 톤 돌파 목표를 세우지 않았을까 싶다." 

새누리-더민주 전당대회보다 북한 당대회에 주목하는 이유

이연희 :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당 대회에서 북한의 '파격적인 개방 조치'가 없어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우리는 북한의 경제발전의 가능성을 '시장과 개혁개방'에서 찾게 된다. 과연 북한의 경제발전 동력을 무엇으로 봐야 할까? 특히 이번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언급된 것을 보면 북한이 자체 경제발전계획을 세우고 있는 셈인데 얼마나 현실 가능성이 있을까?"

정창현 : "일단 이걸 짚고 넘어가고 싶다. 북한 당 대회를 왜 주목해야 하는 걸까? 우리가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이렇게 관심을 보이진 않는다.(웃음) 북한 사회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공산당이 당원 자격을 매우 넓게 확대했는데도 인구의 6%가 당원이라고 하는데, 북한은 국민의 14%가 당원이다. 인구를 2500만 명으로 볼 때 무려 350만 명이 당원인 셈이다. 우리는 당원 정도면 북한 사회의 '엘리트'라고 하는데, 그만큼 엘리트가 많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 북한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36년 만에 이런 당대회를 개최했다는 것에 주목하는 이유다."

변학문 : "단적으로 말하면, 북한이 주장하는 자신들 경제발전의 동력은 '기술혁명'이다. 북한하면 다들 '정치사상'만 생각하는데, 사실 북한은 역사적으로도 늘 '기술혁명'을 강조해왔다. 기술발전을 통해 경제발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지난 36년간 당 대회를 치르지 못한 동안은 목표한 만큼의 경제발전-기술혁명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당 대회가 치러지는 걸 보면서, 문헌에서만 보던 당 대회를 목격할 수 있어서 학자로서 꽤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북한의 역사에서는 의미 있는 순간이지 않겠나 싶다."

과학기술 중시, 전 국민의 '이과화' 추진하는 나라

북한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새로 건립한 과학기술전당. 쑥섬에 위치하고 있다
▲ 2015년 12월 평양 북한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새로 건립한 과학기술전당. 쑥섬에 위치하고 있다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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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제 : "결국 지금 북한 경제발전의 키워드는 '과학기술'이다. 북한에 대한 여러 연구자들이 많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내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알고 싶어서 찾아보다 보니, 북한의 '과학기술'에 주목하게 되었다.

나는 북한이 어떻게 기술발전을 통해 경제발전을 실행시키는가를 연구해왔다. 예를 들면 정치사상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천리마운동'은 단순히 천삽 뜨고 허리 한번 펴는 것만을 강조하는 운동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자는 운동이더라. 이번 당 대회에서의 가장 핵심인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를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이 많이 언급되더라. 순서도 그렇다. 정치사상, 다음에 바로 과학기술이 나오지 않나. 내 눈엔 다른 건 기타 등등으로 보이던데(웃음) 그만큼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요즘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전 국민의 이과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3 수험생이 50만 명이라고 한다면 이중 대략 20만 명이 이과생이고, 그중에 2만~3만 명만이 물리를 선택한다. 그런데 북한은 전국민의 교육내용에 '이과'를 필수적으로 넣겠다는 거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 중 하나가 '전 인민의 과학기술 인재화'다. 우리나라 수험생식으로 표현하면 모든 사람이 이과를 가야 한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드는 정책이다(웃음). 수학, 물리를 전공하는 학생도 그렇게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자신들 주장으로는 20, 30대 과학자들의 실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더라."

이연희 : "얼마 전에는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국제컴퓨터대회에서 우승한 소식을 대대적으로 자랑하는 소식을 내보내기도 했다. 다른 나라 학생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풀었다면서."

정창현 : "북한에 금성학원이라고 컴퓨터 수재들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 세계 수학경시대회 자료 등을 가지고 공부하더라. 지금 북한은 여러 지역에 도 단위의 전자도서관을 만드는데, 외부 인터넷은 안 되어도 내부 인트라넷이 가능하다. 과학기술을 책임지는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공개 자료를 가져와서 정리, 분류하고 서버에 올려 공유하는 것이다." 

