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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콩물국수는 영양이 풍부한데다 국물이 진하고 맛도 고소하다.
 검정 콩물국수는 영양이 풍부한데다 국물이 진하고 맛도 고소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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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별'(?) 하는 검정콩국수집이 있다. 전남 순천이다. 지난 5월 28일, 간간히 비가 흩뿌리는 흐린 날씨에 찾아가봤다. 여름철 별미인 콩국수는 날씨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 손님이 없겠거니 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가게는 날씨에 아랑곳없이 손님들로 북적인다.

남녀차별에 날씨까지 흐린데 이렇듯 손님이 많다니, 언뜻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다. 예전에 서울 신촌에서 남녀 차별 하는 음식점을 목격한 적이 있다. 아마도 칼국수집으로 기억된다. 남자 손님들과 여자 손님들의 음식 양이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같은 가격인데도 음식 양이 적은 여자 손님들이 불만스러워했던 기억이 언뜻 스쳐간다.

콩국수집의 별난 표어... '남자용으로 주문해주세요'

‘많이 드실 여자 분은 남자용으로 주문해주세요.’
 ‘많이 드실 여자 분은 남자용으로 주문해주세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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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드실 여자 분은 남자용으로 주문해주세요."

주방 벽면에 써 붙여 놓은 '많이 드실 여자 분은 남자용으로 주문해달라'는 글귀에서도 분명 남녀 차별이 엿보인다. 아무렴 어떨까. 우리 이제 주인아주머니(손춘숙씨)에게 남녀 차별(?)로 유명해졌다는 그 사연 한번 들어보자.

"여자 분들이 음식을 많이 남겨요."

여자 손님들이 음식을 많이 남겨 이러한 방법을 고안해냈단다. 가끔 "같은 가격인데 왜 남녀 차별을 하냐"며 따져 묻는 손님도 있지만 대체로 별 문제가 없다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남♡여 그릇차이가 나오니 양 크신 분은 미리 말씀해주세요!"

이것 역시 이해를 구하는 표어를 식당 주방 앞 벽면에 써 붙여 놨다. 양이 큰 여자 분들은 주문 시 미리 말을 하면 넉넉하게 가져다준다. 음식물을 남기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사진 찍지 말라며 손사래 치던 주인아주머니가 이내 활짝 웃는다.
 사진 찍지 말라며 손사래 치던 주인아주머니가 이내 활짝 웃는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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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장사는 6개월만 한다. 4월에 문을 열어 9월까지. 찬바람 부는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는 문을 닫는다. 참 별난 이곳 콩국수집은 올해로 9년 째다.

사진 찍지 말라며 손사래 치던 주인아주머니가 이내 활짝 웃는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이분, 콩국수 한 그릇에 그 마음이 오롯하게 담겨있다.

검정콩 서리태만 사용... 맛도 좋고 몸에도 좋아

거무스름한 빛깔의 검정 콩물국수다.
 거무스름한 빛깔의 검정 콩물국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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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콩만 사용해요, 서리태가 몸에 좋잖아요."

콩국수에 사용하는 콩은 서리가 내린 후에 수확한다고 해서 서리태라 불리는 검정콩만 사용한다. 노란 콩보다 항산화효과가 높은 서리태는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질이 풍부하고 비타민B군도 많다. 노란 콩 보다 더 우리 몸에 이롭다.

거무스름한 빛깔의 콩물국수다. 콩물이 진하고 맛도 고소하다. 콩 특유의 비린 맛이 약간 있지만 싫지가 않다. 몇 번 먹다보니 오히려 그 맛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소금을 가미해 먹으면 좋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냥 먹길 권한다.

먹을수록 당기는 맛에 콩물이 아주 진하다.
 먹을수록 당기는 맛에 콩물이 아주 진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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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물국수는 겉절이 배추김치와 잘 어울린다.
 콩물국수는 겉절이 배추김치와 잘 어울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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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과 콩국은 무한정 제공한다.
 면과 콩국은 무한정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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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과 콩물이 썩 잘 어울린다. 시원하면서도 풍부한 이 느낌이 좋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맛이다. 이 맛에 이끌려 올여름 이곳을 자주 찾을 거 같다. 추가 반찬은 직접 가져다 먹는, 이른바 셀프다. 면과 콩국은 무한정 제공한다. 면발과 콩국을 더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여기 있습니다"라며 가져다준다. 기분이 좋다.

이집이 좋아서, 이곳의 콩국수가 맛있어서 자주 온다는 이웃한 손님들, 대부분 단골손님들이다. 나 역시도 어느새 서리태콩국수 맛에 반해 버렸다. 먹을수록 풍부한 맛에 묘한 끌림이 있다. 평소에 음식을 조금씩 먹는데 이집의 콩물은 두 그릇이나 싹 비웠다. 포만감이 한동안 가시질 않는다. 음식은 적당히 먹어야 한다. 어리석은 배부른 고통을 일부러 경험할 필요는 없다.

실내는 소박한 정취가 가득하다.
 실내는 소박한 정취가 가득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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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음식을 조금씩 먹는데 이집의 콩물은 두 그릇이나 싹 비웠다.
 평소에 음식을 조금씩 먹는데 이집의 콩물은 두 그릇이나 싹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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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콩국수, #서리태, #순천맛집, #맛돌이, #여름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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