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 영화 잡지 <스크린 데일리>가 부여한 69회 칸영화제 경쟁작 21편의 평점. 노란색 박스는 중위권, 초록색은 하위권이다.

영미권 영화 잡지 <스크린 데일리>가 부여한 69회 칸영화제 경쟁작 21편의 평점. 노란색 박스는 중위권, 초록색은 하위권이다. ⓒ screendaily


* 1편에서 이어집니다.

제6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작들의 특징 중 하나는 전문가들의 평점이 낮은 작품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감독상을 받은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졸업> 등을 제외하면 평점 중하위권의 작품들이 대거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의 괴리가 그만큼 큰 것인가. 이유야 어찌 됐든 수상작 대부분이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어떤 작품을 누가, 그리고 무슨 이유로 들여오는지 1편에 이어서 소개한다.

[중위권②] <아메리칸 허니>의 아성, <슬랙 베이>의 패기

<아메리칸 허니>(2.4/4)로 칸영화제를 찾은 영국 출신의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지난 2006년 <레드 로드>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도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칸이 주목하는 여성 감독이라 할만하다. 작품을 수입한 티캐스트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티캐스트 측 관계자는 "이번에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처음 작업한 만큼 영미권 골고루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OST 역시 굉장히 좋다. 빌보드 차트에 오른 뮤지션들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 허니>는 미국에서 10월 중, 국내에선 연말 개봉 예정이다. 미국 전역을 떠돌며 잡지를 파는 젊은이들을 포착한 로드무비다. 할리우드 스타인 샤이아 라보프, 그리고 신인 사샤 레인이 주목된다. 

 영화 <아메리칸 허니>의 포스터.

영화 <아메리칸 허니>의 포스터. ⓒ 티캐스트


브루노 뒤몽 감독의 <슬랙 베이>(2.3/4)를 봐야 할 첫 번째 이유는 단연 줄리엣 비노쉬다. 1910년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서로 환경이 다른 두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랑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재산을 기준으로 나뉘는 20세기 계급 사회를 풍자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수입한 메인타이틀 픽쳐스는 "블랙 코미디로 특징이 분명한 작품"이라며 "저예산이지만 명작으로 꼽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초에 국내 개봉 예정.

<졸업>과 함께 감독상을 공동 수상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2.3/4)는 사실 칸 현지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이젠 명실상부 할리우드 스타로 발돋움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나온 것.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번 칸영화제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와 이 영화에서 모두 주연을 맡았다. <퍼스널 쇼퍼>를 사온 영화사 찬란 측은 "독특한 소재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잘 녹아 들었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영화는 파리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유령 혹은 초자연적 존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중위권③] 여우주연상의 <마 로사>
그리고 <스테잉 버티칼>, <프롬 더 랜드 오브 더 문>

<마 로사>(2.2/4)는 아직 공식적으로 수입을 밝힌 곳이 없다. 필리핀 출신의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패기가 엿보이는 작품이지만 동남아시아 영화가 아직 한국 관객에겐 생소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연 배우 재클린 호세가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였고, 가난한 동네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엄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보편성을 확보한 작품이다.

공식 발표는 안 했지만 또 다른 경쟁작 알랭 기로디 감독의 <스테잉 버티칼>(2.2/4)은 영화사 진진이 수입한 걸로 알려졌다. 새 영화를 찍으려는 한 영화감독이 육아까지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호수의 이방인>으로 66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을 받은 알랭 기로디 감독이기에 국내 관객들의 호기심 또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친숙한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을 맡은 <프롬 더 랜드 오브 더 문>(2.0/4)은 수키 픽쳐스가 수입했다. 칸 현지에서 다소 지루하다는 평도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배우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키 픽쳐스 관계자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을 다뤘고, 남부 프랑스의 풍광이 그대로 담겼다"고 매력 포인트를 짚었다. 오는 10월 프랑스에서 개봉하며, 국내에선 연말 개봉 예정이다.

 영화 <프롬 더 랜드 오브 더 문>의 한 장면.

