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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숭의2동 마을방송국이 지난 5월 23일 개소식 겸 공개방송을 했다. 지난해 4월 인터넷방송국을 개국해 '숭의동 사랑방'과 '숭의동 실버전성시대' 등을 진행해왔다.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개소식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숭의2동 마을방송국을 연 정진우(36) 미라클미디어 대표를 지난 5월 31일 방송국에서 만났다. 방송국은 아담했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노래하고 싶어서, 돈 벌고 싶어서 온 인천

  숭의2동 마을방송국은 아담했다. 정진우 대표가 방송 장비 조작을 선보이고 있다.
 숭의2동 마을방송국은 아담했다. 정진우 대표가 방송 장비 조작을 선보이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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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방송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었더니, 정 대표는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눈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던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으로 응원하게 됐다.

"열일곱 살 때 음악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의 노래에 영향을 받았는데 록이 멋있었죠. 제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신일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밴드부가 있어서 가입했어요.

축제 때 1학년은 참가를 못하는데 3학년 선배가 서태지 노래를 하자고 해, 우리 학교 역사상 최초로 1학년인 제가 축제 때 노래를 불렀죠. 강당에 사람이 꽉 차고 처음 보는 여학생들한테 꽃다발을 받아 얼떨떨했죠. 그때 첫 공연의 감동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정 대표는 인터뷰를 하면서 그때가 떠올랐는지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돈이나 명예보다는 첫 감동으로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면서.

그는 고교 3학년 때인 1999년, 인문계 고교생 직업위탁교육을 하는 아현직업학교에 갔다. 당시 <경향신문>은 '참을 수 없는 끼를 가진 학생들이 숨 막히는 입시지옥에서 탈출, 저마다 꿈을 좇는 해방구인 학교, 기존 교육에서 금기시돼온 대중음악을 정규교과로 가르치는 유일한 교육기관'이라고 보도했다.

"제 동기 중에 휘성·환희·박효신·영지가 있어요. 우리가 2회였죠. 지금은 학교가 유명해져 서울 전 지역에서 오고, 경쟁률도 높아요. 기획사 들어가려고 하는 친구들도 오고, 우리 학교에 오면 대학에 특채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숭의2동 마을방송국을 연 정진우 미라클미디어 대표.
 숭의2동 마을방송국을 연 정진우 미라클미디어 대표.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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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 대표는 부모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어려워져 대학을 들어가지 못했고, 부모는 법적으로 헤어졌다. 군대에선 군악대로 편입돼 트럼펫을 연주하거나 보컬 실력을 인정받아 대민 지원 갈 때는 노래도 불렀다. 제대 후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려했지만 충북 괴산에서 요양원을 어렵게 운영하는 어머니를 외면하기 어려워 사회복지사가 됐다.

충북 청주에 있는 주성대(현 충북보건과학대) 청소년문화복지과를 졸업하고, 다른 과에 입학하면 등록금의 50%가 할인된다는 말에 실용음악공연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충청도나 대전지역에서 하는 행사에서 공연을 했다.

졸업 후에는 음악의 꿈을 접은 채 라이브 가수나 택배기사 해서 번 돈을 요양원에 쏟아부어야 했다. 그러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요양원에 정부 지원이 나오기 시작해, 어머니한테 '노래를 하고 싶다'고 선언하고 상경했다.

괴산 생활이 비참했다고 말하는 정 대표는 모든 수입을 요양원에 넣고, 옷도 지원품을 입어야만 했다고 했다. 부자가 되고 싶었고, 노래를 할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에 음악 하는 선배들이 있어서 2012년에 올라왔는데, 선배들도 어렵게 살더라고요. 그때부터 문화예술 관련 업종에는 무조건 이력서를 넣었죠. 1000군데는 넣었을 거예요.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보다 스펙이나 학력이 뛰어난 분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합격한 곳이 제물포 근처에 있는 인음챔버오케스트라였죠. 그래서 4년 전에 남구로 왔습니다."

미디어로 세상을 정화하는 일에 일조하고자
   
  방송국 벽에는 제작 중이거나 제작 할 코너명이 적혀있다.
 방송국 벽에는 제작 중이거나 제작 할 코너명이 적혀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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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기독신앙인인 정 대표는 한동안 냉담자로 지냈다. 인천으로 와 다시 교회를 찾은 그는 교회에서 아픔을 위로받고 인격적으로 하나님과 조우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교회에서 미디어 세상과도 만났다.