강호제 : "유명한 도서관들을 보면 도서관 사서가 단순히 책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이 필요한 내용에 맞는 책을 추천해준다. 북한의 과학기술보급실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 도서관 사서가 검색을 대신해 주는 것과도 비슷할 거다. 이런 내용이 궁금한데 뭘 봐야 하나? 물어보면 찾아서 알려준다. 영어로 된 정보라면 번역도 해준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이 더 활발해지고 강화되고 있다. 북한에서 이제 과학기술은 경제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정책까지 규정하는 명제가 되고 있다. 이제 북한이 이렇게 앞세우고 자랑하는 그런 기술들을 어디에 쓰는지 주목해야 한다."

변학문 : "최근 북한에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개별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앞으로 개별 기업의 능력과 의사에 따라 최신 과학기술을 경영 기법에도 도입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북한의 경제 정책 등을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과학기술을 포착하지 못하면 제대로 읽기 어려울 것이다." 

정창현 :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핵심은 CEO체제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기업 경영에서 적자가 나면 국가가 메워주었으나 이제 그러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안정적 운영을 위해 도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면, 이제는 더 나은 수익을 위해 기술혁신을 과감히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양각도호텔에서 바라본 미래과학자거리
▲ 2015년 12월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바라본 미래과학자거리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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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자거리의 건물.
▲ 2015년 12월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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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 "작년 평양에서 '미래과학자거리'를 지나는데, 함께 있던 북한 민화협 참사들이 '이제 자식들이 과학을 공부해야 덕 좀 보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남북 모두 자식이 공부 잘하는 게 효도라는 우스갯소리였지만, 과학자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진 건 사실인 듯했다."

변학문 : "지금은 해체됐지만, 북한에 '조선컴퓨터센터'라고 있었다. 이걸 2000년대 중반 KBS에서 취재한 적이 있는데, 연구원들이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더라. '왜 미제의 게임을 하고 있냐'고 하지 않더라(웃음). 지식노동자들은 쉬면서 머리를 식혀야 한다나?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우는 예전부터 나쁘지 않았다."

'생산'에 도움되는 과학기술로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
▲ 2015년 12월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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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제 : "과학기술과 생산현장의 결합을 강조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북한은 과학기술은 '생산'에 도움되어야 한다고 1940년대부터 강조해왔다. 과학자들이 생산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설비'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강조되어 왔다. 즉, 기존의 기술로 생산을 반복하는 것보다, 일단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생산 전에 기술 계획, 혁신 계획을 먼저 세우고, 기계 설비를 빠르게 마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정창현 : "요즘 북한은 각 기업 협동농장에 컴퓨터 전산실을 만들고 있는데, 농장원들이 농사 짓다가 최첨단 농사기술을 찾고 싶으면 이 인트라넷을 이용해서 농사기술 내용을 찾고 공부한다. IT체계를 농사 현장에도 세우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접목이 각 현장별로 진행된다고 본다."

변학문 : "이런 모습은 과학기술과 생산현장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번 당 대회에서 국가가 이러한 연결을 관리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다. 북한 각 기업들은 한해 생산 계획을 세우기 전에, 기술발전 계획을 먼저 세운다. 즉, 생산 목표를 정할 때 현 단계의 기술 수준이 아니라 발전시킨 기술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각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발전은 과학원으로 넘기게 되고, 생산현장과 과학원의 연결이 중요해지면서 기술발전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과학기술위원회 등의 국가기구를 재정비하며, 중앙의 통제와 관리 기능을 높이지 않겠는가 추정하고 있다."

정창현 : "물론 북한이 말하는 그대로를 다 믿을 수는 없다. 원칙과 현실의 차이랄까. 북한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미래를 가정한 내용들이다. 그 중에 현실과, 가능한 미래를 잘 가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김일성종합대학에서도 컴퓨터를 누구나 사용하지는 못했다. 물론 이과 수재들은 썼겠지만 전체 학생들에게 보급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 김일성종합대학에 큰 규모의 전자 도서관도 만들어졌고, 이를 본떠 각 대학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과학기술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원칙이지만 현실은 이 정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변학문 : "북한의 공식적인 발언들에는 선언적인 내용과 모범사례 등이 섞여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국산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자립화의 대표적인 과제로 '주체철 공법 완성'을 말했다. 주체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코크스를 쓰지 않고 철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북한은 2009년에 이미 주체철 공법이 완성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었다.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못했던 것이 당 대회 내용에서 드러난 것이다. 결국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보를 모아, 꾸준히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쓰는 북한, 사회적 갈등은 없을까?