영화 <프롬 더 랜드 오브 더 문>의 한 장면. ⓒ 수키픽쳐스


[하위권] 칸이 사랑한 자비에 돌란 <단지 세상의 끝>
그리고 <네온 데몬> <라스트 페이스>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 연출한 <네온 데몬>(1.5/4)은 상영 이후 전문가들의 혹평에 시달린 작품 중 하나다. 할리우드 스타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이 주연으로 나섰는데 모델을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젊은 여성층의 지지를 얻을 만하다. 이 작품을 수입한 더블앤조이 관계자는 "미국 아마존이 전액 투자한 작품으로 온라인 개봉이 예정돼 있다"며 "그 이후 한국 개봉 시기를 조율할 것 같다"고 알렸다.

전문가들에겐 혹평을 받았지만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1.4/4)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체면을 살렸다. 1989년생이라는 상대적으로 젊은 축인 그가 그간 칸영화제에 다섯 번이나 초청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그야말로 칸이 사랑한 감독이라 할 만하다. <단지 세상의 끝>은 자비에 돌란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엣나인 필름이 수입했다. 오는 12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최하 평점을 받은 숀 펜 감독의 <라스트 페이스>(0.2/4). 이 영화를 본 10명의 전문가 중 8명이 0점(Bad)를 줬다. 영화 자체가 지닌 메시지는 나쁘지 않다. 아프리카 내전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요원들의 사랑을 다뤘다. 숀 펜 역시 실제로 아프리카 구호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기에 실제적인 그의 경험이 녹아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기대한 모양이다. 그러나 막상 나온 결과물에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는 등 혹평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히로인 샤를리즈 테론이 나온다. 그를 좋아하는 관객은 충분히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롯데가 수입한 걸로 알려졌으나 롯데 측은 공식 확인을 해주진 않았다.

 영화 <퍼스널 쇼퍼>의 한 장면.

영화 <퍼스널 쇼퍼>의 한 장면. ⓒ 영화사 찬란


그리고 올해의 화제작들

경쟁 진출작이 전부가 아니다. 치열한 수입 경쟁 탓에 평균 세 배 정도 가격이 올랐다지만 수입사들의 발굴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칸영화제 마켓에서 이들이 건져온 작품 몇 개를 소개한다.

개봉을 앞둔 영화 <트릭>과 <대결>의 제작사로도 잘 알려진 스톰 픽쳐스는 니콜라스 홀트 등이 나오는 전쟁 영화 <샌드 캐슬>과 <샷 콜러>(Shot Caller) 등을 계약했다. 액션 및 스릴러 장르물로 국내 관객들도 환호할만한 상업영화들이다.

수입사 메인타이틀 픽쳐스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헬 오어 하이 워터>(Hell or High Water) 와 스타 작가 아론 소킨의 감독 데뷔작 <몰리스 게임>(Molly's Game)을 들여온다. 전자가 은행강도를 쫓는 형제의 쫀쫀한 추격 이야기라면 후자는 두뇌게임의 묘미가 보이는 작품. <어 퓨 굿맨> <뉴스 룸> 시리즈를 써 온 유명 작가의 연출 솜씨는 과연 어떨지.

수입사 오드는 칸영화제 마켓에서 영화 <더 랍스터> 감독의 신작 <더 킬링 오브어 새크리드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와 미국의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메이플소프: 룩 앳 더 픽쳐>를 샀다. 동성애나 에이즈 문제 등 금기시된 주제를 과감하게 찍어 온 인물의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훔치려 들 것이다.

 11일(현지시각) 제69회 칸영화제 개막식. 드레스와 턱시도를 갖춰입은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지난 5월 11일(현지시각) 제69회 칸영화제 개막식 현장. 드레스와 턱시도를 갖춰입은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 FDC


콘텐츠 게이트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의 린 램지 감독의 신작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You Were Never Really Here) 등을 수입했다. 영화 <허>(her)로 국내 관객들을 열광시킨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수키 픽쳐스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물 <유고 앤 라라3>(YUGO & LALA 3)를 샀다. 동물 세계 지도자 라라가 인간 친구인 유고와 함께 평화를 수호한다는 모험 영화다.

이밖에 영화사 찬란은 칸영화제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를 수입했고, 티캐스트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다보다 더 깊은>을 들여온다. 또한 영화 <보디가드>로 유명한 믹 잭슨 감독의 신작 <데니얼> 등을 샀다.

칸영화제 크리스틴 스튜어트 자비에 돌란 숀펜 아가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은솔아, 돌잔치 다시 할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