"'온맘닷컴'이라는 교회 관련 사이트에서 '미디어 사역 컨퍼런스'가 있다는 걸 봤어요. 음악도 어차피 미디어와 결부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뮤직비디오도 만들 계획이었으니까요. 그 정도의 마음으로 갔는데, 컨퍼런스에서 '미디어로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말에 감명 받았어요. 지금은 미디어가 세상을 지배하는데, 역기능이 심각합니다.

음란 폭력물에 청소년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카카오톡으로 친구를 왕따로 만들거나 채팅방 안에 가두고 나가면 다시 가둬 욕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진화는 막을 수가 없어요. 컨퍼런스 발제자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악한 콘텐츠가 100이라면 우리가 좋은 콘텐츠를 하나씩 만들어서 그 비율을 줄이자.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듯이 좋은 물을 흘려보내다보면 바다도 깨끗해질 것이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정화되지 않겠나' 그 말에 동의했어요"

'미디어 콘텐츠의 기적'이라는 슬로건으로 2014년 10월에 미라클미디어를 만들었다. 미디어는 음악과 영상, 일러스트, 만화, 신문, 잡지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영상을 공부하고 영상 편집을 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예전부터 음악 외에 하고 싶었던 게 라디오 디제이(DJ)였어요. 로망이었죠. 그래서 2014년 12월에 주민 15명이 모여 숭의동 라디오방송 논의를 시작했고, 2015년 4월에 숭의동 인터넷방송국을 개국했습니다."

주파수가 있는 단파방송국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인터넷 음악방송을 시작했다. 세이클럽이라는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세이캐스트라는 어플리케이션이었다.

"회원 가입을 안 하고도 그곳에서 방송국을 만들 수 있어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동시에 어플을 지원하는데 음악을 틀어도 저작권 문제가 없는 사이트죠. 그곳에서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을 합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게 '숭의동 사랑방'과 '숭의동 실버전성시대'다. '숭의동 사랑방'은 동네 소식을 전해준다. 동네 주민들이 직접 DJ가 돼 사연을 소개하고 노래를 틀어주는데 제법 전문가답다. 요즘은 숭의2동 통장 16명이 협조해 사연을 모아주기도 한다.

지역에서 발굴한 지역이야기를 미디어로

 방송국 한 켠에는 정 대표가 다루는 악기들이 놓여있다.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방송국 한 켠에는 정 대표가 다루는 악기들이 놓여있다.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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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방송국은 코너 2개 외에도 '헬로우 니하오'와 '숭의동 육아일기', '숭의동 책속의 한 줄' 등을 진행했다. 그런데 코너를 조정하고 영상방송으로 전환했다.

"마을방송국을 개국하고 몇 개월 하다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좀 쉬었어요. 그때 남구 미디어홍보실에서 찾아와 영상방송으로 남구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제안했죠. 코너를 늘리고 영상을 제작해 남구 인터넷방송국과 유튜브(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에 지난주부터 올렸어야 했는데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영상방송으로는 전래동화나 창작동화를 구연하거나 재연하는 '숭의동 동화극장'과 추억과 함께 떠나는 팝토크쇼 '숭의동 팝스 매거진', 동네주민과 함께 하는 라이브 음악방송 '숭의동 버스킹' 등이 준비돼있다.

"이번 공개방송 때 동화극장을 진행하는 DJ 정은재 선생님이 직접 구현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창작동화는 당장은 어렵고 전래동화에 애니메이션 삽화와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를 넣어 그 콘텐츠를 어린이집이나 도서관에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코너 이름을 '숭의동 동화극장'이라고 지은 이유는 전래동화뿐만 아니라 숭의동 어르신들이 겪거나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각색해 만들 생각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는 숭의2동 마을방송국의 콘텐츠를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지식 전달이 아닌,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를 전달해 재미와 감동이 있는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푸드 트럭으로 인천지역 도서산간지역을 돌며 작은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노래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스크린을 가지고 가서 뮤지컬 콘서트를 하는 거죠."

음악에 미련은 없는지 물었더니, "개소식과 공개방송 준비로 많이 바빴는데, 현재 복음성가 앨범을 제작하고 있어요. 지역과 관련한 노래와 뮤직비디오도 만들려고 합니다. 동인천이 참 매력적인 곳이에요. 그곳을 담은 노래를 올해 말까지 만들고, 내년 봄에는 뮤직비디오를 찍을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숭의2동 마을방송국에 들어오려면, 핸드폰에서 '세이캐스트'를 검색해 어플을 다운받은 후 실행해 '숭의동 인터넷 방송국'을 검색하면 된다. 유튜브에서는 검색창에 '미라클미디어'를 검색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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