류경구강병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사람
▲ 2015년 12월 평양 류경구강병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사람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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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아동병원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듯한 아이
▲ 2015년 12월 평양 옥류아동병원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듯한 아이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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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 "북한 발전의 한 단면을 '스마트폰'의 보급현황에서 찾기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북한 주민들이 스마트폰을 쓴다고 놀라워했는데, 평양에서 보니 주변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 같이 회의를 진행하던 북측 민화협 관계자들이 회의 중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한다며 자리를 비우기도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스마트폰으로 자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창현 : "90년대 초반 북한의 유선전화 보급대수를 200만 대라고 했다. 다이얼식 전화기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워진 시기를 지나면서 버튼식을 생략하고 3G휴대폰으로 그리고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지금은 보급대수가 350만 대를 넘었다고 한다. 일반적 발전 단계를 뛰어넘는 압축적 과정은 북한 입장에서도 사회적 충격이 크다. 우리가 외부에서 느끼는 것보다 크고, 그게 자신들 입장에선 매우 '혁명적 발전'일 것이다."

이연희 : "얼마 전 한 뉴스에서는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 고층아파트를 '평양의 맨해튼'이라고 부르더라.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인한 빈부격차, 사회 계층 간 갈등이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들도 있다."

정창현 : "경제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풍경들이 있다. 우리도 대학생들이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비싸지 않나. 북한에서도 '자녀가 김일성종합대학에 붙었다' 그러면 스마트폰 사줘야 하니 부담스럽다고 한다. 아이들이 전자제품을 사달라고 하는데 비싸니까 고민하는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이랄까, 북한에서도 젊은이들을 걱정한다. 이렇게 철이 없고 도덕이 없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 해외교포가 올린 SNS에는 평양에서 청년들이 책을 안 보고 지하철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는 젊은 세대에 대해 청년중시, 도덕과 애국주의 교양 등을 강조하고 있다. 모란봉 악단도 이런 세대별 문화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 젊은 세대들한테 왜 '서양의 록 음악을 즐겨 듣느냐?'라는 말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나름의 대안문화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세계적 추세'

정창현 : "북한은 김정은 시대 이후 '세계적 추세'와 '실리'를 강조해왔다.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사고방식의 기준이 일부 바뀐 것이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의 기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과학기술 추세를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놀이동산이나 물놀이장도 많이 만들었는데, 예전 같으면 '이거 자본주의 아니냐'는 비판만 받았을 만한 정책이나 발언들이 이제 '세계적 추세'라는 말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국산 음료수' 마실 것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코카콜라,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등도 판다. 그것이 지금 달라진 북한 젊은 세대의 모습이다."

이연희 : "문수물놀이장에 갔었는데 한겨울인데도 실내가 한여름 같았다. 시설이 여느 워터파크 못지 않더라. 승마장도 야외와 실내에서 승마를 취미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 북측 설명으로는 '인민들이 문명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 모습이 세계적 추세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문수물놀이장
▲ 2015년 12월 평양 문수물놀이장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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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물놀이장에서 '파도풀'을 즐기던 사람들
▲ 2015년 12월 평양 문수물놀이장에서 '파도풀'을 즐기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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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제 : "젊은 세대, 요즘 세대에 대한 건 교육의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이후 북한의 교과서를 보면 정치사상과 혁명의 내용이 조금 줄어들고 수학과 과학이 강화됐다. 그런데 이게 양이 늘어난 것은 아니고 교육의 방식이 바뀌었다. 토론식으로, 자기 생각을 합리적으로 정리,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론을 교육한다.

