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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16일(월)부터 오는 6월 20일(월)까지 '2016년 사회적기업 크라우드펀딩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서울특별시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예비)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사회적)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기업 130여 개 팀이 참여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자신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알리고 투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중 상위 11개 팀에 대해서는 포상(상장 및 상금 총 930만 원)과 함께 저금리 대출 연계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고 한다.

특히 이번 대회의 특징 중의 하나는 처음으로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은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각 기업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자신들을 홍보하는 동시에 부족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중앙정부가 최초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대회를 통해 실제 자금 유치를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자, 그럼 이번 대회에는 어떤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참여하고 있을까? 기자는 그중에서 직접 탐방을 다녀온 충북곤충자원연구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크라우드펀딩이란?
 크라우드펀딩이란?
ⓒ 2016 사회적경제 크라우드펀딩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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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가 된 음식물쓰레기

충북곤충자원연구소를 방문하자마자 생뚱맞은 겉모습에 놀랐다. 이름이 '연구소'라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연구소를 상상했건만 웬걸, 연구소 건물은 전에 운영했던 '황태칼국수'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는 식당이었고, 그 내부에는 하늘에 날리는 연들과 수많은 곤충 박제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연구를 한다는 것이지?

그러나 이와 같은 의심은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의 발표를 듣고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이 키우고 있는 곤충 '동애등에'를 소개해주고, 그 곤충의 유익성 및 사업성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이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충북곤충자원연구소 외부
 충북곤충자원연구소 외부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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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애등에를 설명하기에 앞서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했다.

국내 하루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약 1만2500톤. 전혀 가늠도 되지 않는 이 음식물쓰레기가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라고 한다. 한국은 1988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바다에 자유롭게 버리다가, 2009년 폐기물 해양배출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런던협약 96의정서'에 가입했는데, 이에 따라 2013년부터 음식물쓰레기의 해양투기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예전처럼 바다에 버릴 수 없는 현실. 따라서 현재 많은 지자체들은 이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음식물쓰레기 불법투기가 곳곳에 횡행하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돈만 벌면 된다며 주위 주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땅을 파고 매립하거나 야산에 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물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 개인이 알아서 음식물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찬이 많고 짜게 섭취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상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고, 염분 때문에 자원 재활용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애등에,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의 발표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의 발표
ⓒ 이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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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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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해답을 동애등에라는 곤충에게서 찾고 있었다. 연 만들기 장인이자 평소 곤충에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를 따라 우연히 동애등에를 접하게 된 박 대표는 동애등에의 사업 가능성을 보고 이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했다. 과연 동애등에는 어떤 곤충이기에 평범한 직장인을 사회적기업가로 변신시킨 것일까?

동애등에는 파리 과 곤충으로서 음식물쓰레기, 가축 축분, 동물 사체 등과 같은 유기성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분해하며, 500g의 동애등에 유충이 음식물 쓰레기 1kg을 먹어치우는데 단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 특히 동애등에는 음식물쓰레기의 염분과 유해균들을 처리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다른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방식보다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동애등에 성충
 동애등에 성충
ⓒ 농업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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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애등에 애벌레
 동애등에 애벌레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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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동애등에 애벌레가 동물, 어류들의 사료로, 애벌레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남긴 배설물은 고품질 유기농 퇴비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애등에 애벌레가 부패한 음식물쓰레기에서 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체내에 항생, 항균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애벌레 자체가 고단백, 항균물질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동애등에 애벌레를 사료로 먹는 닭의 달걀은 그렇지 않은 달걀보다 항균성이 높아 인기라고 했으며, 얼마 안 있으면 이 애벌레가 곧 우리의 식탁에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전망이었다. 최근 UN에서도 곤충이 인류의 미래 식량자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귀뚜라미는 식용으로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명을 모두 들은 뒤 우리 일행이 향한 곳은 동애등에 애벌레를 사육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충북곤충자원연구소가 만들어 특허까지 받아놨다는 기계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의 동애등에 애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육되거나 음식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었다.

현재 충북곤충자원연구소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1t용 기계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기계가 완성이 되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동애등에' 영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기업가가 가는 길

동애등에 사육 기계
 동애등에 사육 기계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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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곤충자원연구소를 나오는 길, 다시금 사회적기업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현재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설 수 없는 길을 소명의식을 갖고 먼저 뚜벅뚜벅 걷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에게 너무도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같은 일은 개인이 아니라 지자체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공공적인 사안일지도 모른다. 개인이 연구해서 성공하면 큰 이익을 거두겠지만, 사업의 위험성이 크고 사회에 꼭 필요한 만큼 정부가 일정 정도 지원해주고 사업을 공공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그와 같은 선도적인 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이번 미세먼지 사태만 보더라도 벌써 몇 해 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던 만큼 장기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했던 일이라곤 이제 와서야 경유값을 올리겠다느니, 고등어를 구워 먹지 말라느니 하는 것들 아닌가.

이는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온갖 특혜를 받아가며 그만큼 몸집을 불렸으면 이제는 중소기업들이 쉽게 나설 수 없는, 위험성 높지만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 등을 과감히 추진함으로써 사회에 '혜택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네 대기업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오히려 동네 피자, 치킨, 분식집 상권으로 들어와 서민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며,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사람을 빼가는 소위 '갑질'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니 아직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이 존경 보다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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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기업이 제 역할을 못 해주는 사회. 그래서 우리 사회는 충북곤충자원연구소의 박기환 대표와 같은 사회적기업가를 더욱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부디 이번 사회적기업 크라우드펀딩대회를 통해 충북곤충자원연구소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동애등에를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활발해지길 소망한다.  


태그:#충북곤충자원연구소, #사회적경제, #2016 사회적기업 크라우드펀딩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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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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