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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이면 우리 마을에서는 특별한 '운동회'가 열린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 운동회다. 보통의 운동회와는 다르게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참여해 함께 어울리는 마을 대동잔치가 펼쳐진다.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와 지역주민이 함께 경기를 펼치고 공동체적 우애를 다진다. 불과 7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모습이다.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표지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표지
ⓒ 살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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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학교는 폐교 대상이었다. 이제 막 귀농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키우고 있던 부모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학부모들은 열일 제쳐놓고 '학교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마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했다.

교육청에 탄원서를 넣고 지역 언론을 통해 학교 문제를 알려나갔다. 조용했던 마을이 학교 문제로 주목을 받자, 도시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을 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2명이던 학생이 23명으로 늘었다. 교육당국은 폐교 방침을 철회했다.

폐교는 막았으나 여전히 할 일은 태산이었다. 곧 없어질 학교라고 지원을 안 한 탓에 교실도 엉망이었고 체육관도 없었다. 급식시설이 없어서 점심때마다 타 학교 밥을 실어다 아이들에게 먹여야 했다. 심지어 변변한 통학버스도 한 대 없었다.

학부모들은 순번을 정해 자신들의 차로 통학차량 봉사를 했다. 방과 후 프로그램과 아이 돌봄에도 자원봉사로 나섰다.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머리를 맞댔다. 올해 학생 수 60여 명에 번듯한 자체 급식실과 통학버스, 체육관을 갖춘 학교가 되기까지 마을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마을교육공동체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마을'이란 단순한 공간적 의미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민주적 자치적으로 협력하는 배움의 연대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 마을에서 경험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그랬다.

학교는 담장을 허물고 마을에 개방적 태도를 취한다. 학부모는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교육의 '방관자'에서 '협력자'가 된다. 마을은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마을의 인적, 문화적 자원을 학교 교육에 제공한다. 학교공동체와 마을공동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마을교육공동체'는 대안적 교육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

책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는 교육현장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온 교사와 활동가들이 엮은 책이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이론과 전망에서부터 전국의 주목할 만한 모범 사례들도 총망라했다. 내 아이의 학교,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이 책은 분명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지역의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려면 지역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지역의 모든 주민이 아이들을 위한 교사가 되고, 친구가 되고, 부모가 되어서 공교육에 대한 공동의 권한과 책임을 져야 한다. 지역 주민만이 아니다. 지역의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 작은 공동체 등이 교육의 공동 책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는 사람들의 참여와 실천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육에 대한 공동의 권한과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교육에의 참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80쪽)


교육적 참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책에서는 재능기부, 협력, 의사결정 등의 방식을 제시한다. '재능 기부'는 지역주민이나 학부모가 다양한 직업적, 문화적, 예술적 재능을 학교나 학교 밖 시설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교육적 활동을 말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이 직접 아이들을 위한 교육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협력'은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과 배려를 실천하는 소극적 협력에서부터 교육협동조합을 만들어 아이들의 교육, 복지, 생활에 관련된 적극적인 협력이 있다. 또한 지역주민, 학부모, 학생, 지자체, 시민단체 등의 교육주체들이 '교육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교육적 의사결정에 '참여' 할 수도 있다.

교육공동체를 구성하려면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마을의 교육자원과 인프라를 발굴해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 뿐만 아니라 마을의 자연, 사회, 삶 속에서 살아있는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공동체는 마을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학습의 결과가 다시 지역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의 지역공동체를 지향한다. 마을에서 자라나며 배운 아이들이 그 마을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정주할 때 마을공동체와 교육공동체는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다.

새로운 대안교육 운동에 대한 모색

저자들은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가 학교다워지기 위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것은 최근 대안학교 위기론과도 맞물려 의미심장한 고민을 던진다. 몇년새 소규모 대안학교들은 인적자원과 전문성 위기, 재정위기를 겪으며 신입생 지원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난관에 직면해있다.

높은 교육비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대안학교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이 속에서 '혁신학교'로 지칭되는 '공립형 대안학교'의 확대는 미래 교육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저자들은 "마을교육공동체는 6년 이상 시도된 혁신교육의 미래 방향"이라며 "혁신학교의 지속가능성과 투명성을 보다 분명하게 하는 '보약' 역할을 하면서 전국의 혁신학교 방향에 있어 핵심적인 끌개 역할을 할 것"(18쪽)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혁신교육이 진보라는 틀에 갇혀 이념화된 현상을 극복하고 학생과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실질적으로 엮어낼 수 있는 미래교육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을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이 역할을 분담하고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상생공동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교육과 정치가 주민들의 시선에서 움직일 수 있는 기제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동안 교육 의제 선정과 교육 변화를 정치권에 외치던 입장에서 마을교육공동체 내에서 지역사회의 좋은 정치 흐름을 직접 만들고 교육적으로 살아 있는 활동을 직접 만들 수 있다...(중략)...평범한 시민들은 교육에서 진보와 보수의 구분 없이 오로지 아동, 청소년들이 행복한 학교와 교육을 원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을 중심에 놓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면서 행복한 학교와 교육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사회 변화 운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쪽)


이 책의 교육 전문가들은 '마을 속 학교' 모델이야말로 교육을 혁신하고 학교를 학교답게 만드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을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 교육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배움을 전수한다. 학교와 마을의 관계를 긴밀하게 가져갈수록 학교는 더 학교다워진다. 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소통과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덧붙이는 글 |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서용선, 김아영, 김용련 외 지음 / 살림터 펴냄 / 2016. 3 / 17,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 탄생, 뿌리 그리고 나침반

서용선 외 지음, 살림터(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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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사려깊고 유쾌하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협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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