이런 생각도 들더라. 보통 우리는 체제를 위해 주입식 교육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질문 던지는 방식의 교육을 하다니,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하면 체제가 위험해지는 거 아냐? 역설적으로 그만큼 자신들의 사회와 체제에 자신감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번 당대회 총화보고서에도 정치사상적인 분야에 대해 '완료형'으로 서술된 부분이 많았던 것처럼." 

북한은 '거대한 연극'을 하고 있나

이연희 : "당 대회 때 영국 언론 BBC 기자가 추방당한 일이 있었다. 기자가 '북한은 거대한 연극을 하고 있다'고 했다는데, 그만큼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창현 : "그 기자의 추방은 아마 최고지도자에 대한 언급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언론의 자유가 없다고 하지만, 의외로 '사회주의 체제 이런 문제점이 많다'는 비판을 해도 큰 문제는 안 생긴다. 그렇지만 최고지도자에 대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것이 북한 사회다. 그 기자에 대해서도, 당 대회 일정 중 공식석상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 사회의 특징이 있다. 북한은 '없던 사실'을 연출하는 건 조작이지만, 그 외의 연출은 일종의 관례로 본다. 외부 언론에서 취재를 요청하면, '있었던 사실'이나 '보통 있는 일'을 취재를 위해 연출, 조직해 주기는 한다. 그런데 이건 넓은 범위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말 리얼 다큐라고 해도 최소한의 연출이 안 들어갈 수 없지 않나. '6시 내고향'이라는 프로에서 출연자들이 '맛있다~'고 감탄하는 장면에 아무런 연출이 없겠나.

물론 북한에서는 소위 그런 연출이 훨씬 조직적으로 진행됐을 거다. 그렇지만 언론이든 영화 제작자든, 사전에 서로 요청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있었을 텐데 그런 사례만으로 '사회 전체가 다 거짓말이고 연극'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북한 사회의 특징이 드러난 사건들이라고 봐야 한다."

이연희 : "주변에서 북한이 핵을 개발할 정도로 과학기술을 갖고 있는지, 핵이 진짜냐고 묻는 사람도 많다." 

강호제 : "아직까지 북한 핵에 대해 그런 질문이 많다고 하는 것도 새삼스럽다. 그 정도 규모의 지진을 거짓말로 일으켰겠는가. 물론, 핵 무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은 있다. 그렇지만 그 정도의 큰 지진을 일부러 일으켜서 뭘 하겠는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외부에 보여주는 정보에 비해 실제 북한의 핵 기술이 어디까지 진행되었을지가 궁금하다. 외부에 보여주는 기술은 이미 '완성 단계'에 있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5억원 들여 5천만원 동결했다는 대북제재, 효과 있나?

이연희 : "북한 핵을 이야기하면서 대북제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역대 최고 수위라는 대북제재가 진행중인데 얼마 전 리수용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중국에서 시진핑을 만나 북중 관계를 과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얼마 전 '대북경제제재 효과 없었다'는 기사를 보니, 미국정부가 5천만 원 규모의 북한 자금을 동결하는 데에 10배인 5억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하더라." 

정창현 : "아무리 강력한 경제제재가 있어도 대응책은 있기 마련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다들 대북제재가 지속되면 도대체 북한은 무슨 돈으로 경제발전을 하지? 싶을 거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농담 삼아 북한에 돈을 제일 많이 주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기업들이 중국에 용역을 주면, 중국 기업들이 임금이 싼 북한에 재하청을 주는 사례가 많다. IT분야, 의류 임가공 등 작업의 대부분을 북한의 노동자들이 맡아서 하지만 팔리기는 '메이드 인 차이나'로 된다. 이런 것까지 어떻게 막겠는가? 북한은 중국과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다. 최근 북한과 중국 요녕성 정부와 손잡고 7.27 신의주-개성 고속도로 착공이 예정되어있다는 것이 보도되지 않았나. 앞으로 이런 경제협력관련 소식들이 더 많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군수기술로 민간경제 발전 가능성은?

