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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트와이스의 나연과 지효가 9일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뮤직 기자간담회에서 공간 체험 음악 서비스 '지니 VR'을 시연하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나연과 지효가 9일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뮤직 기자간담회에서 공간 체험 음악 서비스 '지니 VR'을 시연하고 있다.
ⓒ KT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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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를 운영하는 KT뮤직은 9일 각종 음악 공연 현장을 '360도 영상'으로 보여주는 가상현실(VR) 음악서비스 '지니 VR'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나연과 지효가 참석해 자신들의 공연 장면을 담은 VR 영상을 직접 소개했다.

250MB짜리 '360도 영상'도 무료? "통신사와 경쟁 불가"

360도 영상은 공연 현장에서 카메라 5~6대로 촬영한 VR 영상을 이어 붙여 360도 방향 어디든 돌려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HD급 뮤직비디오 용량이 100MB(메가바이트) 정도라면, 360도 영상은 4분 기준 250MB로 2배 이상 많다. 현재 VR 시청료는 따로 없지만 데이터는 공짜가 아니다. VR 영상 10편만 감상해도 2.5GB(기가바이트). 웬만한 요금제 한 달치 기본 데이터가 1시간도 안 돼 사라진다.

실제 지니 앱에서 VR 영상을 재생하려고 했더니 "VR 영상은 최대 500MB 이상의 고용량 영상이므로, 영상 시청시 데이터 통화료 발생에 주의하라"면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또는 와이파이 환경에서 시청하라"는 경고 문구가 떴다.

그런데 KT 가입자들은 현재 월 6천 원(7월부터 8천 원 인상 예정)짜리 '지니팩' 요금제 같은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면 데이터 제한 없이 지니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인터넷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이용할 때 데이터 요금을 따로 부과하지 않는 걸 '제로레이팅(Zero-rating)'이라고 한다. 소액의 요금만 내면 특정 콘텐츠를 데이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같은 '제로레이팅'이 통신사(망사업자) 자체 서비스나 일정 비용을 부담한 특정 서비스를 밀어줘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다는 데 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이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11번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모바일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이에 힘입어 11번가는 최근 쿠팡 등을 제치고 온라인 쇼핑 앱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고용량 콘텐츠가 많은 음원, 동영상 서비스는 파급효과가 더 크다. 한때 SK텔레콤 계열이었던 '멜론'과 KT 자회사인 KT뮤직 운영하는 '지니'는 '모회사 지원'에 힘입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고 현재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다. 다만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카카오에서 인수했다.

이 같은 '제로레이팅'은 당장 일부 통신사 가입자들에겐 이득이지만 전체 인터넷 생태계에는 위협요소다. 실제 음원 시장에서 CJ 계열 '엠넷닷컴', 네오위즈의 '벅스', '소리바다' 등 '비통신' 사업자들 점유율은 전부 합쳐도 2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음원 업계 한 관계자는 9일 "통신사 플랫폼은 음원 서비스 업체의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면서 "멜론은 과거 SK텔레콤 스마트폰에 기본 앱으로 깔렸고 일정기간 무료로 제공해 많은 가입자를 모았고 지니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한때 통신사에서 데이터를 구매해 이용자들의 데이터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도 고민했지만 비용 부담이 커 중단했다"면서 "음원은 데이터 부담이 크진 않지만 용량이 큰 VR 서비스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제로레이팅' 요금제로 번진 망중립성 논란, "재정적 차별도 문제"

이는 인터넷망 사업자가 트래픽 관리를 통해 특정 인터넷 서비스나 사업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망중립성'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 지금까지 카카오톡 보이스톡, 애플 페이스타임 등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이나 삼성전자 스마트TV 차단과 같은 '물리적 차별'이 주로 논란이 됐지만 거꾸로 특정 서비스를 지원하는 '재정적 차별'도 망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9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제로레이팅에 일괄 면죄부를 주려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제로레이팅 요금제에 대한 정부 입장이 달라졌다는 한 언론 보도 때문이다. <아시아경제>는 "미래부는 제로레이팅 요금에 대해서는 아직 전세계적으로 규제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고 국내에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사업자가 원한다면 막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경쟁 제한성이 해소되면 제로레이팅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얘기한 게 잘못 전달된 것"이라면서 "지난해 KT-카카오 요금제도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개방해 경쟁 제한성을 없애야 재검토하겠다고 했고, 그 기조는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실제 미래부는 지난해 8월 KT와 카카오가 월 3300원을 내면 3GB 범위 내에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자, 다른 사업자를 차별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 위반 소지가 있다며 행정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 17일 '망중립성'을 주제로 열린 'ICT 정책 해우소'에서도 조대근 잉카리서치 대표는 "(제로레이팅과 관련)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목적의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되 공정경쟁과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국내 망사업자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회사나 특정 회사를 밀어주면 다른 업체들은 경쟁이 불가능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제로레이팅 요금제를 사전적으로 막지는 않더라도 공정경쟁을 제한해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면 정부가 사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제로레이팅, #망중립성, #지니, #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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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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