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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는 생명의 다리라고 불린다. 2012년 9월,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통해 다리 위에 새긴 글귀들 때문이다. 하지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역설처럼 마포대교는 오히려 자살의 상징이 되었다.

일부러 마포대교를 찾은 사람들은 고단한 삶을 마주하며 상념에 잠기곤 한다.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로'는 변화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질까, 허울뿐인 희망적 이야기로 들릴까? 한국이 OECD 36개 가입국 중 11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이상 '위로'가 대안이 되는 사회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러한 마포대교 위에서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바로 마포대교를 '낙담', '좌절'의 다리가 아니라 '변화', '사회적 외침'의 발언대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6월 4일 마포대교 위에서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가면을 쓴 채 '진짜사장'이라는 피켓을 들고 숨어있는 원청을 표현하고 있다.
▲ 마포대교 위, '진짜사장' 피켓을 들고 있는 노동자들 6월 4일 마포대교 위에서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가면을 쓴 채 '진짜사장'이라는 피켓을 들고 숨어있는 원청을 표현하고 있다.
ⓒ 안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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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1시,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이 마포대교를 찾았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소속된 서울·경기지역 조합원 60여 명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가면을 쓴 채 마포대교 곳곳에서 "삼성부터 재벌개혁", "경영세습이 문제야", "진짜사장 재벌이 책임져라", "헬조선 탈출=삼성개혁"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라두식 지회장은 마포대교를 잇는 60여 명의 1인 시위에 대해 "탈출구가 없는 헬조선을 바꾸자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3권도 온전히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며 "재벌에게 특혜가 아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더불어 "재벌은 간접고용을 확산하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총수 일가의 경영세습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SDS 물류사업 분할 등 일련의 과정에서 삼성이 이재용 경영세습을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재벌개혁을 전면에 걸고 사회적 실천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동시간대 강원, 충남, 대구, 경북, 경남, 부산, 울산지역에서도 3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재벌개혁', '삼성 3대 경영세습' 비판 선전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6월 4일 부산역에서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이 빗속에서도 재벌개혁, 삼성 3대 경영세습 비판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 부산역 앞 '삼성부터 재벌개혁', '경영세습이 문제야' 선전전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6월 4일 부산역에서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이 빗속에서도 재벌개혁, 삼성 3대 경영세습 비판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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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에는 티브로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한강대교 아치 위에서 8시간 가량 고공시위를 벌였다. 7일 오전 9시 30분경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두 조합원은 "살기 위해 올랐다"며 고공시위에 돌입,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다.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는 현재 티브로드 외주업체 변경과정에서 해고된 50여 명의 해고자 복직을 요구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조합원이 '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한강대교 아치 위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조합원이 '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안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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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시위를 벌인 김종이 조합원은 "100여 일이 넘도록 노숙농성을 벌였지만, 선거가 지나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 문제를 들어주지 않겠는가"라며 티브로드 간접고용 비정규직 해고 문제를 알리기 위해 고공시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고공시위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20대 국회에서 본질적인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종료됐다. 이에 더해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최성근 수석부지부장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진짜 사장인 원청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해고자들이 삶의 터전인 직장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노조는 티브로드 간접고용 비정규직 해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마포대교에서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난간을 1.3m에서 2m로 높이고 고공시위가 잦은 양화대교에는 오름 방지 롤러를, 한강대교는 롤러 보완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헬조선, 흙수저담론 속에서 희망을 잃은 우리 사회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적어도 난간을 높이고 시위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노동자들도, 헬조선을 바꾸겠다는 노동자들도 대교 위에 선 이유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사회를 바꿔내는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난간에 적힌 위로같은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는 목소리와 실천이다.

"당신의 얘기", "잘 들어줄 거에요" 글귀가 적힌 마포대교 난간과 "살게 합니다" 글귀가 적힌 한강대교 난간 모습
▲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난간 글귀 "당신의 얘기", "잘 들어줄 거에요" 글귀가 적힌 마포대교 난간과 "살게 합니다" 글귀가 적힌 한강대교 난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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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성전자서비스지회, #희망연대노조, #마포대교, #한강대교, #간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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