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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개원 첫 주, 국회 정문을 찾는 국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에 본인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여소야대로 구성된 이번 20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가 앞으로 4년간 풀어야 할 '국민의 숙제'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장애인단체, 중증장애인 권리보장 촉구 

지난 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고(故) 오지석씨 추모대회가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등 4개 장애인단체는 이번 추모식에서 제 2, 제 3의 오지석을 방지하자면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24시간서비스 보장을 촉구했다.

오씨는 온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이었다. 2014년 4월 16일 활동보조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산소호흡기가 빠졌고 6월 1일 결국 숨을 거뒀다. 오씨의 죽음은 이후 장애인단체들이 '24시간 생활보조인서비스' 도입을 요구하게 된 배경이 됐다. 호흡기가 빠지는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중증장애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회 앞에 모인 장애인단체들은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리'를 목소리 높여 비판했다. 정부의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안'으로 중증장애인들에게 돌아가던 지원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지영 사무국장은 "혼자 있으면 안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활동보조24시간 서비스인데, 이게 유사·중복 사업으로 분류돼 지원이 많이 끊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이 유사·중복된다며 통폐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앙정부는 중복 사업을 정리해 각 시·도에 지침을 내려 보냈다. <한겨레>(2015.10.12)의 보도에 따르면 사업 정비 대상은 지자체 전체 사회보장사업 5891개 가운데 1496개(25.4%)로 4개 중 1개꼴이었으며 예산규모도 1조 원에 육박했다.

이날 추모식의 사회를 맡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 노경수 위원장은 "지자체에서 24시간 생활보조인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도 중앙정부에서 유사중복이다 해서 중단됐다. 유사, 중복 성격도 아니다. 보충의 성격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살기 위해선 꼭 필요한 서비스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식에선 오씨의 죽음 이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보건복지부가 중증장애인 문제의 대응책으로 내놓은 건 '응급안전알리미서비스'와 '야간순회서비스'다. 응급안전알리미서비스는 중증장애인 집 안에 화재·가스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고 응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정보를 소방서·응급안전 지역센터로 보내는 체계를 말한다. 야간순회서비스는 생활보조인이 야간에 3~4군데의 중증장애인 집을 방문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는 중증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원교 공동대표는 여는발언에서 "응급안전알리미서비스는 장애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때서야 찾아오는 사후대책에 불과하며 야간순회서비스는 사생활 침해까지 염려된다"며 "지금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롭게 구성된 20대 국회에 희망을 걸어보자는 기대 섞인 발언도 나왔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 노 위원장은 "여소야대로 구성된 국회에서 온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활동보조인 24시간 서비스' 법이 마련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이런 희망이 "우리가 가장 더운 오후 2시 국회 앞에 모인 이유"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서민주거안정 대책을 내놓아라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하는 '무주택자의 날'(6월 3일)을 맞아 주거권네트워크, 민달팽이 유니온 등 시민단체가 국회 앞에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대책",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서민과 중산층, 청년들의 주거권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정치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강하게 요구했다. 집걱정없는세상 최창우 대표는 "6년6개월만에 서울은 50%, 전국적으로는 47%의 전세금이 인상됐다"면서 치솟는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겨레>가 지난 4월 24일 내보낸 보도를 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244만 원으로, 2년 전인 2014년 3월(3억300만 원)보다 9944만 원이 올랐다(케이비(KB)국민은행 통계).

전월세 상한제는 주거비 폭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와 월세 가격의 상승 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이고,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의 전월세 계약이 끝난 뒤 임차인이 희망할 경우 한 번 더 2년간의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제도가 작동하면 집 주인은 첫 번째 계약이 끝난 뒤에도 집값을 임의로 올릴 수 없고 임차인을 함부로 내쫓을 수도 없게 된다.

전월세 상한제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2014년 여야는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부동산3법'을 합의 처리하는 대가로 전월세난 대책 관련 법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서민주거복지특위까지 설치해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진전되지 않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유엔 헤비텟(UN-Habitat Ⅲ) 한국 민간위원회(준) 이원호 사무국장은 "이번 국회에선 세월호 특별법 개정, 가습기살균제 사태 진상조사, 백남기 농민 관련 진상조사와 더불어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최우선과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가 시작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정책연대를 통해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20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민의당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집주인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도 전월세 상한제를 두고 갈등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여야 갈등으로 인해 서민주거안정정책의 처리가 흐지부지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야당의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이 사무국장은 여소야대 정국에 거는 기대와 관련된 질문에 "19대 때는 야당으로 대표되는 더민주가 수적인 문제를 내세우면서 서민주거안정정책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소야대로 구성된 20대 국회에선 수적 열세라는 핑계를 대지 못하는 만큼 민의를 받아 야당은 서민들 주거와 관련된 법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처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그:#20대 국회, #오지석, #서민주거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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