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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일은 모든 생물에게 필수적인 일이다. 생물은 소화된 음식물을 영양소로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해바라기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태양을 보고 자라나고, 동물들은 사냥감을 쫓으며 인생을 살아간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먹지 못한 인간은 즉시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하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심해지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

 배고픔에 관하여
 배고픔에 관하여
ⓒ 샤먼 앱트 러셀,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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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배고픔은 인간의 체형과 음식에 대한 선호까지 바꾸기도 한다. 배고픔은 인류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인간은 배고픔을 주제로 다양한 행동을 펼치기도 한다.

과거에는 단식 그 자체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구경용 단식 광대도 존재했고, 현대에는 단식 투쟁을 통해 정치적 의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배고픔은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웨스턴뉴멕시코 대학의 교수인 샤먼 엡트 러셀이 쓴 <배고픔에 관하여>는 삶과 죽음을 함께하는 인간의 영원한 동반자 '배고픔'에 관한 글을 모은 책이다.

배고픔을 바라본 과거의 시선부터, 배고픔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주는 영양학적, 심리학적 영향, 배고픔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치열한 연구와 투쟁까지 다뤘다. 현대에 들어와서 주목되는 거식증과 기근 해결을 위한 구호 정책에 대해서도 살폈다.

책에 따르면, 배고픔이 갖는 의미는 시간과 장소마다 달랐다. 과거에는 얼마나 오랫동안 굶을 수 있는지 자체가 재밌는 논쟁 거리였다. 이 때문에 서커스에 '단식 광대'를 두어 볼거리를 제공했다. 20세기에도 단식하는 사람을 구경하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재난이나 전쟁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배고픔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리쳐야 할 적이었고 인간을 잔인하게 만드는 악마였다. 따라서 인류가 진보하고 식량 생산이 늘어나자 영양학적 관점에서 배고픔을 퇴치하기 위한 연구가 시행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미네소타 실험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은 나치 치하에서 빵 덩어리조차도 제대로 보급받지 못한 수용소 사람들에게 어떤 구호 정책을 펼쳐야할지 미리 실험할 필요가 있었다. 오랫동안 굶은 이들에게 매우 빠른 속도로 적합한 영양을 보급하지 못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배고픔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주는 심리적 위협에도 대처해야 했다. 이들은 자원자를 받아 미네소타에서 오랫동안 적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는 실험을 시도했다.

전쟁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미국인들은 1940년 무렵 미네소타 실험에 참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오랜 배고픔을 겪은 사람들은 약자에게 가혹해졌고, 자신의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아무 이유없이 도벽 성향을 보이는가 하면, 회복기에는 폭식 성향을 보였다. 같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있었던 바르샤바에 있었던 유대인 병원에서의 연구 보고도 배고픔이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간다는 것을 보고했다. 극심한 배고픔을 겪는 사람들은 특정 장기가 오그라들고, 음식에 집착하게 되었다.

이렇듯 배고픔은 인류가 맞서 싸워야 할 무시무시한 적이다. 다만 인간은 생물 중 유일하게 배고픔에 관하여 고찰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배고픔이 건강에 주는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혹은 살을 빼기 위해 굶기도 한다.

정치가들이나 사회 운동가들은 배고픔 그 자체가 갖는 의미를 환기시키며 단식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위해 굶었던 영국 여성들은 단식 운동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위해 간디가 펼친 단식은 인도를 지배하는 영국인 관리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1932년, 인도와 영국 양측 대표단이 인도의 자치 정부 형태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영국 대표단은 선거구를 세 개 지역으로 나누어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불가촉천민이 따로 선거를 하는 정치체제를 제안했다. 그러자 간디는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불가촉천민에게 독립적인 선거구를 허용할 경우, 동포인 힌두교도와 더더욱 분열이 심해지고 카스트제도를 없애려고 애썼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중략) 간디의 단식 첫날부터, 힌두교 사원들은 여태껏 출입을 금지했던 불가촉천민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힌두교도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불가촉천민 학생들과 나란히 앉았다. -111P

이렇게 배고픔의 다양한 면을 고찰한 글을 읽으면서, 배고픔이라는 주제뿐 아니라 이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도 흥미가 생긴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슬픔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과, 오랜 기아로 아이의 죽음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된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연민이 생긴다.

배고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단식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간디의 모습에선 비장함이 느껴진다. 주제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관심을 쏟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에세이다.


배고픔에 관하여

샤먼 앱트 러셀 지음, 곽명단 옮김, 손수미 감수, 돌베개(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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