이연희 : "종합해보면, 여전히 북은 고립되어 있고 4차 핵실험 이후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일정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북한의 '미래'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과학기술'을 무기로 한 북한 경제 발전의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강호제 :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상황이고 핵과 경제 발전의 '병진노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전부터 조선신보에서는 매일같이 군수 기술과 인력, 자원을 민수로 돌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핵무기를 가진 상황이니 재래식 군사무기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고도 국방력 유지를 할 수 있다는 거고, 군수에 쓰이던 많은 자원을 딴 데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또 군수에 쓰인 기술들을 민간 경제공장 등에 도입하겠다는 건데, 김정은 위원장의 민간 경제공장 현지시찰 사진들을 보면 그런 의지가 드러나기도 한다. 수행원들이 군수에 있던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물론 군수기술의 민수화는 다들 어렵다고,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북한'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창현 : "이번에 새로 인선된 당 중앙위원 중에 단천지구광업총국장(리찬화)이 포함돼 있다. 마그네사이트로 유명한 단천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 핵실험 이후에, 단천지구의 모든 광물을 팔아서 생긴 수입과 이윤은 인민생활을 위한 경공업에 투자하라고 지시한 바가 있다. 단천지구의 책임자가 당 중앙위원에 선출되었다는 것은 당시의 지시가 유효하다는 것, 그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 아니겠나. 국방공업에 들어가는 자원의 비중을 축소하고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래, '과학기술' 교류를 기대해본다

이연희 : "이렇게 북한 경제계획이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니,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가 더욱 답답할 따름이다. 남북교류가 중단된 지 너무 오래되었고, 언제 열릴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민간의 교류가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까 고민이 된다."

변학문 : "고향 친구 중에 한 명이 전자회로판에서 값비싼 금속을 뽑아내는 일을 하는 회사의 사장이다. 직원 3명의 작은 회사인데, 기판을 녹이는 작업을 해야 해서 유독가스 때문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 간단한 기계 공정만 도입해도 효율이 좋아질 것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도입하지 않고 그냥 몸으로 한다고 한다. 왜? 그런 기계는 우리나라에 큰 수요가 없어 생산되어 있는 게 없으니 구입할 수 없고, 중국에 주문 제작할 정도의 규모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역설적으로 남북기술교류를 상상해보게 됐다. 예를들면 생산공정에 필요한 기술교류가 가능할 것 같다. 우리나라 소규모 업체에 필요하지만 수요가 작아 개발되지 않는 기술들이 지금 북한에는 한참 자체 개발 중이거나, 이미 개발되어 쓰이고 있을 수도 있다. 꼭 최첨단 기술이 아니어도 가능한 사례다. 오히려 남북이 경제발전 단계와 그에 따라 필요한 기술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창현 : "'과학기술'을 생각하면 결국 새로운 세대가 직접 만나 소통하면 교류도 쉬워지고 통일이 한층 가까워질 거라 생각하게 된다. 지금 대학생들이 만나면 바로 스마트폰에 무슨 게임이 깔려있는지 대화하지 않겠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도 가능할 것이다. 나 같은 기성세대가 볼 때는 그것이 올바른 통일문화인지 우려스럽지만 (웃음) 남북 모두 기술과 경제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청년세대들의 차이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런 측면의 낙관적인 기대를 해본다." 

강호제 : "예전의 남북교류는 남북이 서로를 더 알자, 이런 방향이었다면 이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의 기술과 남한 자본이 결합될 수도 있다. 세계를 시장으로 하면 된다. 지금은 중단된 개성공단의 2단계 발전상이 그런 모습이지 않았나. 더 이상 남북은 체제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협력을 준비해야 한다." 

이연희 : "당 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새로움, 북한이 스스로 그리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위한 토론이었다. 결국 우리의 과제는 북한과 남한이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미래를 어떤 경로로 그려가느냐는 것인것 같다. 북한을 더욱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확실해지는 계기였다. 앞으로도 많은 고민과 모색을 시도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는 지난해 12월 2일에서 5일, 남북교류의 북측 파트너인 민화협과의 사업협의차 평양에 다녀왔습니다. 겨레하나는 인도적 대북지원 및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진행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현재 전문가들과 <남북관계연구자그룹>을 꾸려 북한 및 남북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모색을 시도중입니다.



태그:#당대회, #평양,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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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 전문단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단체 겨레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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